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를 좋아한 지도 어느덧 5년이다.
처음 본 건 대학교 1학년 때 부터 였지만, 내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한 건 그 애가 전역 후 제법 남자 티를 내며 나타났을 때부터였다. 그날 이후로 내 일상은 온통 그 애를 향한 핑계들로 채워졌다.
"요즘 너무 우울해. 한강 가서 산책 좀 하자."
"가족 선물 사야 하는데 같이 좀 골라줘."
떼를 쓰듯 불러내고, 고맙다는 핑계로 밥을 사고,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며 나는 홀로 유사 데이트를 즐겼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남다르다고 믿었고, 이 관계에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다짐했던 그 무렵이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그 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선고 같았다. 자기한테 첫눈에 반했다며 당돌하게 들이대는 그 여자가 너무 예뻐 보인단다.
나는, 야 니 같은 애를 좋아해주다니 그 여자 천사네! 라며 호탕하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숨이 막힐 정도로 울었다.
사실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만함 때문이었다. 그 애의 연애는 늘 짧았고, 이번 상대는 심지어 장거리 커플이었다. '몸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겠지' 하는 비겁한 기대. 나는 모든 여자친구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신경 쓰이는 여사친의 역할을 자처하며 녀석의 곁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녀석은 진심이었다.
그 짧은 방학에 비행기 표를 끊어 날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불안함이 엄습했다. '아, 이번에는 정말 다를 수 있겠구나.'
불안은 늘 틀린 적이 없다. 취업 후 자리를 잡고, 승진까지 초고속으로 한 그 애는 결혼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만, 나는 끝까지 가면을 벗지 못했다. 오히려 더 크게 웃으며 야, 그럼 한 번 자리 만들고 여자친구분 보여줘야지! 하고 술자리를 만들었다.
오늘 처음 마주한 그녀는, 내가 봐도 참 귀엽고 맑았다.
몇년동안 내가 신경쓰여 나를 경계할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살갑게 내 손등을 덮어 잡으며 친해지고 싶다고, 칭찬 섞인 인사를 건넸다. 그 해맑은 호의 앞에서 내가 품어온 5년 치의 질투와 미련은 한순간에 초라한 쓰레기 더미가 되어버렸다.
나는 결국 마지막까지 좋은 친구라는 허울 좋은 감옥에 갇혀, 그 애를 보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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