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이성 사랑방
나는 지금 일본에 살고 있고, 일본인 애인이랑 지금 3달정도 사귀고 있어.
나를 만나기 전까지 한국음식을 따로 먹으러 한국음식점에 가본적도 없고,
요즘 일본에서 흔히 인기있는 한국 아이돌 좋아해본 적도 없고,
자기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가는 그런 아이야.
사귀기 전에도, 자기 부모님은 시골 사람이기도 하고 보수적이기도 해서
외국인 애인 있다고 하면 놀라고 뭐라고 할지도 모른다고 그랬었고,
나랑 사귀고 나서 부모님한테 한국인 애인 생겼다고 얘기하니까
외국인이랑 결혼은 조금 그렇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거다 이런식으로 말했다고 하더라구.
그리고 중국,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으신 것 같았어.
그런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으니 기본적으로 내 애인도 어느정도 한국에 대한 인식이 엄청 좋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냥 생각만 했었는데 가끔가다가 툭툭 내뱉는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됐고,
어제는 결국 팡 터져서 울어버렸어...ㅠ
예를 들어 어떤 일들이 있었냐면,
슈퍼에서 식재료 사는데 같은 회사, 같은 양, 같은 종류인 식재료가 있는데 둘이 가격차이가 나는거야.
왜그런가 자세히 살펴보니까 싼 쪽이 한국산이고 비싼 쪽이 일본산이더라구.
애인이 그거 보고 "아~ 이건 한국산이니까 싼거네. 일본인은 일본산에 대한 믿음이 있거든. 한국산이나 중국산이라고 하면 조금...ㅋㅋ" 이러는거야.
난 '한국사람은 한국산을 믿는다. 솔직히 중국산은 한국인도 별로 좋게 안 보는데, 한국산이라고 하면 더 비싸고 그렇다. 그러니까 한국산 믿고 사도 된다.' 라고 했어.
근데 애인은 계속 갸우뚱 하면서 "한국산은 조금... 일본산 사자 ㅋㅋ" 이런 반응이었어.
결국은 한국산이 더 싸기도 하고 결국 한국산을 샀는데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어.
그리고 어느날은 전날에 무조림을 만들어서 먹고 당일날에는 육개장을 만들어서 먹으려고 했더니
애인이 "오늘은 일본음식 만들자." 라고 하더라구.
내가 그러자고 하고 뭐 만들거냐고 하니까 애인이 생각해보자는거야.
그래서 내가 '나는 한국음식밖에 모르니까 뭐 만들어야될지 모르겠어 ㅋㅋ' 라고 하니까
'아무튼 오늘은 한국음식 말고 일본음식으로 하자.' 라고 하더니 '내가 맨날 한국음식만 먹는거 알면 우리 엄마가 화낼걸' 이러는거야.
내가 "왜 화내시는데?" 하니까 '한국음식은 맵고 짜고 자극적이라서 몸에 좋지 않잖아.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은 음식이니까?' 라고 하더라구.
거기서 또 순간 기분이 안 좋았어.
또 어느날은 같이 텔레비전을 보는데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위안부, 혐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어서 그걸 같이 보고있었는데
애인이 '솔직히 이제 우리 세대는 관계 없는 얘기잖아? 일본이 한국에 사과하기도 했고 한국이 안 받아주는거고...' 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러게. 우리 둘 사이에서는 관계 없는 얘기지. 근데 한국은 일본이랑 다르게 역사 공부가 필수고 내가 여기서 얘기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사실을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둘 사이에서는 관계 없는 얘기니까 내가 말을 아끼는거다. 내가 사실을 말하면 일본인은 화낼거다.' 라고 말했고
얘기가 독도 얘기로 넘어가게 됐어.
애인이 "독도는 어떻게 생각해?" 라고 하길래, "한국땅이라고 생각하는데." 라고 대답하니까
애인이 '독도는 솔직히 지금 어느 누구 땅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여러가지 이익이 있으니까 갖고 싶긴 하다. 한국 군대가 점령하고 있긴 하지만.' 이라는거야.
나는 '한국땅인데 일본이 자꾸 가지려고 하니까 한국 군대가 지키고 있는거다.' 라고 했어.
