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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3년 전 (2021/5/22) 게시물이에요
악인은 왜 태어나는가.  

 

해솔은 어릴 적 부터 혼자 그런 환상을 봤다. 사람들이 모두 괴물로 보이는 환상. 사람들은 저마다 이상했고 그 이상한 점이 보일때마다 속에서 사람이 기괴해져 나중에는 사람 형상이 오그라져 괴물로 다시 보였다.  

 

이 눈앞에 괴물들을 모두 쓰러뜨리면 히어로가 되는걸까. 

 

거대한 괴물은 집에도 있었다. 어머니가 해솔을 가졌다고 했을때 돈을 주며 어디서 버리든 지우든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하던 아버지와 굳이 낳아 놓고 빌미로 아버지에게 달마다 돈 뜯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다.  

 

존재의 가치는 아버지가 주는 돈으로 정해졌다. 많이 준 날엔 양복입고 밖에 나가 외식을 해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동네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눈에 사며 가끔씩 어머니의 다정한 많이 먹으란 목소리를 들으며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며칠간은 또 못 먹으니까 이런 날이어야 밥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 아버지란 사람이 적게 준 날엔 열살도 안 된 그 작은 아이를 빈 집에 혼자 놔두고 다른 아저씨와 화장 섞인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들어올 어머니를 기다렸다. 아예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같이 들어온 날엔 용돈을 받고 방 안에 문을 꼭 닫고 티비소리를 크게 틀고 흘러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잤다. 

 

해솔이 중학교 다닐 때 즈음 어머니는 아저씨랑 떠났다. 며칠은 어디서 사고라도 난 건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학교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뜬 눈으로 어머니만 기다리다가 찾아온 자기가 진짜 친아버지란 사람을 보며 깨달았다. 어머니가 나를 버렸구나. 

 

해솔을 가뒀던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앞에는 담임선생님과 말로만 듣던 친아버지가 있었다. 세계가 일순간 일렁였고 앞에 보이는 두 사람도 울렁였다. 어머니가 숨기라고 열 살도 안 된 아이를 차고 꼬집은 덕에 숨기는게 익숙해진 해솔이 가까스로 참아내고 정신을 차리고 본 친아버지란 사람은 퍽 다정해보였다. 정도 없는데 무슨 생각으로 해솔을 키울 돈을 보내줬는지 새어머니에게 무슨 낯으로 자신을 소개 할 건지 처음부터 버렸으면서 왜 이제야 찾았는지, 같은 말은 안 나오고 또 한번 버려질까 아무 것도 몰랐던 척 아무 말 안 했다. 

 

밖은 화창했다. 방음 안 되는 집들 사이로 괴물들의 소리가 울렸다. 이미 해솔의 어머니는 도망갔고 친아버지가 찾아왔다는 소리들. 어머니가 다른 남자 손잡고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해솔만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다 모르는 척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모르는 일들까지 눈으로 귀로 다 보고 들었으면서, 자기들끼리 속사정을 꿰뚫어 봤으면서, 학대 받는 나를 왜 모르는 척 한 거야. 그때에 친아버지가 나를 뒤돌아보며 웃었다. 똑같이 웃음지으며 동네를 돌아봤다. 고스트 타운. 괴물들의 집합. 괴물들도 죽으면 유령이 될까. 마지막 퀘스트를 끝낸 히어로는 시간이 지나 빌런이 되어 있다. 

 

​ 

Bitter sweet: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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