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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 https://www.instiz.net/name/35911987?category=8 x는 공, o는 수! 1. xxx는 내가 따른 브랜디 잔을 단숨에 비워 냈다. 독한 술을 들이켠 xxx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술병을 들어 잔에 넘치도록 따랐다. 바닥이 드러난 병 입구에서 노란 액체가 방울져 잔으로 똑똑 떨어졌다. xxx는 그 잔을 내게 건넸다. 잔을 두 손으로 받잡고 의아한 눈으로 xxx를 바라보았다. “한 잔마다 성냥 한 개씩을 얹어 주겠습니다.” 2. "……정말 이러실 필요 없었어요.” xx의 얼굴이 구겨졌다. 혼란이 가득 깃든 눈동자에는 잠시 멎었던 물기가 다시 차오르려 했다. 눈 아래가 발갛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왜 그럴 필요가 없는데.” “저보다 형이 사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서 살아서 왔잖아.” “무서웠다고요.” “…….” “형이 안 돌아올까 봐.” 3. "나 여태 너한테 해선 안 될… 그런 일들 많이 한 거 알아! 하라는 대로 다 할게, 응? 나 네가 시키는 대로 뭐든 다 할게!” 무릎을 꿇어앉은 xxx xxx가 애처롭게 저를 올려다보든 말든, o은 그의 손을 뜯어내곤 그대로 뒤돌아섰다. xxx은 곧바로 일어나 그의 앞으로 뛰어갔다. o에게 뭐든 말하려는 목소리가 제멋대로 덜덜 떨렸다. 푸른 눈이 애절했다. “o, 네가 마음 풀릴 때까지 맞으라면 맞고, 그거로도 안 된다고 하면 뭐든 나…….” 4. “쟤가 마음에 들어? 왜 그렇게 쳐다봐?” “저는 마음대로 사람을 보지도 못해요?” xx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했더니 그의 눈썹 끝이 위로 올라간다. “쟤 보면서 웃었잖아. 왜 웃는데.” “…사람이 사람을 보면서 웃을 수도 있는 거지, 왜 꼭 그렇게…….” “나 보면서는 안 웃잖아.” “…….” 할 말이 없어졌다. 지금은 솔직히 그의 앞에서 웃으라면 웃을 수 있겠는데, 그냥 그게 너무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기다릴게. 더 기다릴 수 있어. 기약만 있다면.” 5.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요. “받아 준 게 어디야.” -……먼저 메시지 보낼 때는 언제고. 어딘가 심술 난 목소리에 oo가 기겁을 했다. 또 무슨 수작인 걸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그동안 xx의 행실을 볼 때 좋은 반응이 나올 수가 없었다. “끊어. 공부할 거야.” -저녁 안 먹어요? “방금 먹었는데.” -벌써요? 누구랑? 6. “잘 들어.” “…….” “사랑 안 해도 돼. 내가 필요하면 마음껏 이용해. 사랑은 내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넌 네 마음 편한 대로 해. 네가 날 가진다는데 내가 거기서 뭘 더 바라겠어.” “…….” “버리지만 마.” 7. “oo아……. 얼굴은 왜 가린 것이냐. 면조를 거두고 내게 얼굴을 보여다오.” 달뜬 음성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oo은 어쩐지 낯선 그 목소리를 들으며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xx은 조급함을 느끼곤 oo을 다시 한번 채근했다. “네가 없는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느냐. 제발. 제발 보여다오……. 응?” oo은 공허를 배회하듯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낯선 침방의 벽 어디쯤을 향해 있었다. “……추한 몰골이라 역겨우실 텐데요.” xx은 걱정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눈으로 oo의 면조를 바라보았다. “그 불길에 다치기라도 한 것이냐. 괜찮으냐? 내가, 내가 어떻게든 고쳐 줄 테니 상처를 보여다오.” 8. 나는 항상 ooo이이 긍휼히 여기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나를 동정하고 돌봐 주기를 바랐다.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치고 싶었다. 이토록 불행한 나를, 이토록 가진 게 없는 나를, 한 번이라도 돌아보고 바라보고 안타깝게 여기다가…. …아주 잠깐이라도 사랑해 달라고. “…oo.” 이대로 죽으면 당신의 개로 태어날 수 있을까. “ooo.” 그저 따뜻한 집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만 해도 가엾다고 여겨 줄까. 9. 깨달음은 늘 한 박자 늦다. 내가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사실을 가까스로 이해했을 때에는, 이미 ooo이 뒷모습을 보이며 카페를 나서고 있었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ooo이 뛰기 시작했다. 방금 카페 안으로 뛰쳐 들어오던 순간보다는 덜한 속도로, 그러나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심장 소리보다 더 큰 소리를 내며. 크로스로 맨 가방이 ooo의 허리께에서 통통 튀다가 이내 ooo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 난 무기력하게 ooo이 남긴 것들을 훑었다. 투명한 박스 안으로 보이는 샌드위치 네 조각, 냅킨, 포크 따위의 것들. 그리고 줍는 내가 비참해질 ooo의 무책임한 다정함까지도. 문득 좀 울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걔 앞에서의 난 늘 그랬던 것 같다. 맞춰바 ㅎㅎ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