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닫아두었던 책을 오늘에서야 펼쳤다. 작년 2학기, 감당할 수 없는 과제와 일 때문에 도망치듯 서울로 왔던 때가 있었다. 엄마의 고향인 서촌을 찾아가 혼자 걸으며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기억하려 애썼다. 그러다 찾아간 독립책방에서 나는 평소에는 즐겨찾지 않던 사진 위주의 책을 한 권 골랐다. 유독 하얗던 이 책의 포장 비닐을 벗기는 데 얼마나 오래걸렸는지 모른다. 다행히 비닐을 벗기고 난 뒤에는 자취방에서 무료하거나 책이 생각날 때 종종 꺼내보고는 했다. 그리고 오늘 아주 오랜만에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유독 오늘따라 묘한 기분이 든 것은 책을 사던 당시의 감정과 정리되지 않은 지금의 감정이 꽤나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책이 주는 메세지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기 때문일까. 이 책을 통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작가의 말을 통해 내가 갖고 있던 수백가지의 불명확한 생각들을 명확히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잠에 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먼 훗날의 내가 오늘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며.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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