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거나 긴 글 싫은 익들은 맨 마지막 줄만 봐 줘. 첫눈에 반한다는 건 어디 무슨 노래 가사에나 나오는 진부한 얘긴 줄 알았는데 황당해서 진짜 말도 안 나온다. 지하철 문 열리면서 사람들 차례로 들어올 때 무심결에 처음 뵈었는데 진심 말 그대로 보는 순간 반했어.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출근시간이라기에는 늦은 오전 9시에다 제본 뜬 두꺼운 책이랑 프린트물 안고 있었던 것 보면 대학생이신 것 같았어. 그 분 처음 들어오던 그 순간만 홀린듯 보다가 자리에 앉으신 다음부터는 왠지 계속 힐끔힐끔 보기엔 엄청 실례 같아서 그 쪽으로 눈길도 안 보냈어.. 근데 그 날은 그냥 그 순간 이후로 하루종일 처음 본 그 순간만 계속 리플레이 되면서 일상생활 불가였다. 나도 대학생이라 매번 그 요일 그 시간에 그 노선을 규칙적으로 타는데 그 분도 대학생이면 그렇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 날부터 다음 주 그 요일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오기를 정말 목 빠지게 기다렸어. 드디어 억만년 같던 일주일이 지나고 그 요일이 다시 돌아왔을 때 무슨 중학생 소풍 날 처럼 눈 번쩍 뜨고 달려나와서는 그 분이 탔던 역만 다시 목 빠지게 기다렸는데.. 막상 그 역에 지하철이 멈췄을 때는 내 심장도 같이 멈추는 줄 알았네. 그 날 나는 일부러 1-1에 탔어. 사람들 다 올라타고 지하철 다시 출발한 뒤에 나도 그 분 탔나 확인하고 싶어서 이제부터 옆 칸으로 이동하려는데.. 와.. 그냥 옆칸 가는 것 뿐인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망설여지던지 번지점프 뛸까말까 고민하고 시간 끌던 때보다 열 배 고민함... 결국 떨리는 마음으로 한 칸 한 칸 넘어가기 시작했는데 문 열고 닫기를 네 번 반복하다가 드디어 앉아있는 모습을 불쑥 맞닥뜨렸을 때는 진짜 심정지 오는 줄. 아무도 내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고 당연히 그 분도 모르시는데 나 혼자 괜히 엄청 놀라서는 화들짝 다시 전 칸으로 갔다가 잠시 진정하고 다시 그 칸으로 넘어갔다. 다시 뵌 그 날 확신했어. 그 저번 주에 내가 잠시 이상했던 게 아니더라고. 나는 그 분한테 반한 게 정확히 맞았어. 그 분 맞은 편 라인에 자리가 났지만 역시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혼자 괜히 찔려서는 거기 못 앉고 내릴 때까지 등지고 서서 갔다. 내가 먼저 내려서 그 분이 어디서 내리시는 지는 몰라. 마음 같아서는 벌써 몇 번이나 수업 째고 그 분 내리시는 곳 같이 내려보고 싶었어도 그건 왠지 미행하는 스토커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는 안 되더라. 그냥 항상 아쉽게 내가 먼저 내렸어. 이렇게 매주 그 요일마다 그 분 뵙는게 한 달 째인데 이제 진짜 말 걸고 싶어. 한 달 동안 말도 못 건 이유는 어떻게 말 걸어도 가벼워 보일 것 같은 이 상황이 진짜 너무 싫어서야. 길에서 번호 따는 사람은 왠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한테도 쉽게 번호 따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 당연하잖아. 만나는 분 계시면 마음 접어야 하니까 확인해야 하는데 그것도 멘트가 영 그렇잖아. 번호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 치근덕대는 사람1 남자친구 있으세요? -> 치근덕대는 사람2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덜 가볍게 다가갈 수 있을까? 여익들아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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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엄마가 헤어지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