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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월경 l 감성
l조회 94l
이 글은 3년 전 (2020/7/09) 게시물이에요
감성 에 게시된 글입니다 l 설정하기
앉아있던 방석이 시뻘겋게 물들어있다. 이 덮개는 두꺼우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죽- 지퍼를 열자 자기합리화의 하나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할 일을 미루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한숨을 깊게 내쉬고 터벅터벅 걸어가 틀기만 하면 물이 온 사방으로 튀는 베란다 수도꼭지를 열고 후드득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손을 앞뒤로 휘적거린다. 뜨거운 물이 나올 때까지 쪼그려 앉아 수십 번을 휘적대다, 따땃한 느낌이 들면 바가지에 들어있던 세탁물을 저리 빼내 물을 채운다. 물이 바가지 바닥을 요란하게 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쯤, 젖은 덮개와 안쪽 쿠션을 꺼내 뜨거운 물에 갖다 대고 이리저리 비빈다. 뻘겋게 묻은 부분의 안쪽은 금세 흘러가는 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지만, 겉의 테두리는 뭐가 그리 아쉬운지 면 쪼가리를 콱 붙잡고 영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새 비릿한 냄새가 울컥울컥 올라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는 어쩌면 여자의 숙명이니. 그렇게 보풀이 일어날 정도로 문지르다 보면 면 쪼가리들은 이내 원래 색을 찾고, 한 번 더 세탁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푹 담가둔다. 다시 터벅터벅 돌아와 새 옷들을 챙기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옷을 벗기 전 수도꼭지부터 튼다. 수도세 많이 나간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수압을 낮춰놓았던 수도꼭지는 뜨거운 물로 갈수록 더 쪼르륵거린다. 하나둘 옷을 벗고 빨간 부분을 찾아 물에 적시려 하면, 분명 맨 왼쪽으로 돌렸건만 차갑고 가는 물줄기만 느껴져 다시금 한숨을 쉰다. 중간으로 돌려 쏴- 하는 물소리를 들은 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왼쪽으로 돌리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언제 따땃해질지 모르는 가는 물줄기에 빠알간 옷들을 갖다 대고, 전보다 더 박박 비벼댄다. 찬물이라 그런지 방석보다 잘 안 빠진다고 생각하며 오른손으로 비누를 집어 같이 비벼본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비릿함이 화장실 전체에 퍼져 나를 집어삼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잘 지워지지 않는 곳을 몇 번이고 문지르며 이젠 옷에 화풀이하는 기분이 들 만큼 있는 힘껏 비벼댄다. 아무 생각 없는 손동작이 몇 번이고 이어지고, 물에 담갔다 비볐다 헹궜다 하다가 옷가지들을 한데 집어 꽉 비튼다. 또다시 걸어가 방석이 있던 바구니에 툭 던지고는 방 안의 침대에 털썩하고 앉는다. 익숙해진 나머지 아무 생각 없이도 해내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눈물이 뚝뚝 흐른다. 서럽다. 너무나도 서럽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라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왜 모든 여성의 몸에 이런 짓을 했는지, 꼭 이랬어야 했는지 따지고 싶다. 또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몇십 년을 비릿함과 서러움을 안고 살아가야겠지. 익숙해지겠지만 괜찮아지진 않겠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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