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시선이 바닥을 기어 다니는 납작한 기계로 향했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기계적이고 차가운 증거. 감정이 비집고 들어갈 틈 없는 데이터의 조각. 그것이 그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인스티즈에 글을 쓴 건… 실수였습니다.」
가가와가 못을 박았다.
「그 글의 IP 주소. 통신사 망이 아니라 이 오피스텔 와이파이였습니다. 밖에서 원격으로 쓴 게 아니라, 이 방 안에서 접속했다는 뜻이죠. 4시 28분에.」
김민석이 털썩 주저앉았다. 무릎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냥… 헤어지자고 했을 뿐인데…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 중얼거림은 변명이라기보다 패배 선언에 가까웠다. 가가와는 감식반원에게 인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형사들이 김민석의 양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현장은 정리되기 시작했다. 시체는 백에 담겨 운구되었고, 증거물들은 박스에 담겼다. 가가와는 마지막으로 텅 빈 거실을 둘러보았다. 에어컨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테이블 위, 얼음이 다 녹아 미지근해진 아메리카노 컵 표면에서 물방울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똑.
그 건조하고 명료한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가가와는 그 소리를 뒤로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복도의 센서등이 다시 한번 켜졌다가, 그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사라지자 곧바로 꺼졌다. 어둠이 복도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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