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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75l 6
이 글은 1년 전 (2023/5/31) 게시물이에요


철학 탭이 생긴 기념으로, 재밌고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작성해봤다.

제목의 특집은 그냥 붙여봤다. 별 다른 의미는 없다.


*

 철학 탭이 생긴 것을 보고 헐레벌떡 들어온 본인. 다른 탭과는 달리 공기마저 사뭇 잔잔하니,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듯하다. 철학이라는 단어는 참 오묘하고도, 무언가 있어 보인다. 단어가 주는 신비로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고 싶게 만든다. 일종의 카리스마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이란 녀석을 뚜렷하고 명확하게 알기란 쉽지 않다.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는 잡았다 싶으면 도망가고 보인다 싶으면 사라지는 마술 고양이이다. 우리는 체셔 고양이를 잡기는커녕 그 녀석이 눈만 남으며 점점 사라질 때까지 그 고양이의 행방을 예측할 수조차 없다. 되려, 아리송해 하는 우리들에게 고양이는 수수께끼만 남긴 채 사라진다. 그리고 그 고양이를 보며 우리는 한 문장밖에 말할 수 없다. "Was it a cat i saw?"


 앞으로 쓰여질 글은, 인터넷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글이 그러하듯이, 철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그렇다고 해서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할 수도 없는 사람에 의해서 쓰여졌다. 그렇기에 당부하고자 하는 말은 이 글을 하나의 흥밋거리 혹은 가십으로서 읽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거나 철학에 대한 깊은 통찰력은 얻고자 함은, 비가 와서 생긴 도로 위 웅덩이에서 대양을 발견하고자 할 따름이다. 다른 주제에 비해 철학에 대해 다루는 것은 특히나 조심스럽다. 철학은 인류의 역사를 따라 발전 또는 변화해온 인간 의식의 발자취이고, 그렇기에 너무나 많은 지식과 사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철학에 대한 깊은 담론을 위함이 아니다. 다만 철학이란 바다에서 헤엄을 치다 보면 이런저런 것들을 우연치 않게 보거나 알게 되고, 그것들을 말로 풀어서 이야기하는 과정이 재밌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글은 논쟁이나 논증을 위한 논설문보다는, 일종의 기행문에 가까울 것이다.)

*



1. 철학


 누군가 말했던가? 철학은 불 꺼진 방에서 검은 고양이를 찾는 것과 같다고. 고양이가 제법 순종적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철학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철학이란 고양이는 썩 협조적이지 않은 듯하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리 말하면 과도하게 거창해 보인다. 우리는 철학을 무엇이라 생각할까? 우리가 철학을 하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이 정도의 질문이 좋을 듯하다. 수학이나 사회학과 달리, 철학은 썩 직관적이지 않다. 수학은 숫자를 다루고 사회학은 사회를 다룰텐데, 철학은 대체 무엇을 다룬단 말인가? 아마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은 대부분 희철학이니, Philosophy니 이런저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 뻔하고 재미없는, 심지어 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고 하기도 뭐한 말들은 잠시 치워두자. 물론 철학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에겐 이 단어들의 의미는 중요하겠지만.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함께 고민해보자. 우리는, 우리의 지식에서 어느 정도 범위까지 상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느 범위 밖부터는 상식이 아닌, 즉 개인이 통찰력과 경험으로 얻어낸 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질문이 제법 뜬금없고, 어렵기까지 하다. 이 대목에서 글을 작성한 사람을 다단계, 사이비로 생각하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조금 더 쉬운 질문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지식은 무엇이 있을까?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짚어보자. 해는 무엇인가? 태양계의 중심이 되는 하나의 항성()이다. 땅에서 식물이 자라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햇빛과 물과 약간의 양분. 우리에게 이러한 지식들은 너무나 당연하여 마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태어난, 천부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다시 상상해보자.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감상하던 우리는, 문득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사라져 버렸음을 느꼈다! 이제 여러분과 나는 해가 무엇인지, 식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모른다. 그런 우리가 해와 식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우선 제일 처음에는 호기심일 것이다. 우리는 처음 보는 사물과 현상에 대해 본능적이고도 강렬한 호기심을 느낀다. 우리는 해가 뜨고 지는 이유를,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궁금해 할 것이다. 그리고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행위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농부 혹은 점성술사가 아니라면) 그것에 딱히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고민하고 탐구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알고 싶기에.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앎에 대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철학의 진짜 모습, 지식에 대한 사랑이 나온다. 수많은 강의와 사람들이 철학의 뜻을 열심히 설명해도 우리에게 와닿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식과 상식이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비좁아진 상식의 틈 속에서 호기심과 탐구의 재미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제 여러분은 분명히 알게 됐다. 세상의 미지와 난해함, 심지어 두려움은 사람으로 하여금 지식에 대한 열망을 갖게 했고, 철학적 삶을 살게 했다. 여전히 세상은 모르는 것들로 가득 차있기에 철학은 그 명맥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고, 앞으로도 사람이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져 갈 것이다.



