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쓰러운 인생이었습니다. 빛나는 무언가를 잡으려 눈물로 하루를 버텨왔는데 그마저도 이젠 껍데기가 되어 남은 건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견뎌온 내가 자꾸 무너지는 것은 나의 탓입니다. 내가 너무 나약한 탓입니다. 남탓은 하기 싫어 차라리 나의 탓을 하는 게 더 편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야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앞만 보고 달렸더니 막연한 길이 두려워졌습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셀 수 없는 발걸음들이 날 비웃고 있었습니다. 미련이 남는 것들을 꼭 끌어안고 기어코 앞으로 나아가니 전부 가시밭길 뿐이었습니다. 나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은 아닐 뿐더러 행복에도 확신을 주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입니다. 그런 제가 한동안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힘들어하고 무너져 내리는 당신을 보며, 나의 꿈을 접고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꽃처럼 아름다웠던 당신의 인생이 가여워 미워할 수 없었습니다. 일찍 떠나게 되어 미안합니다. 당신은 여리기에 한동안 울기만 할 거라는 걸 압니다. 그래도 너무 오래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생엔 더욱 행복한 당신의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또한 쉴틈없이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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