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에 썸 타던 기간에 몇번 밖에서 만났었는데 내 친구 말로는 오빠가 집도 잘 살고 우리 지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 살고 뭐 아빠가 중소 사장이고 그렇대 그래서 나는 뭐 나도 못 먹고 사는 편은 아니고 딱히 남이 잘 살고 못 사는 거에 관심 없어서 그렇구나 생각 했거든? 근데 오빠가 드라이브를 가자고 해서 집 앞으로 나왔는데 누가봐도 좀 오래된 차가 서있는 거야 진짜 막 10년 이 정도도 아니고 거의 20년은 돼보이는 차? 앞범퍼도 살짝 들려있고 그냥 구식 승용차였어 그냥 나도 모르게 집이 그렇게 으리으리하다고 들었는데 차가 그렇길래 좀 의아하단 생각이 들긴 했었어 근데 어차피 내 차도 아니고 그냥 썸남 차고, 딱히 별 생각 없어서 차 타고 가면서 이런 저런 얘기 하는데 어쩌다가 돈 많이 벌면 뭐하고 싶냐, 로또 당첨 되면 뭐 할까 이런 얘기 하는데 차를 제일 먼저 사고싶대 지금 타고있는 차도 성인 되자마자 돈 벌어서 바로 중고로 산 차고 20대 초반 젊은 사람이 누가 봐도 비싼 외제 승용차 타고 다니는 건, 사실 너무 사치 같아 보이기도 하고 부모님한테 손 벌려서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기가 돈 꾸준히 벌어서 멋진 차 사고 싶다고 그 말 하는데 뭔가 집이 그렇게 부유한데도 불구하고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리고, 또 사치나 남들한테 얼마나 잘 사는지 과시하고 싶어하는 과시욕도 없고 오히려 너무 검소하고 성실해 보여서 급 호감이 갔음 사실 내 주변만 봐도 엄마가 차 사줬다, 아빠가 차 사줬다 하고 젊은 나이에 외제차 끌고 나오고 우리 부모님 능력 좋다고 필요 이상으로 으스대는 사람들도 좀 봤거든 근데 그 사람들 못지 않게 환경 좋으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자기가 노력해서 일궈내려는 면모가 보여서 그 때 처음으로 사람이 참 괜찮다 생각 했었음 그리고 3년째 만났을 때 차 바꾸고 라운지도 차리고 나름 본인만의 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