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만화/애니
우선 쓰닝부터 ㅎㅎ
안녕 이렇게 익명 게시판에 글 쓰는 건 처음인데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어줘!
내 첫사랑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 걔는 키가 딱 180 근처에 따뜻한 느낌의 고동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애였는데, 엄청 다정하고 배려 넘쳤었던 걸로 기억해. 아, 근데 장난기도 가득해서 내 어깨 콕콕 찌르고 모르는 척하는 일도 많았었다.
음, 지금 생각해보면 얘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는데. 그냥 어느 순간부터 얘가 옆에 없으면 보고 싶고, 연락 없으면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하더라.
그때 나는 어렸으니까 이게 얘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감정인지, 그냥 친구로서 좋아하는 감정인지 헷갈렸었거든? 근데 딱 지금처럼 노을 지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때였나. 언제 한번 얘랑 학교 운동장에서 단둘이 걸었던 적이 있었거든. 그때 내가 발 헛디뎌서 넘어질 뻔하다가, 얘가 깜짝 놀라서 손잡아줬었단 말이야. 난 얼떨떨한 기분에 걔 쳐다보면서 고맙다고 했었는데, 걔가 되게 태연한 표정으로 괜찮다고 했었어. 괜히 나만 싱숭생숭한 건가 해서 좀 꽁해있었는데, 걔 귀끝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 거 보고 깨달았던 거 같아. 나는 얘를 좋아하고 있구나, 하고.
아, 성인이 된 지금도 걔는 잘 지내는 것 같았어. 고등학생 때부터 배구 진짜 좋아하더니, 그건 시간이 지나도 변함 없는 거 같더라. 저번 주 주말에 얘 친구랑 같이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했었거든. 오랜만에 대화다 보니까 고등학생 때 얘기가 나왔는데, 그냥 우스갯소리로 말했었어. 나 너 친구 좋아했었다고. 근데 얘가 그러더라. 자기도 알고 있었대, 물론 걔도 알고 있었고. 근데 걔는 성인이 되면 그때보다 훨씬 더 바빠질 거 알고 그냥 모르는 척했대. 예쁜 첫사랑으로 남겨두고 싶다면서.
내 첫사랑은 이렇게 이어지지는 못했어. 원래 첫사랑이 이뤄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더니, 정말 그런가 봐.
그래도 지금처럼 저녁노을이 예쁘게 보이면 종종 생각나긴 해.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하고 말이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아 참, 너희 첫사랑은 어땠어? 엄청 궁금하다! 시간 있으면 댓글 남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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