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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년 전 (2018/1/19) 게시물이에요
반려동물 에 게시된 글입니다 l 설정하기


저녁을 맛있게 먹고

유시민 정재승 비트코인 토론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밤이었다.


10시가 갓 넘었을 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전화보다는 텍스트가 편한 세대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로는 서로 통화를 하지 않았다.

서로 집에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보여주려 영상통화나 페이스톡을 하기 전에는.


얼마전 동생네 강아지가 장판 바닥에서 미끄러져 두개골이 골절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체 어릴 때부터 뼈가 약한 녀석이라

첫 해 생일을 갓 지났을 때 뒷다리가 약해 점프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고

병원에서 많이 울었던 동생이었다.


그런 녀석이라 그랬는지 .. 

혼자 장판 바닥을 뛰어 다니다가 미끄러지면서 부딪친 머리가 골절까지 되버린 것.

두개골이 함몰 되어 뇌를 누르고 눌린 쪽 시력신경이 지나가고 있어 시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수술은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동생은 하염없이 자기 탓을 했다.

깔아놓은 러그를 그날따라 세탁을 해버려서 하필 그날 그렇게 되었다고

다 자기 책임이라고 속상하게 얘기했다.


사흘의 입원기간이 지나고,

밥도 물도 잘 먹지 못하던 녀석이 밥도 조금씩 먹고 물도 조금씩 마시며

기운을 차리고 있다, 시력도 돌아온 것 같다, 

아직까지도 수술은 권하지 않지만 활동을 조심시키고 스스로 뼈가 붓길 기도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는 말을 들었단다.


이번주 월요일 집으로 데려왔다.

병원에서 걱정하던 것과 달리 녀석은 언제나 동생을 맞이했던데로 꼬리를 흔들었고

얼굴을, 손을 핥아주고

동생 또한 자기 뺨을 녀석의 뺨에, 살짝 젖은 콧망울에, 연신 부벼대며 뽀뽀를 했다.



그랬던 지난 일주일이었다.


10시를 갓 넘은 시간 동생 앞으로 걸려온 전화는

내 심장까지 쿵, 하게 만들었다.

전화를 받았더니 훌쩍거림이 아니라 펑펑, 엉엉 우는 동생이 있었다.


언니야 애가 움직이질 않아

언니야 심장이 뛰질 않아

혓바닥도 하얘지고 눈동자도 말라버렸어

언니야 어떻게 해야 되? 이제 어떻게 해야 되?



동생은 십여년동안 대학 - 대학원을 다니며 집안에 경제적인 보탬이 되지 않은 언니 덕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해 

언니보다 의젓한 동생이었다. 집안에 경조사가 있으면 늘 도왔고,

명절 보너스가 나왔다며 대학원 다니는 4살 많은 언니에게 용돈도 주는 착한 동생이었다.


나에게는 나보다 의젓한 동생이 

전화기 너머로 엉엉 우는 것을 들으니 나도 함께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언니가 갈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점퍼를 입고

책장 앞에서 팜플렛을 찾았다.


지난 3월, 내가 키우던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장례를 치뤄줬던 그 장례식장의 팜플렛이었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을 만나 너무 행복했어요


라는 문구가 적힌 이 팜플렛을 들고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했는지도 모르게 동생 집으로 차를 몰았다.

어떡하냐.. 어떡하냐..

내 동생 어떡하냐 ..

내가 3월에 겪은 이 모든 감정을 겪게 될 내 동생 어떡하냐..



동생 집에 도착하니

녀석은 배설물도 하나 지리지 않고

피도, 음식물도 토하지 않고

살짝 벌린 입이 마치 웃는 얼굴인 것처럼 그대로 동생 품에 안겨 있었다.


자그마한 동생에게 안긴 자그마한 그 녀석은

아직도 따뜻하고 아직도 부드러웠다.


나도 여러번 함께 산책을 하고, 이모랍시고 내가 오면 언제나 꼬리를 흔들던 그 녀석과

그 녀석을 안은 동생을 보니 그때의 감정과 앞으로 동생이 겪게 될 감정

그리고 


'이제 녀석을 나 또한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가장 큰 두려움이

수마처럼 밀려왔다.



그리고는 초점이 흐려져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생에게

내가 3월에 들었던 위로들을 그저 나열 해주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울고 싶으면 울어라 ..

그렇지만 녀석은 이제 아프지 않을 거다.

많이 미안하고 그간 못해준 게 계속 생각 나겠지만,

애들은 너무나도 착하고 순수해서

원망이나 미워하는 마음은 전혀 가지질 않는다더라..

조금 이따 또 만나게 될테니까 

잘 보내주자 

우리 고양이랑 만나서 재밌게 놀고 우리 기다리고 있을거다..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이따금씩 울컥하고 올라오는 보고싶음에

복받쳐서 울게 되는 밤들이 수없이 찾아올 거라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언니

내일 강아지 껌이 오는데..

좋아하는 걸로 두개나 시켰는데..

오늘 내가 교육갔다 온다고 늦게 온건데..

나 기다렸나봐

9시 좀 넘어서 갔데

원래라면 그때 집에 도착하는데

그랬는데 왜 오늘 교육이었을까

왜 가는 거 보지도 못하고 인사도 못하고.. 왜 이렇게 갑자기

오늘 새벽에 나 나갈 때만해도 밥도 잘 먹고 잘 돌아다녔는데..

이제 조금있으면 3살인데 이제 생일인데 

우리 강아지 3년도 못살고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미안하다 미안해 .. 사랑해 .. 계속 사랑할꺼야



아무말도 못하고 서로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




우리 자매는 감사하게도

'죽음'이라는 것을 바로 가까이서 겪어본 적이 없었다.

지난 3월 우리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때가 그 때가 나의 처음이었고

이제 내 동생에게도 처음으로 가까운 '죽음'을 겪게 된 거다.


'죽음'이라는 게

얼마나 막연하고 얼마나 무지한 일인지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게

이렇게나 무거운 것인지 몰랐다.

마음을 다잡아도 몇번이고 그 시간 그 자리

마지막 그 순간으로 가버린다.

그 찰나같던 시간

우리는 그제서야 비로소 '책임'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장비야 우리 찡코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 아프지말고

찡코야 장비가 처음이니까 니가 많이 챙겨줘

고양이랑 개라고 안 놀고 그러면 안된다 ㅎㅎ

우리 장비랑 우리 찡코는 둘 다 착한 강아지고 착한 고양이니까

기다려줘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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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인1
사랑하는 존재가 세상을 떠나는건 정말 너무 슬픈일이지만 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한것같아
6년 전
익인2
그래도 보고싶어
6년 전
글쓴이
맞아.. 그래도 보고싶어 늘 보고싶어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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