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연거푸 비웠다. 네 마음은 나를 향하는 법이 없었고 네 다정한 눈길은 타인의 것이 된 지 오래다. 비가 잔뜩 나리던 날,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내 앞에서 얼굴을 붉혔고. 오늘, 네 그 대단한 다정이 끝내 그 사랑을 이뤄냈다. 웃을 때 보조개가 쿡 박히는 사람이었다. 네가 자주 얘기하던 연예인을 닮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달고도 쓴 것이 이제는 짜게만 느껴진다. 폐에 늘러붙어 숨을 뱉어내는 내내 코에서 짠내가 난다. 축하해. 잘 어울린다. 형식적인 텍스트를 썼고, 퍽 장난스러운 이모티콘도 보냈다. 네 카톡 프사에 있는 네 연인은 아주 예뻤다. 웃을 때 눈이 휘어지는 것과, 입꼬리가 위쪽으로 말리는 것과 별개로. 네가 보는 그 사람이, 이렇게 예쁘구나. 나는 깨달았고 그건 내가 청승맞게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울어야한다는 걸 의미했다. 어디에 내보이지도 못할 초라한 조각을 끌어안고. 욕심과 일말의 양심이 뒤섞인 술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나는 너를, 참으로 좋아했다.
추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