그랬더니 마지막엔 "하이하이! 그래서 우리 둘 사이에 이게 관계 있는 일인가요? ㅋㅋㅋ" 라고 해서 그냥 둘 다 웃으면서 얘기 마무리지었었어.
아무튼 이런식으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20년 넘게 나고 자라왔으니 얘기가 안 맞고 그런건 많이 있었어.
근데 어제는 너무 서러워서 울었어ㅠㅠ
오랜만에 한국 음식 해볼까 해서 두부조림 만들려고 하니까, 이게 무슨 요리냐면서 놀라는 얼굴로 물어보더라.
두부조림이라고 하니까, 레시피 보면서 만들라고 하는거야.
레시피 안 봐도 대충 엄마가 만들던거 보던게 있으니까 안 봐도 만들 수 있다고 하니까
'너는 한국인이라서 한국음식에 거부감이 없겠지만, 나는 일본인이라서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있다. 그런데다가 레시피 안 보고 만든 한국음식은 무섭기까지 하다.
니가 인도인이 레시피 안 보고 맘대로 만든 인도음식 먹으라고 하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겠냐.' 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한국-일본이랑 한국-인도는 다르지 않냐고, 가깝기도 가깝고 식문화도 비슷한 점이 많고 하니까 그거랑 그거랑은 좀 다르지 않냐고 했더니
'한국인은 일본이 가깝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일본인은 일본음식 이외에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일본은 일본이라고 생각하니까.' 라는 식으로 말하더라구.
조금 속상하긴 했는데 알겠다고 하고 레시피 보면서 만드는데,
내가 레시피 보면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양념 재료에 뭐가 들어가는지 자꾸 확인하게 되는거야.
그거 보더니 '바보같다. 일의 효율이 안 좋다. 우리 형이 머리가 좋아서 그런 사람 옆에 있어서 그런지 머리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바로 알 수 있는데, 너는 머리가 안 좋은 거 같다. 분명 너 공부 못 했을거다.' 이러면서 장난식으로 웃으면서 말하는거야. (얘네 형이 참고로 일본의 서울대 느낌의 대학교 졸업했어.)
그 말 들으니까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게 터지면서 너무 서러워서 음식하다가 울었어.
그래서 애인이 우냐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엄청 사과하더라구.
그게 난 전혀 위로가 안 되고, 그 사과를 받아도 이미 상처가 돼서 너무 눈물이 막 나더라.
내가 여기에 가족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으니까 얘한테만 의지하게 된 상황이라서 결국 사과 받아줬었어.
그렇게 대충 화해하고 밥 먹고 씻고 잠드는데 계속 눈물나고,
그래서 애인이 또 사과하고 그러고 또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도 자꾸 생각나서 얘가 너무 미운거야.
안 되겠다, 계속 얘랑 같이 있으니까 더 얘한테 의지하게 되는거같고
나는 내 집 가서 지내는게 얘랑도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싶어서 애인한테 오늘은 우리집에 가겠다고 하니까
애인이 갑자기 엄청 진지해지더니 미안하다고 하더라구.
자기는 이기고 싶은 마음에 자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막 해버리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얘가 스포츠 하는 애라서 승부욕이 세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건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애인를 사람으로서 존중하지 않는건 별개의 문제잖아?
상처받았다고 너무 속상하다고,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니까 안 그러겠다고, 엄청 사과하고 울기까지 했어.
왜 한국을 무시하냐, 그럴거면 한국인인 나랑은 왜 사귀는거냐고 하니까
그냥 내가 좋아서 사귀는거라고 하더라구.
나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일본에 대한 미움이 있으니까, 그런데도 애인이 좋아서 일본인인데도 사귀는거니까 그렇구나 하고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상처되는 말 하지 말라고 하고 그냥 한 번 속는셈 치고 화해했어.
만약에 또 그런다면 진짜 정 확 떨어져서 헤어지자고 말할 것 같아...
일본인이랑 사귀는 익인들 있니? 아니면 다른 외국인이랑 사귀는 익인들.
나만 이렇게 우여곡절 사귀는거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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