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용음악과 전공생이란 말야
초중고 때 진짜 어딜 가나 노래 잘 한다는 소리 많이 듣고, 나 스스로도 노래 정말 많이 좋아했고
그래서 정말 공부 못 했는데 엄마가 인문계 갈 성적 되면 실용음악 학원 다니게 해준다고 해서
연합고사 석 달 앞두고 미친듯이 공부해서 원래 뒤에서 10% 들 정도로 (평균이 보통 30점대) 공부 못 했는데
연합고사 문제없이 합격해서 인문계 갈 정도로 진짜 진짜 좋아했거든
근데 사실.. 여기가 작은 지역이라 실용음악 학원이 체계적이지 못 해서
선생님도 계속 바뀌고, 쌤들도 다 어중이 떠중이 같은 쌤들 써서 나한테 맞는 트레이닝을 안 시키고
자기 방식을 나한테 주입하는 식의 트레이닝을 시키고, 쌤도 1년에 서너 번씩 바껴서 뭐.. 제대로 된 걸 배워본 적이 없는 거야.
그래도 지역에서 꽤나 큰 규모의 학원이었어서 원생이 130명 가량 됐는데
처음 학원 들어갔을 때 월말 평가에서 2, 3학년 언니 오빠들 다 제치고 1등도 해보고, 우리 학원에 진짜 실력자 들어왔다 이런 소리도 들어보고
그 후로 3개월 내리 5등 안에 들면서 다른 선생님들도 "너는 진짜 좀만 더 하면 트레이너 해도 되겠다. 니네 쌤 따라 잡겠다." 할 정도로 잘했었는데
배우지 않아도 노래를 잘 했던 내가, 오히려 소리는 여기서 나야하고 호흡은 어떻게 해야하고 라는 학습이 들어가고, 머리 굴리면서 노래를 하는 순간 정말 엉망이 된 거야
그 땐 내가 '배우지 않아도 잘 했던 애.', '나한테 맞지 않는 소리를 배우고 있다.' 라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 했고
그냥 갑자기 생겨버린 이상한 습관들과 실력 감소에 자존감만 낮아졌었어.
아무튼 나는 지금까지도 원래 노래하던 방식대로는 노래를 못 해. 배우지 않고도 잘했던 걸 배우고 나니까 이제는 머리 안 굴리고 자연스럽게 잘하는 방법을 까먹어 버렸어.
무살 때 실음과로 탑 찍는 학교 다니는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악기 쪽이었거든,
나보고 보컬 좀 알려달라길래 내가 "너네 학교 애들이 훨씬 잘하는데 왜 나한테 알려달래." 라고 하니까
남자친구가 "우리 학교 애들은 대부분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잘 못 가르치겠대." 라고 답 하는 걸 듣고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
그렇게 차차 현실의 벽을 느끼고, 실력도 가면 갈수록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음악 접어야 하나 맘 먹었을 즈음에
성대 폴립을 발견하게 됐어. 원래 결절은 고딩 때부터 있었는데, 결절 생겼다고 노래를 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그게 발전해서 폴립이 된 거지
그래서 폴립 제거 시술 같은 수술? 도 받고, 그렇게 두 번째 수술 받고서 세 번째로 폴립이 생겼을 때 이제 그냥 놓아야겠다라고 완전히 맘 먹은 것 같아
그 때 이후로 3-4년 정도는 노래를 부르지도, 잘 듣지도 않고 지냈고 그냥 나한텐 되게 소중하지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단 말야.
근데 항상 친구들이랑 만나서 노래방 갈 일 생기면 한 친구가 "ㅇㅇ이 실용음악과 나왔잖아~" 이러면서 띄워주는데
걔네도 나랑 노래방 안 간지 오래 된 애들이라 내가 이렇게 실력이 줄었다는 것도 모를 거고, 그냥 부르기 싫고 창피하고 부담스럽고 그렇단 말이야.
근데 한 친구가 유독 나를 나서서 나를 많이 띄워주고 이러는데, 내가 노래할 때마다 특정한 음에서 목 안이 진짜 톱니바퀴로 갈리는 느낌이 들면서 턱하고 막혀버리고
그 이후로 한 몇 분 동안은 낮은 음조차도 노래를 못 부르거든? 결절이나 폴립 때문인 것 같은데, 아무튼 그 친구한테 "아 나 지금 결절이나 폴립 때문에 목이 너무 아프다."
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어 나도 그거 있는 것 같다." 하면서 나랑 같은 증상이라면서 자기도 그거 있다고 하는 거야.
근데 난 그 친구가 노래하면서 멈추는 것도 못 봤고 힘들어하는 것도, 목 아프다고 하는 것도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내가 그런 증상 있다고 말하니까 자기도 그렇다고 말하는 게 그냥 너무 싫게 들리는 거야.
내가 노래에 대한 상처가 깊어서 혼자 그렇게 느끼는 거긴 한데
그 친구는 노래를 안 배웠는데도 잘 하는 편이거든, 그러니까 그 친구가 먼저 나서서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나를 실용음악과라고 띄워주고, 근데 또 내가 목아프다고 하면 자기도 같은 병 있어서 목 아프다고 말하는 게
그냥 자꾸 노래로 나를 심판대 위에 세우고, 자기도 나랑 같은 증상이 있는데 자기는 잘 부른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가 라고 나 혼자 확대해석하고 그 친구에 대한 열등감을 품는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너무 속상해. 이게 너무 못난 행동이라는 것도 알고 다 내 안에서 생긴 문제, 상처 때문에 엄한 곳에 화푸는 거라는 것도 다 아는데
그냥 .. 노래 관련해서 난 정말 목아파서 노래를 못 하겠고, 그래서 괴로운데
그런 증상이 없으면서(이건 무조건 노래할 때 중간에 중단하는 상황이 한 번이라도 생겨야만 해. 안 생길 수가 없어. 진짜 목이 턱 막히고 소리가 안 나오는 현상이라서.. 근데 단 한 번도 보질 못 했어 몇 년 동안)
자기도 나랑 같은 핸디캡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얄밉고 밉고 그렇지 .. 진지하게 난 목이 아파서 목소리 자체가 안 나온다고 해도 "나도 나도, 나도 그래" 하면서 말하는데
나한텐 목 아픈 게 너무 큰 상처고 쉽게 말할 내용이 아닌데, 그냥 내 아픈 상처와 같은 증상을 본인도 겪고 있다고 제대로 진단 받지도 않고, 증상을 보이지도 않고 말하는 게 그게 너무 밉게 느껴져
나도 내가 못났다는 거 다 알고 열등감 그 자체라는 것도 알아서 그게 젤 괴로워 그냥 노래 관련 얘기를 안 하면 될 일인데 노래 얘기 나올 때마다 나 실용음악과인 거 언급되고
그럼 난 또 지금은 노래 안 한다 못 한다고 얘기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또 반복임 ㅋㅋ 에혀.. 못났다 못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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