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을 처음 만난건 수요일이었어
우리집이 주택 이층에 사는데 일층에 사시는 분이 건설쪽 일을 하신다 했나? 하여튼 옥상에 뭘 많이 설치하시는 편인데
일층 아주머니가 옥상에 날 불러서 가봤더니 새끼고양이 하나가 틈 사이에 들어가있는거야
위험한곳은 아니고 자다가 흘러서 들어간것 같았는데 일단 꺼내줬지
아줌마 말 들어보니까 길고양이가 여기다 새끼를 낳았다고 하시더라고
옥상에 그늘막같은것도 쳐져있어서 온것같아.
새끼는 두마리 있었는데 어미고양이는 본적이 없어
나나 동생은 원래부터 동물 좋아해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일층 아줌마도, 부모님도 고양이를 안좋아하셔... 무섭다고...ㅠㅠ
그래서 일단 크면 떠나지 않겠냐고 하고 옥상에 두기로 했어.
뭘 줘야하지 않겠냐는 말에 먹이 주면 여기가 집인줄 알고 안떠날거라고
어미고양이가 먹이니까 아직까지 살아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한달 조금 넘어 보였음)
그래도 신경쓰여서 금요일에는 몰래 물에다 밥 말아다지고 가지고 올라가기도 했어(물만 먹음ㅜㅜ)
그 전에도 하루에 두번씩은 꼬박꼬박 올라갔고
근데 애들이 그새 사람을 따르는지 우리가 내려가려 하면 졸졸졸 따라오는거야
그래서 매번 내려올때마다 저만치 떼어놓고 도망치듯 내려왔음.
근데 이게 나나 동생이나 되니까 애들 다시 집어넣고 안보이게 숨지
애들이 언제 옥상 올라온 사람 따라가다 계단을 내려갈지는 모르는 일이잖아.
애들 진짜 한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거든.
그리고 어제, 토요일 아침에
아침부터 애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서 한번 올라갔다 온 참이었어
위에 언급했다싶이 아랫집 아저씨가 오섹상에 뭘 이것저것 설치하시고 주말마다 올라가셔서 뭘 또 하심..
어제도 어김없이 올라가시더라? 불안했음
내 방 창문이 딱 옥상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거든
근데 아저씨가 내려오시는데 애 하나가 따라 내려오는거야 막 울면서
보통 주택 옥상 계단들은 경사가 심하고 폭이 짧아서 위험한데. 안그래도 그것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서 빨리 동생을 불러다가 그냥 고양이 울어서 올라와봤다고 하면서 애 잡아다가 올려놓으라고 했음
근데 내가 차라리 동생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나봐
아저씨가 동생 올라와서 애들 챙기는거 보고
고양이들 밖에 내다놓으라고 하시는거야
아저씨는 악의 없이 작은 애들인데 여기 있으면 내려오지도 못하고 굶어죽는거 아니냐고 하셨지만
그 순간 멘붕... 동생도 이도저도 못하다가 일단 둘 다 데리고 내려가긴 했는데
나도 어땋게 안될까 하고 나갔는데도 아저씨 확인사살에 한마디도 못하고...
동생은 일단 풀 사이에 숨겨놨다고 하지만
이미 사람들 따르고 여기저기 다니는 애들인데 어딜 못가겠어.
나중에 내려가보니 금새 없더라고. (애들이 알아서 찾아왔다고 할 생각이었음)
혼자 집에서 생각해보면
아 몰래 차에 넣어놀걸 왜 생각을 못랬지. 하고
엄마고양이는 여기로 오지 않응까. 못만나면 어떡하지 생각도 하고
혹시 주변에서 데려가지 않았을까 싶어서 여기보단 낫겠다 생각도 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래줄걸. 마트 들어서 사료도 사놨는데 그것도 하나도 못주고 보내고
고작 삼일, 좀 더 봐줘서 사일 본건데. 정식으로 키운것도 아닌데 너무 마음을 줬나봐
오늘 하루 종일 월 하다가도 아 내가 이렇게 뭘 하고 있어도 되는건가 하는 마음이 들고
쉽게말해 죄책감같은거... 진짜 너무 미안하다...
하다못해 거기가 우리집이었더라면 우겨서라도 제대로 키웠을틴데 생각도 들고
아까도 또 나갔다 와봤는데 여전히 없는걸 보면 정말 누가 데려갔거나 둘이 좋은 곳에 들어가 있는 거겠지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할 것 같다.
이름은 지어주지 말걸 그랬나봐 자꾸 생각나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