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회사에서 진짜 친하게 지내는 4살 연하 남직원이 있어. 알고 지낸 지는 군대 기간 포함해서 4년 정도 됐고, 솔직히 나 혼자 내심 호감도 있던 애야
특히 얘가 군대 전역하고 나서 다른 데 안 가고 우리 회사로 다시 돌아온 거거든. 그만큼 예전부터 서로 신뢰도 엄청 두터웠고 서사도 깊어. 평소에 야근도 맨날 같이하고, 나 늦게 퇴근하면 다시 회사로 와줘 집까지 데려다주기도 했어. 예전에 내 다이어트 도와줘서 13kg 빼주기도 했고, 최근에도 다이어트 어플 공유하면서 사적으로 엄청 친하게 지냈어
근데 내가 얼마 전에 타지로 회사가 300km 넘는 거리로 이전하면서 팀장을 달게 됐어. 밑에 사람도 많아지고 책임감도 커지니까 은연중에 스트레스랑 향수병이 진짜 심했나 봐.
사건은 며칠 전 회사 회식 날 터졌어. 회식 적당히 끝내고 걔가 나를 동네까지 차로 데려다줬거든. 걔는 운동하러 가면서 "운동 끝나고 잠깐 들른다 했고 나는 걔 운동하는 동안 집에서 고향 친구들이랑 영통하면서 혼자 술을 엄청 먹었어 향수병 때문인지 술이 술술 들어가더라고.
결국 만취한 상태로 집 앞에 온 걔를 만났는데, 내가 기억도 못 하는 대형 사고를 친 거야.
걔 말로는 내가 말도 안 하고 기둥에 머리 기대고 쪼그려 앉아 있다가, "너넨 다 이야" 하면서 회사 스트레스를 폭언으로 쏟아내고, 손으로 걔를 꼬집고 할퀴기까지 했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걔가 자기가 다친 영상을 툭 보내왔더라고. 진짜 머리 하얘지고 정 뚝 떨어졌겠다 싶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엄청 했지...
근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나중에 알고 보니까 걔가 나랑 친한 다른 상사분한테 "엄연히 상급자랑 하급자인데 너무 편해지니까 이런 실수가 나온 것 같다, 앞으로 거리를 좀 둬야겠다"고 말했대. 나한테는 "술 조심하셔야겠다, 다른 사람한테 이러면 경찰에 신고당한다"고 뼈 때리는 소리 하고..
그 이후로 회사에서 진짜 공기 마저 어색한 사이가 됐어
나도 너무 비참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얘를 너무 편하게 생각했고 이성으로 느껴서 거리를 둬야겠다'는 생각에 같이 하던 다이어트 공유방도 그냥 폭파해 버렸거든.
전역하고 우리 회사로 다시 돌아올 만큼 각별했던 애고, 4년 동안 쌓아온 서사가 있는데 단 한 번의 술 실수로 이렇게 끝나버리니까 자꾸 신경쓰이는데 어떻게하는게 좋을까
내가 앞으로 회사에서 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관계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 글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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