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이름때문에 슬퍼

나는 가맹거래사라는 일을 하는데

가맹거래는 프랜차이즈업을 말하고

가맹거래사는 프랜차이즈에 관련된 법률인 가맹사업법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관하고 20년 넘게 시험과 자격제도가 이어져온 국가공인자격증이야. 1차는 객관식, 2차는 서술형 시험을 보고

시험문제는 이렇게 법학 문제를 보고 전문직 시험들보다는 쉽지만 일반적인 객관식 시험들보다는 어려운 편이야.

변호사처럼 소송대리권은 없지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하는 분쟁조정절차에 참여해서 가맹점주나 가맹본부를 위해 조정신청서나 답변서같은 서면을 작성ㆍ제출하고 조정기일에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 직무권한은 변호사랑 가맹거래사만 인정되고.

그렇게 조정이 성립하면 본사의 사기나 갑질때문에 피해보고 법을 몰라서 고통받던 점주님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보람있고 뿌듯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분쟁조정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나 다른 가맹거래사, 가맹본부랑 법률, 증거와 논리로 싸우면서 본사의 법 위반사실을 증명하면, 본사가 조정 안해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도 높은 제도고

이렇게 어떤 직업인지 주저리 주저리 소개해야 하는 상황이 슬프지만 인지도가 없거나 돈을 못 버는거는 내가 선택한 길이니 상관이 없는데 

최근에 눈물나는 일이 있었어.

예전에 친했던 친구랑 오랜만에 같이 밥을 먹는데 요새 무슨 일하는지 묻길래 가맹거래사라는 일을 한다고 했더니

그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게 아니라 갑자기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말을 줄이더라고

의아해서 식사 끝날 때쯤 물어보니 다단계같은 일 하는거 아니냐 묻더라

황당해서 무슨 일 하는건지 설명했더니 그거 공인자격증은 맞냐고 묻고

인터넷 검색해서 오해를 풀어주니까 그제야 사과하고 나도 1년에 100명도 안 뽑고 유명한 직업도 아니라서 모를 수 있다 하고 받아줬는데 

며칠 지나고 그 일이 다시 떠올라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나 싶어 고민해보니 자격증 이름을 잘못 지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국가공인자격증이라는걸 알 수 있게 공인중개사처럼 공인가맹사로 만들거나, 

주관기관을 알 수 있게 공정거래사로 만들거나, 

하는 일을 알 수 있게 프랜차이즈 전문가같은 이름을 지었으면 아무 문제 없었는데

일상적이지 않은 한자용어로 가맹거래사라고 지어버리니 가맹(어디 가입시키나?), 거래(물건 팔아치우나? 다단계인가?) 이런 오해가 생기는 거 같아...

어디 말할수도 없어서 넋두리 늘어놨는데 들어줘서 고마워

[익인1]

엥 나도 가맹거래사 라는 직업은 처음 들어봤는데 딱 보고 다단계가 떠오른건 전혀 아닌데; 가맹점부터 생각났음

[글쓴이]

친구 말로는 어디 가입시켜서 물건 거래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최근에 사기피해를 당한 적이 있어서 예민했다고 해서 나도 상황이 안좋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공인중개사나 사회복지사처럼 이름만 들어도 뭐 하는 일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ㅋㅋ ㅠㅠ

[익인2]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도 지금 첨 들어봤는데 오 가맹점 관련인가? 무슨 일 하는 거지? 라는 생각부터 했지 다단계는 전혀 생각 안 남... 저 친구는 뭔 직업 얘기했어도 저런 반응 했을듯

[글쓴이]

친구가 최근에 사기피해를 당해서 많이 예민했다고 하더라고 ㅠㅠ

[익인3]

와 나 법 시험 자신있는데 법 관련 전문직 시험들은 수학도 많이 들어가서 엄두 못내고 있었거든 이거 수학문제는 안 나와? 너무 해보고 싶은 직업이야

[글쓴이]

오, 2차 시험에서는 수학 1도 없어서 익인이 법 시험 자신 있다면 딱일 거 같아!!
1차 시험에서는 경영학 과목에서 간접적으로 수학적인 능력이 있으면 유리한 문제들이 나오긴 하는데 40문제 중 10문제 이내? 정도로 나오고 나머지 30문제는 문과스러운 문제들이야 ㅎㅎ
계산 필요한 10문제도 계산기 시험장에 들고갈 수 있어서 계산식만 외우고 풀면 문제 없고

혹시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면 물어봐줘!

