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엄마가 자기 태도를 고쳐 보겠다고 했고, 말투를 고쳐 보겠다고 함. 20년만에 저러다니 진짜 사람이 바뀌는건가 싶었어.
근데 자기가 말투를 고쳐 보겠다고 해 놓고 넌 나한테 잘했냐, 네가 나한테 고치라고 말할 자격있냐 하고 조롱하는 순간 알았어. 소리지르고, 비꼬고, 조롱하고. 이 사람은 평생 안 고쳐지겠구나. 보통 자신이 행동을 고치겠다 하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게 당연지사 아닌가? 상대방이 나로 인해 기분이 나쁘다 하면 보통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돌아보고, 납득이 안 되었다면 뭘 잘못했는지 물어보길 마련인데.
뭐가 잘못되었냐고, 말을 안 하면 자기는 모른다고 말을 하지만, 이미 내가 뭐가 잘못되었다고 말을 해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거 다 보임. 내가 잘못했지? 내가 고칠게. 근데 너도 나한테 ~하지 않느냐 하면서 조언을 구하는 입장이어도 일방적으로 자기가 선처하듯이 말을 하는데 기분이 뭐가 안 나쁘겠냐고. 이 문제의 결론은 내가 이 집에 얹혀사는 거 자체가 잘못이라는 걸로 결론나더라. 나 어릴 때부터 인식이 거기에서 벗어나질 않아. 내가 성인이 되어서 그랬다기에는 미성년자 때부터 난 이 집에 얹혀사는 거고 넌 내 말을 들어야 하며 내가 잘못하면 집에서 나가라고 짐까지 싸주는 사람이었음. 정말 왜 낳았냐고 물어보고 싶었어. 사랑하니까, 너를 위해서라고 말은 하는데 나는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에 엄마는 따뜻한 말도, 칭찬도, 사과조차도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든. 딱 한 번 한 적 있다. 동생 일로 나한테 화풀이한 거 때문에 안아주면서 미안하다고 한 거. 그때처럼 따뜻하게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라고 한 마디만 해 주면 되는 건데...
왜 집에만 오면 방에만 있는 이유가 뭐겠어? 엄마랑 부딪히기 싫거든. 엄마가 날 부르면 오늘은 또 뭘로 욕할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본인은 자각 못하는데 자꾸 소리를 지르면서 부름. 그리고 엄마가 나 부르면 십중팔구 욕먹거나 부딪히는 일이 많으니까 예민하게 반응하게 됨. 그리고 한숨쉴 때마다 자꾸 가슴 졸이게 되고.
내가 스몰토크라도 시도하는 순간 결론은 취업 얘기부터 시작해서 한심하다고 욕들을 게 뻔하고 부딪히기라도 하면 나한테 좋을 게 없는 걸 잘 알기 때문임. 가족끼리 밥 먹는 자리도 솔직히 부담스러워. 무슨 얘기가 나올지 두려워서. 오늘은 어떤 걸로 트집을 잡힐까... 차라리 학교에서 밥 먹고, 밖이나 방에서 혼자 끼니 떼우는 게 사실 편해. 이어폰 끼고 음악 듣고, 혼자 글을 쓰는 게 가장 편안하고 기분 좋은 순간이야. 여행을 가거나 어딜 가더라도 나 혼자 가는 게 되게 즐거워. 엄마가 한탄하면서 괜히 에너지 소비하거나 부딪힐 필요가 없거든. 내가 가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러면서 힘들면 말하래, 나 힘들다고 해봤자 돌아오는 건 공감이 아니라 내가 모자라서 그런거라는 비난, 조롱이고 무슨 말을 들을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데.
독립이 답인 거 잘 알고 있음. 취업하고 자취할 돈 모으면 빨리 나갈 생각임. 어차피 직종 특성상 취업할거면 타지에서 자취해야 함.
근데 오늘따라 너무 힘들다. 시험기간인데 울다 지쳐서 적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