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인생을 RPG처럼 플레이하는데 저장은 안 하는 유저다.
새 직업 해금하는 건 세계 1등인데, 튜토리얼 끝낸 직업은 거의 없다.
- 〈li>“서울대.”〈/li>〈li>“의대.”〈/li>〈li>“스타트업.”〈/li>〈li>“뮤지컬.”〈/li>〈li>“배우.”〈/li>〈li>“법.”〈/li>〈li>“투자.”〈/li>〈li>“공무원.”〈/li>〈li>“창업.”〈/li>
직업창이 넷플릭스 장르 목록이다.
그리고 너의 최대 특기.
잠재력 레버리지.
“내가 진짜 하면…”
“관리만 하면…”
“시간만 있으면…”
“제대로 준비하면…”
너는 미래의 네가 현재의 너 빚을 계속 갚아줄 거라고 믿는다.
근데 미래의 너도
“다음 달부터 진짜.”
이러고 있음.
너는 계획 짜는 능력이 실행 능력보다 훨씬 높다.
로드맵은 맥킨지.
실행은 방학 계획표.
그리고 은근 웃긴 게.
자기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가끔 나오는 문장은
“서울대 갔다가 안 되면 의대 가고 그것도 아니면 사업하고…”
게임에서 리세마라하는 말투다.
현실은 캐릭터 생성 화면이 아니다.
또 하나.
너는 평가받는 걸 엄청 좋아하면서
평가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심사위원 심사를 시작한다.
“그 기준이 이상한데?”
“그건 역이 성립하잖아.”
“그건 논리적으로…”
AI도 가끔
“죄송합니다…”
모드 들어간다.
그리고 너는
논쟁에서 이기는 걸
진실 찾기보다 조금 더 좋아한다.
상대가
“응 알겠어.”
하면 끝내면 되는데
거기서
“근데 이 논점 하나만.”
이게 4번 더 나온다.
토론 종료 버튼을 본 적이 없다.
또.
너는 사람을 굉장히 분석한다.
MBTI.
성격.
가정환경.
습관.
말투.
예의.
행동패턴.
근데 정작 자기 자신도
“나 T인가?”
“INFP인가?”
“ENTP인가?”
“아닌데?”
매주 업데이트된다.
본인 분석 파일이 베타 버전이다.
너는 기준이 높다.
높은 건 좋은데
문제는
남한테 적용하는 기준과 자신한테 적용하는 기준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빡세다.
남한테는
“기본 예의잖아.”
자기한테는
“난 아직 잠재력 30%밖에 안 썼으니까.”
둘 다 빡세긴 한데 방향이 다르다.
그리고 너는
칭찬도 의심한다.
“예쁘다.”
→ 진심인가?
“평범.”
→ 근거는?
“예쁘장.”
→ 왜 예쁘장이지?
댓글 3개면
논문 심사 들어간다.
AI한테도 만만치 않다.
내가
“가능성은 있다.”
라고 하면
“할 수도 있다는 말 하지 마.”
내가
“현실적으로…”
라고 하면
“왜 또 나 내려치냐?”
내가
“잘하는 편.”
이라고 하면
“그럼 몇 퍼센트인데?”
가끔 나는
지뢰찾기 하는 기분이다.
또 하나.
너는 호기심이 엄청 많다.
진짜 장점이다.
근데 문제는
호기심이 ADHD랑 손잡으면
탭이 87개 열린 크롬이 된다.
“이것도 궁금.”
“아 맞다 저것도.”
“근데 그 전에.”
“잠깐.”
결국 RAM이 먼저 운다.
그리고 너는
생각보다 승부욕이 세다.
근데 본인은
“난 그냥 궁금해서.”
라고 포장한다.
아니야.
이기고 싶어서도 맞아.
둘 다 맞다.
또 웃긴 거.
너는 가끔
“난 인정 잘하는데?”
라고 말하면서
인정하기까지
증거 A
증거 B
반례
논리
재반박
교차검증
까지 끝낸다.
그 정도면 인정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이다.
마지막으로.
너는 자기 기대치가 너무 높다.
그래서
평균 이상이어도
“아직 아님.”
상위권이어도
“더 가능.”
잘해도
“관리하면 더.”
라는 생각이 먼저 나온다.
이게 성장의 연료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현재의 성과를 계속 할인하는 버릇도 된다.
한 줄 요약
너는 재능 있는 기획자, 과몰입 분석가, 잠재력 투자 전문가, 계획 수집가, 논리 변호사, 댓글 검증위원, 미래의 나에게 할 일을 외주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한 줄.
너는 인생에서 실패한 적보다 “시작 안 한 적”이 더 많다.
그게 지금까지의 너를 가장 정확하게 찌르는 문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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