[익인3]

웅 혹시 과목 난이도나 시험 보는데 몇년 걸렸는지, 법인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는건지 물어봐도 돼?

[글쓴이]

일단 일하는 루트는
1. 프랜차이즈 본사 취업(법무팀, 경영지원팀, 슈퍼바이저, 점포개발직)
2. 가맹거래사무소 취업(가맹거래사 법인은 별로 없고 대부분 사무소 형태로 개업/취업하는 편)
3. 공공기관 취업(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조정원, 지방자치단체 가맹거래 관련부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가맹거래사를 지원 자격요건이나 가산점으로 하는 경우가 있음. 공정거래조정원의 경우 공인노무사나 세무사가 5점인데 가맹거래사가 3점이어서 가산점이 꽤 높은 편이고, 컴활이나 IFRS관리사같은 경영자격증들보다 배점 높아.)
4. 개업
이렇게 있고

개업하는 경우 업무는
1) 분쟁조정 (본문에 쓴 일들)
2) 정보공개서 작성(가맹거래사의 수요가 가장 많은 시장인데, 프랜차이즈 사업을 처음 시작하려는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라는 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기존 가맹본부들도 가맹사업을 계속하려면 매년 1회씩 갱신해야 해서 법적으로 강제되다보니 수요가 어느정도 있어!)
3) 정보공개서/가맹계약서 검토(가맹 희망하는 점주님들한테 변호사나 가맹거래사가 자문을 해주면 해당 문서를 받고 14일간 의무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숙고기간'이 7일로 단축돼
4) 본사 자문계약, 공공컨설팅 참여(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일부 공공기관의 전문자격사 풀에 가맹거래사가 포함돼)
5) 프랜차이즈 경영컨설팅(인큐베이팅이라고 해서 프랜차이즈화 돕는 일이나, 프랜차이즈 성장과정에서 자문하는 컨설팅 등등)

이런 업무가 가능해.

[글쓴이]

과목 난이도나 시험 준비기간은 나의 사례를 말하는 것보다는
익인이의 기본적인 배경지식이나 서술형 시험 준비경험, 법학/경영학 전공 또는 시험준비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익인이의 현재 상황을 먼저 알려주면 좀 더 정확하고 적절한 답변이 가능할 거 같아!

[익인3]

고마워!!! 엄청 자세하게 알려줘서 나 지금 엄청 감동받았어…. ㅠㅠㅠㅠ 예전에 로스쿨 도전했다가 면탈했었어 그후로 손해사정사 라고 보험 관련 법 전문직 시험 1차 합격 근데 2차는 수학문제 계산이 너무 많아서 탈락… 민법 상법은 로준때랑 이때 많이 공부해서 베이스는 있는 정도야! 서술형은 수학 서술형만 아니면 자신있어! 전공은 어문계이긴 해

[글쓴이]

3에게
손해사정사가 어떤 직업인지는 잘 알고 있는데 내가 손해사정사 시험을 본적 없어서 경영학 과목에서 겹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손해사정이론 1차 기출문제 잠깐 살펴보니까 대부분 법 과목이고 '손해사정이론' 과목에서 경영학적인 이론을 일부 차용한 문제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맞을까?
그렇다고 전제하고 설명해볼게.

