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는 그냥 맑눈광 이상주의자 머릿속 꽃밭 캐릭터가 아닌데................. 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 머... 개인적으로 나는 엠마 서사와 성격 가치관 모두 좋아한다...
물론 애니 2기만 보고 원작 안 봤으면, 이건 딱히 논란의 여지없이 당연히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함. 애니는 애를 노먼여친1로 만들어놨으니까...ㅋㅋㅋㅋㅋㅋ노먼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애로 만들어놓고 죽이는 건 싫어!! 이러면 당연히 답답하고 납작한 캐릭터가 되지... (골펀도 빼고 유고와의 서사도 빼고 쉘터 생활도 빼고 엠마 아주 종이야 팔랑거려 납작해...)
원작에선 골디펀드에서 끔찍한 상황도 보고 귀신들이랑 싸우고 크게 다쳐서 사경을 헤매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신을 몰살시키지 않는 선택을 하지.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엠마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중요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 애니는 그걸 그냥 없앴나 진짜. 왜... 아무튼 이게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꼭 이것 때문만은 아님. 엠마가 이상주의자가 아니라는 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고 보니까.
일단 귀신은 당연히 몰살해야지~ 엠마 답답해~ 이러는데 솔직히 귀신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잖아. 인간을 먹어야만 이성을 가질 수 있었으니... 그러나 무지카가 그 선택지를 주는 거임. 인간을 먹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를. 귀신이 인간을 먹지 않아도 되면? 굳이 인간을 사육할 필요도 없고, 그럼 인간이 귀신을 죽일 이유도 없음.
다만 선택지가 있음을 알았던 귀족 귀신들은 다르지. 그래서 그들은 거의다 끔찍한 최후를 맞는 것이 원작에서도 드러나있고.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던 일반 백성 귀신들은 엠마들이랑 크게 다를바없음. 살기위해 무언가를 먹는 건 생명체로서는 당연한 행위니까 그 행위에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겠지. 아니 오히려 엠마들보다 먹어야하는 이유가 더 절박함. 먹지 않으면 자신의 이성, 형체까지 무너지는 귀신들이니까. 엠마들은 충분히 다른 대체품을 먹을 수 있지만, 이들은 오직 인간만 되기도 하고.
아무튼 굳이 죽일 필요가 없다는 건, 거의 막판에 엠마가 했던 말이랑 일맥상통함. 증오에서조차도 자유로워져야만 한다는 거 말이야. 그들을 미워하고 죽이고자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것은 너무 아깝고 시간낭비인 거지. 무지카가 존재하는 한, 귀신의 몰살은 정말 "굳이?" 인거니까.
죽일 이유가 없는데 귀신들을 죽이고자 하는 거는 그냥 화풀이하는 거임. 게다가 그 화풀이 과정에서 인간이 더 죽을 수도 있는 최악의 선택이지. 귀신을 몰살한다는 건 그들과 전쟁을 하겠다는 거고, 송쥬를 통해서 인간과 귀신이 서로를 얼마나 많이 죽고 죽였는지를 알고 있음. 그런데 식용아들의 전력은 외부 도움도 없는, 기껏해야 신체개조 몇명이랑 평범한 아이들이 총을 들고 있는 수준임. 고등지능을 가진 종을 절멸한다는 게 그정도 인원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 오히려 더 말도 안돼. 실제로 귀신의 여왕과 싸울 때 비중있던 조연들은 중상을 입었음. 만약 전부 몰살시키는 선택을 했었다면 인간 중 누군가는 분명 더 죽었겠지. 이성적으로든 전략적으로든 그런 선택을 굳이 할 필요가 없음. 오히려 엠마가 합리적인 거임.
그리고 무엇보다 엠마가 이상주의자에 머리 꽃밭이었다면 하우스에서 탈출할 때 4살 이하의 애들도 억지로 다 데리고 나왔지... 마지막에 결국 그 선택을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하우스 탈환이 늦어지면서 출하된 아이들도 있음. 또 처음 새를 사냥해서 죽일 때에도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고민하면서도 받아들이는 장면이 있음. 생명이란 결국 다른 생명을 잡아먹으면서 살 수밖에 없다는 거. 이상주의자였다면 이렇게 다른 생명을 죽이는 짓도 못했겠지. 엠마는 충분히 현실과 타협할 줄 아는 아이임. 구하지 못하는 죽일 수밖에 없는 생명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구할 수 있는 생명은 반드시 구하려고 하는 것. 귀신을 몰살시키지 않는 것도 결국 이러한 맥락에 속함. 귀신이든 인간이든 다 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 '생명이란 결국 다른 생명을 잡아먹으면서 살 수밖에 없다'라는 것을 기반으로 넓게 생각해보면, 사실 인간을 죽이는 거에 그렇게 분노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지. 우리가 소돼지 잡아먹을 때 그들을 더 인도적으로 키워서 죽이면 좋겠다... 정도는 생각하지만 그런 운동을 직접 실천하는 게 몇이나 될까? 귀신에게 인간은 딱 그정도~그이하 정도의 인식만 있음. 그게 당연함. 앞서 설명했듯이 살아가는 데에 인간이 필수적이니까 더더욱.
그리고 원작에서 무지카의 입으로 직접 언급됨 엠마는 씩씩한 아이가 아니라 씩씩할 수밖에 없던 아이라고. 억지로 이상을 말하고 희망적인 가능성을 논함으로써 가족들의 원동력이자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함. 무지카와 송쥬와의 만남만으로 얻은 작은 가능성을 굳이 이야기한 것도 최대한 싸우지 않아도 되기를, 가족들이 더 힘들거나 아프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고.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목표는 인간세상으로의 탈출(or인간만의 세상)과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자신들이 피를 덜 흘리는 게 당연히 좋잖아. 그런 가능성을 알려주는 건 무리해서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과 일맥상통하니까 당연히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거지.
또 새로 약속을 맺을 때에도 자신만이 홀로 가족들을 전부 잊어버리는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임. 자신이 지금껏 말한 희망을 모두 자기 선택으로 >>>>책임졌음.<<<<<<
게다가 그 선택으로 인해서 슬퍼질 것은 알지만,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더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엠마는 저울질을 할 줄 아는 아이임. 모두가 행복하지 않으면 안돼!! 같은 맹목적인 맑눈광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입만 산 이상주의자가 아니란 거임.........
나는 이렇게 엠마를 이해해왔고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음은 아니까... 딱히 저격이라든가 화내는 건 아녀... 그냥 언젠가는 글 써보고 싶었어서 쭉 주저리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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