안녕. 나는 재수 중인 사람이야, 재수 중인 애가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니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어. 근데 나는 요즘 정말 심각하게 삶을 더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 정말 의지도, 기력도 없어. 재수는 고3 때 자신있던 과목이 마킹 실수로 6등급이나 떨어지는 바람에 결심하게 된 거였어, 물론 모든 과목에서 성적을 올려서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고3 때까지는 완전히 분명하진 않아도 꿈과 목표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꿈도 목표도 없어.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하다가 몇 달 전부터 계속 이런 상태라서 부모님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셔도 별로 드릴 말씀이 없어. 지금 당장 사고가 나서 죽든, 전쟁이 나서 죽든 나는 별로 슬프지 않을 것 같아, 이 세상에 미련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는 없어, 부모님께 슬픔이 되고싶진 않아. 참 한심하고 비참한 걸 내가 제일 잘 알아. 뭔가 너무 복잡해, 분명히 더 살고싶은 마음은 없는데 억지로 살아가는 거 며칠 전엔 예전에 봤던 인생이라는 재미 없는 영화를 끝까지 봐야하나 라는 느낌이 뭔지 정확하게 알겠더라고. 지금 내가 살고있는 하루가 누군가에겐 더 절박한 하루일텐데 그 사람한테 내 시간을 주면 조금 더 알차게 살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재수라는 걸 하면서 부모님께 온갖 기대 하게 만들고서 이러고있는 내가 너무 창피한데 진짜 순간만 그런 생각이 들고 그 이후엔 그저 그래. 내가 뭐하는 인간인지 모르겠다 난 뭐하려고 태어난 건지도 모르겠고. 정말 모르겠다, 그냥 주절주절 써봤는데 이런 거 이겨낸 사람들 있으려나 나도 이겨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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