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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보쿠토 코타로.
복도를 걸으면 주변에서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들으라고 저러는 건지, 아니면 진짜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쟤가 걔지? 보쿠토가..."
"맞는 거 같은데..."
내가 생각해도 내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란 건 안다. 그렇다고 남에게 이유 없이 미움 받을 만한 짓을 하고 다니지도 않았다.
그 말은 고로 내가 전혀 나랑 상관도 없는 남한테 저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단 거다.
"야."
"히익."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나한테 와서 이야기해. 그렇게 뒤에서 기분 나쁘게 속닥거리지 말고."
"그.. 그런게 아니라."
"니들끼리 내 이야기를 하든 뒷담을 까든 상관 없는데 적어도 나한텐 안 들리게 하지? 앞에서 말할 거도 아니면서 쫑알쫑알 시끄럽게."
"미... 미안. 그런 건 아니고 난 그냥."
"너희 변명은 별로 안 궁금하고 앞으론 주의하란 뜻이야."
뒤돌아서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또 다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러니까 보쿠토가 싫어하지.
방금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학습능력이 없는 애들인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 일의 원흉은 전부 보쿠토 코타로다.
***
보쿠토 코타로. 후쿠로다니의 유명인이자 인기인이다.
성격 좋고, 얼굴도 잘생겼고, 몸 좋고, 활기차고 긍정적이어서 주변에 있기만 해도 기분이 업 되는 그런 부류의 사람.
솔직하게 말하자면 보쿠토에 대한 나의 평가는 좋으면 좋았지 절대 부정적이진 않았다.
그래. 않았다. 이 평가는 이제 빌어먹게도 과거형이다.
지금 보쿠토는 나에게 커다란 똥을 선물한 천하의 개'자식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우리의 첫시작이 나빴나? 아닌 거 같은데.
그 유명인 보쿠토 코타로와 엮이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만한 우연.
보쿠토와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거다. 그 애는 나를 몰랐겠지만(당연하다. 나는 정말 평범한 학생 1이니까)
나는 그 애를 알고 있었고, 경기 보러 간 적도 있었고, 응원한 적도 있고.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래서 보쿠토와 같은 반이 됐을 때도 그냥 에너지 넘치는 애랑 같은 반이 됐네. 좀 시끄러울려나. 이게 전부였다.
하필이면 같은 짝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한 달 후면 자리가 바뀔 거고 그 때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안녕, 보쿠토."
"오! 안녕!! 이름이 뭐야?!"
"닝이야."
"닝이구나! 근데 내 이름 알고 있네?!"
"응. 너 유명하니까. 경기 보러 갔었어. 멋있더라."
"!! HEY HEY HEY!!! 역시 나야!!!"
두 팔을 번쩍 들고 소리 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싫진 않았다.
티 없이 맑게 웃는 모습이 좀 귀엽다고도 생각했고.
그 이후로도 잘 지냈었다.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고,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보쿠토가 떠들고 내가 경청하는 쪽이긴 했지만 보쿠토와의 대화는 꽤 즐거웠다.
라인 아이디도 나눴고 서로 부활동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서로 맛집을 공유하며 같이 밥을 먹으러 간 적도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턴가 보쿠토가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보쿠토."
"!!! 아 닝! 미안 내가 지금 바빠서!"
"어이, 얌마 보쿠토!"
코노하와 이야기하고 있던 보쿠토가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너무 티나는 거 아닌가.
내가 뻘쭘하게 올린 손을 내리자 코노하가 난처해하는 게 보였다.
"괜찮아. 보쿠토가 바쁜가 보네."
"저 녀석이 갑자기 왜 저러냐. 미안하다."
"코노하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그러면 점심 맛있게 먹고 다음에 봐."
"어, 그래. 너도 점심 맛있게 먹어라."
그 때까지만 해도 보쿠토가 뭔가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알 수 없는 내외는 하루, 이틀. 일주일, 그리고 벌써 두 달째다.
말만 걸면 도망가고 나랑 눈만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름을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피해버린다.
주변에서 봐도 보쿠토랑 닝 무슨 일 있어? 둘이 싸웠어? 라고 물을 정도로 말이다.
이유라도 알고 싶은 데 저렇게 티나게 피하니 잡을 수도 없다. 그 때까지도 소문이 심하진 않았다.
이 소문이 심해진 건, 그래 그 때였지.
일주일 전에 결국 참다 못한 내가 보쿠토를 부르며 손목을 잡고 보쿠토가 탁 소리가 나게 내 손을 쳐낸 거다.
그것도 학생들이 가능했던 우리 반 교실에서.
시끄러웠던 교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쳐내진 손을 말 없이 쳐다보다 보쿠토와 눈을 마주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마주본 게 얼마만인지.
동그랗게 커지는 노란 눈동자를 보니 의도하고 그런 건 아니란 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의도했든 아니든. 내가 그걸 왜 이해해줘야 하는데.
"...닝 그게 아니라."
이번엔 보쿠토가 아닌 내가 도망쳤다. 쳐내진 건 내 손이었는데 내가 저 절벽 아래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이유가 뭔데? 왜 나를 피하는 데? 내가 너한테 실수했어?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말해주면 안 돼? 무슨 일 있어?
라인으로 메세지를 남기려다가 이런 말은 얼굴 보고 하고 싶어서 몇 번이고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그 때마다 번번히 보쿠토가 도망을 가버렸지만 말이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리 각별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잡았을까.
깔끔하게 보쿠토한텐 더 이상 말 걸지 않으면 된다.
그래, 그러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는 데, 지금 나는 아주 거지 같은 상황에 휘말리게 된 거다.
그 보쿠토 코타로가 싫어하는 애가 있대. 대화도 안 할려고 한다더라.
보쿠토가 왜 싫어한대?
몰라. 그런데 분명 걔가 이상한 애라서 그렇겠지.
맞아, 보쿠토가 이유없이 남 싫어할 만한 애는 아니잖아.
걔 성격이 이상한 거 아니야?
그 앤 몇 반인데?
보쿠토랑 같은 반이래.
보쿠토도 그런 애랑 같은 반이면 힘들겠다...
할 짓 없는 애들의 가십거리가 되어 잘근잘근 씹히는 기분은 참으로 불쾌했다.
멋대로 나를 재단하고,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고.
살가운 편인 아니었던 성격에다 딱히 친구가 필요하다 생각했던 적이 없는 탓에 얕은 인간 관계는 소문을 더욱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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