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아빠 발인하는데 너무 짜릿하고 계속 웃음이 났어 사람들이 미친줄 알까봐 참아보려고 했는데 안되더라
아빠덕분에 그동안의 내 21년은 지옥과도 같았고 죽는 것보다 힘든 삶이었어 여섯살 때 아빠가 엄마한테 칼 휘두르고 접시 던지는 모습을 볼 때도 열두살 때 아빠가 운전하다 말고 아무도 없는 공터에 차 세워 엄마 끌고가서 발로 개패듯이 찰때도 나도 아빠한테 맞는 걸 엄마한테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중학생 때 처음 엄마한테 들켜서 엄마가 나한테만큼은 손대지 않기로 했잖아 하며 울부짖을 때도 고등학생 때 가정폭력 의심하는 선생님 눈 피해서 내 복부만 집중적으로 걷어찼을 때도 나는 아빠를 아빠라고 생각했나봐 밤마다 달한테 빌었어 아빠가 엄마랑 저를 때리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지금 생각해보니까 후회가 돼 아빠가 술에 떡이돼서 죽을거라고 천장에 목 매달 때 그냥 죽게 놔둘걸 뭐그렇게 살리고 싶어서 악착같이 아빠한테 매달렸을까
달이 이제서야 내 소원을 들어주셨나봐 조금만 있었으면 내가 아빠 칼로 찔러 죽이고 감옥갔을텐데 혼자 알아서 심장이 멈쳐줘서 고마워 진짜 고마워 평생 아빠한테 고마운 점이 단 한 개도 없었는데 이거 하난 고마워
아빠가 죽은 덕분에 난 드디어 벌벌 떨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아빠가 방문 따고 들어올까 걱정 안해도 되고 엄마가 나 감싸안고 아빠가 때리는 거 막아주는 모습 안 봐도 돼 너무 고마워
아빠는 꼭 지옥 가야돼 꼭 벌받고 살아 나랑 엄마 때린거 몇천배 아니 몇억배로 되돌려받아야해 아빤 죽어서도 고통받는 삶을 살어 앞으로 아빠 묘지에 사람 한 명도 가지 않을거니 누구보다 쓸쓸하게 있어
아빠 장례 끝나고 엄마랑 나랑 집에 와서 울었어 엉엉 울었어 그리고 둘이서 거실에서 밥도 시켜먹었고 나중에 거실에서 엄마랑 이불피고 나란히 자기로 했어 나 이런거 처음 해봐 앞으로 엄마랑 둘이서 여행도 가볼거고 알바 열심히 해서 울엄마 호강시켜줄거야
아빠 양심이 있다면 우리 엄마랑 결혼하지 말지 나 세상에 안 태어나도 되니까 엄마 다른 좋은 남자 만나서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 꾸리게 놔두지 왜 엄마랑 결혼했어 왜
나는 꼭 아빠같은 남자 안 만날거야 누구보다 행복하게 앞으로 살아갈거니까 아빤 하늘에서 꼭 지켜봐 그리고 아주아주 나중에 내가 죽으면 그래서 만나게 되면 아는 척 하지마 난 오늘부로 드디어 아빠가 없는 사람이 됐고 앞으로도 아빠가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으로 살아갈거야 누구보다 불행하게 잘 살어 아빠가 죽어준 덕분에 난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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