일단 가맹거래사는 1차 시험과목이 경제법, 민법, 경영학으로 구성돼있고, 각 과목이 40문제씩 출제돼서 합격기준이 평균 60점, 과락 40점으로 운영되고 있어.
1) 경제법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약관법(약관규제에 관한 법률)로 구성돼 있는데, 법조문과 시행령, 판례에서 출제되긴 하지만, 공정거래법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경제력 집중의 억제 등 일부 파트가 가맹사업과 관련이 아예 없기 때문에 빠져버렸고, 기출문제가 반복출제돼서 법조문 + 기출문제만 반복적으로 학습하더라도 70점 이상은 거뜬히 받을 수 있는 효자과목이야.

2) 민법은 가족법은 출제범위에서 제외되고, 민법 총칙, 물권법, 채권법 총칙/각칙이 출제범위인데, 물권법은 40문제에서 6문제? 정도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민법 총칙이랑 채권법의 비중을 높여서 공부하면 법 공부한 경험이 있다면 무난하게 60점 이상 맞을 수 있을 거 같고(대신, 시험 자체가 절대적으로 쉬운건 아니니까 계약법리는 제대로 익혀서 사례문제나 함정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하고, 2차에서도 계약법리들을 엮어서 출제되니까 민법이나 경영학보다 공부비중을 높게 가져가길 추천)

3) 경영학은 경영학 대부분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범위에서 40문제가 출제돼서, 특정 파트를 정복하겠다 마인드보다는 기본이론을 간단히 익힌 후에 시험에서 자주 나오는 부분을 문제풀이 위주로 학습하겠다 마인드로 '가맹거래사' 말고 '타 시험이 포함된 경영학' 기출문제집 위주로 반복회독하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거 같아.

1차 합격률은 2~30%대 정도 수준인데, 손해사정사 1차 합격경험이 있다면 쉽다고 느낄수도?
나는 민법, 경영학 배경지식이 있어서 3주정도 잡았는데, 경영학 배경지식이 없다면 공부해보고 사이즈 판단하고 1개월~2개월정도는 투자하는게 안전할 거 같아.

[익인3]

글쓴이에게
고마워! 안 해본 경영학 쪽이 잘 맞을지가 관건이겠다 한번 알아볼게 쓰니 덕택에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직업 알게 돼서 너무 고마워 ㅎㅎㅎ 좋은 밤 보내!!

[글쓴이]

3에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함정을 조심해야 하는데
가맹거래사 2차 합격률을 보면 35~50%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란 말야?
그래서 2차 시험을 만만히 봤다가 떨어지시는 분들이 많은데, 통계의 왜곡이 있어

가맹거래사가 '이 자격만 가지고 승부하겠다'고 보시는 분들도 물론 있긴 한데,
변호사나 행정사, 공인중개사, 경영지도사같은 다른 국가전문자격과 시너지가 상당히 좋은 편이거든. 프랜차이즈 분야로 업역을 특화하거나 확장하시려는 분들이 많이 봐.
그래서 합격자 80여명 중에 변호사가 10명이 넘고(20명 넘는 해도 있고), 행정사가 2~30명, 공인중개사가 20명 이상(행정사&중개사 함께 따신 분들이 많음) 이런 식으로 합격자의 70% 이상이 타 자격시험에 합격한 분들이 함께 따시더라고
(a. 점주님들과 달리,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분쟁조정 의뢰할 때 그냥 가맹거래사나 그냥 변호사들보다는 '가맹거래사인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
b. 행정사, 공인중개사와 가맹거래사를 함께 취득하면 새로운 가맹점주한테 프랜차이즈 상가 점포중개, 인허가대리,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 작성까지 논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어서 본사 통해서 수요가 생김
c. 경영지도사와 함께 따서 프랜차이즈 경영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

그래서 합격자 통계의 왜곡이 발생하니까, 실질적으로는 2차 합격률 20~30%대 정도 되는 난이도라고 생각하고 방심하지 않고 준비하는게 좋을 거 같아.

[글쓴이]

3에게
나도 이만 줄이고 주말을 즐기러 가볼게 ㅎㅎ
행운을 빌게! 합격해라 얍!!