2. 시대 정신


 잠시 상상을 통해 우리가 고대 그리스로 돌아갔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고대 그리스 복장인 키톤을 입고 아폴론 신전에 기도를 드리러 간다. 잠깐, 나는 신을 안 믿고 옷도 따뜻하게 입을 것이라고? 안된다. 우리는 지금 고대 그리스 사람이다. 잊지 말자. 어찌 됐든 고대 그리스로 돌아온 우리들은 아마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큰 괴리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 기침을 하며 쓰러지자 그가 결핵에 걸렸음을 짐작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그것은 오염된 공기를 마신 자의 최후이다. 얼마 전에 돌아온 배에서 선원 몇 명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그 배가 중간에 풍랑을 만났거나 배에서 병이 돌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이 범행을 저질렀다 생각한다.


 우리야 결핵이 무엇이고, 바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잘 안다. 그 뿐인가? 사람의 감정이 심장이 아닌 뇌에서 나온다는 것도 안다. 더불어서 지구 위의 땅이 어떤 모양으로 나있고 어디에 바다가 있는지도 대략 안다. 우리는 지구의 땅 모양 혹은 결핵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탐구한다. 이처럼 철학은 과거를 지나오며 계속해서 쌓인 지식과 사상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처럼 철학은, 그 철학이 만들어진 시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말이 제법 어렵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18세기에 생겨난 철학적 사상은 18세기의 생각 또는 환경과 분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고대 그리스에서 이러한 지식과 상식들은 대부분 밝혀지기 전이거나 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던 내용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사람들은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이유가 태양신 헬리오스가 전차를 몰고 끝없는 여정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꽃의 색이 붉은 이유는 사연이 담긴 인물이 죽고 흘린 피 위에서 자라난 식물이기 때문이라는 설화도 몇몇 개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현실은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달리 말해 '추상적'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추상적인, 신까지 동원하며 그러한 것들을 설명했다.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와 여러 인물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기록했다. 〈향연>의 대미는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돌아가며 사랑의 신 에로스를 찬미하는 부분이다. 이 때 그 곳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혹은 소크라테스까지 인간 활동의 많은 것들을 에로스 신을 통해 묘사한다. 그들에게 가장 추상적인 개념인 신은 가장 현실적이고 속세적인 인간 활동을 설명하는 수단이었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 사람들, 더 나아가 특정 시대의 사람들은 그 시대의 관념과 지식을 통해 탐구했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이는 곧 앎에 대한 추구이며, 철학이다. 철학의 아래에는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모든 지식과 상식들이 있다. 이러한 관념과 지식, 이것을 시대 정신 또는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결국 철학은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지식 혹은 상식인 시대 정신을 만들어내며, 그 시대 정신은 다시금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지식과 상식을 만들어내게 한다.


*


원래는 더 작성하려 했으나 정제하여 글을 쓴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우선 여기까지 작성한 뒤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또 쓰는 걸로...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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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인1
맞습니다, 과학적 해석과 관점은 언제나 바뀔 수 있죠 - 인간의 의식 구조와 심리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옛시대 인간들은 자신과 세상을 거의 분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이용해 인간의 의식 구조와 심리를 수준 높게 표현 했죠(신화), 종교도 마찬가지고:
어쩌면 그것이 자연의 이치를 닮고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학은 사물과 자신을 완전히 절단하여 있는 그대로를 보기 때문에 신화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를 다룹니다. 신화는 인간의 의식 구조와 심리 문제를 나타낸 것이고, 과학은 대상(분리되어 타자화 된 대상)을 다루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과학과 철학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상을 타자화시켜 분석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대상을 다루느냐가 차이점이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학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분리시켜 타자화된 대상으로 나의 존재를 부풀리는 이성적 방법" 지식에 대한 갈증은 그래서 근본 욕망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구축하고 부풀린다.-이것이 우리의 모든 욕망의 본질입니다.- 제가 확실히 생각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과학적 방법만으로는 결국 인간은 세상과 합일할 수 없습니다, 신화적 방법과 과학적 방법이 서로 협력해야만 음양일체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1년 전
익인2
철학의 아래에는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모든 지식과 상식들이 있다.
헉 이부분 되게 재밌어요 또 써주쉐이

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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