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넘길 때까지 여기 있는 녀석들의 사지를 하나씩 토막 내 줄 수도 있어. 아니면 뒷구멍으로 넣는 방법이 마음에 들었나? 아니면…….”
그의 목소리가 연기처럼 물러갔다. 낮은 울림이 되돌아 왔다.
“특별히 먹고 싶은 거라도 있나?”
나는 호롱불에 젖은 수려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태풍처럼 나를 몰아쳤다가 어느 순간 그 한가운데 거짓말 같은 영역처럼 고요해진다.
언저리조차 읽을 수 없던 그 눈빛을 이젠 조금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게 없던 능력이 생긴 게 아니라 그가 가끔 이렇게 무장을 풀어 헤치기 때문이었다.
나는 눈을 내리며 머리를 흐리게 하는 검은 눈을 몰아내었다.
“폐하라면 저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그의 시선이 내 볼에 박혔다. 나는 바싹 말라터진 입술을 떼어냈다.
“그날 조금 맛본 폐하의 손가락이 계속 잊혀 지지 않았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만 드신 분이라 그런지 육질도 달랐습니다.”
피에 굶주린 악귀의 눈매가 시원하게 휘어졌다.
“겁나 죽겠군.”
그의 검이 높이 솟구쳤다. 휘익…! 파리한 섬광이 내 귓가를 할퀴었다.
섬뜩한 한기가 머리에서 등줄기까지 긁어 내렸다. 숨 막히는 정적이 지났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들었다.
캄캄하던 눈앞이 차차 밝아지는 순간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
깨끗하게 절단 되어 보료위에 뒹구는 작은 살덩이. 흑무천왕의 검지였다.
얼마전 내가 물어뜯었던 손가락이었다. 지나는 소리로 도발시켰던 그것이었다. 나는 미동조차 없이 뿌리에서 잘려나간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는 미간을 잠시 구겼다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것을 내 입에 갖다 대었다. 미적지근한 온기가 섬뜩했다.
“꽤 먹을 만하다고 했었지. 특별히 주는 거니까 좋게 말할 때 입 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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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아무것도 안먹는다고 자기 손가락 잘라서 주는 공 처음 본다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