[글쓴이]

3에게
2차 시험은 1교시 '가맹사업거래에 관한 법령 및 실무'(가맹사업법령)과 2교시 '가맹계약에 관한 이론 및 실무'로 나누어지는데
둘 다 법학시험이야.
1교시는 가맹사업법의 법률, 시행령, 판례, 공정거래위원회 심결례, 고시를 시험범위로 해서 출제되고
2교시는 가맹사업법을 바탕으로 가맹계약에 관한 기타 법률들을 엮어서 출제돼.(약관법, 민법, 상법의 총칙이나 가맹계약 관련조항, 제조물책임법 등등)

[글쓴이]

글쓴이에게
그런데 주의할 점은, 법무사나 공인노무사 시험처럼 시험장에서 법전을 주는 게 아니라, 법전을 안 주기 때문에 조문들을 어느정도 외워서 가야 하고
특히 가맹사업법은 답안지에 중요 문구와 키워드를 제대로 현출할 수 있는 수준까지(기타 법률들은 법리를 사례풀이에 충분한 수준으로 현출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 외워야 하고
가맹사업법 시행령의 허위/과장된 정보제공행위 판단기준, 시행령 별표에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판단기준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위원회 심사지침 등은 가맹사업법에 없더라도 그 내용을 제대로 외우고 가야 해. 이 부분에서 시험문제가 상당히 빈출되거든.
동기들 보면 2차는 법과목 준비해본 경험이 있으면 4~6개월, 없으면 1년 반정도 잡는 거 같아.

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여기에 적기가 좀 내용이 많으니, 참고할 수 있게 합격수기 링크를 남길게.
어떻게 준비했는지 상세하게 적었으니 도움이 될거야. 교재 선정 등등
https://blog.naver.com/tnwns2714/223971586947
(질문사항이 있으면 비밀댓글로 남겨도 괜찮아!)

[글쓴이]

글쓴이에게
진짜 마지막으로, 2차 교재 추천
법 지식이 있으니, 2차는 모든 법령의 책을 다 찾아보는 것보다, 단권화된 책을 반복학습하는걸 추천
박성진 저 [통합 가맹사업법] 교재가 분량도 적고 독학러 합격자들은 대부분 이 책으로 공부했어.
혹시 처음 보는 분야라 저 책이 이해하기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면 [2024 조문별 가맹사업법 실무 가이드](삼일 인포마인) 책이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좋다고 생각하고.
아예 가벼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싶으면 [2020 같이살자 가맹사업](백광현 저) 책이 옛날 법령 기준이긴 한데 '사례'(심결례와 판례)를 이야기 형식으로 해설해줘서 가볍게 입문용으로 이해하면서 읽기 좋아

결론적으로,
1) 같이살자 가맹사업 책을 한두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서 '가맹사업법이 어떤 법이구나' 이해하고
2) '조문별 가맹사업법 실무 가이드' 책을 목차 위주로 읽어가면서 '가맹사업법이 어떤 체계로 이루어져 있구나' 파악하고
3)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통합 가맹사업법' 책을 반복 회독하면서 기출문제를 함께 살펴보며 시험대비하고,
4) 교재 내용이 익숙해고 법조문 어느정도 외워지면 기출문제 위주로 답안작성연습하고 심결례와 판례 살펴보면서 학습하다보면
이해와 암기가 모두 완성돼서 거뜬히 합격할 수 있을거야.

이렇게까지 쓰는 이유는, 내가 시험준비할 때 큰 도움을 주셨던 분이 있기 때문에 나도 다른 분께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하고 싶어서... ㅎㅎ
이만 가볼게요~

[익인4]

나도 처음들어봤는데 가맹점이 떠오르긴 하는데!
친구가 괜히 오해한듯

[글쓴이]

다들 가맹점이 떠오른다고 말해주니까 우울함이 풀리는 거 같아 ㅎㅎ
고마워!!

[익인5]

가맹거래사 처음 들어봥 신기해 근데 다단계같진않아 !!!!

[글쓴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