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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하게 나마 젖은 내 어깨를 힐끔 쳐다본 변백현은 어울리지 않게 차가운 손으로 내 손목을 잡아 제게 가까이 끌어당겼다.
이제 우산은 내 어깨를 완전히 덮어 비를 막아내고 있었고, 그대신 밖으로 조금 밀려난 변백현의 오른쪽 어깨가 젖어들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축축할 거란 생각과 그래도 이 우산의 주인은 변백현이였기에 그대로 두고볼 수 만은 없었다.
결국엔 다시 변백현에게서 떨어져 우산을 변백현 쪽으로 조금 기울였다.
“너가 다 맞잖아.”
“……”
그 말에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던 변백현은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띄어보이며 말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잘 씌어주는 게 좋잖아.
그 말에 어쩐지 마음 한켠이 확 하고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좋았다.
“생일 축하해.”
생각지도 못한 축하에 변백현이 내민 것을 받지도 못하고 그대로 벙쪄있으니, 무안했던건지 손을 내린 변백현이 그것을 들어 내 목에 매주었다.
두툼한 검은색의 목도리에서는, 변백현의 향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제일 무난한 색으로 골랐는데…”
“…응.”
“너 항상 아무것도 안하고 다니길래 추워보여서.”
“……고마워.”
항상 단정하게 정리되어있던, 햇빛에 반사되면 옅은 갈색을 띄던 뒷통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의 머리카락, 그 아래로 약간은 탄듯한 목과 마른 어깨,
마른 팔, 하지만 어딘가 단단해보였던 등. 변백현은 없었지만 눈 앞에 변백현이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선명해서 느릿하게 눈을 두어번 감았다 떴을 땐, 정말로 변백현이 내 앞에 서있었다.
“…장갑.”
“……”
“선물해주고 싶었어.”
“……”
“목이 추워보여서 목도리 선물해주니까,”
“……”
“이제는 손이 추워보여서…”
“……”
말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편안한 사람, 그게 변백현이였고 나는 그것에 물들었기 때문이였다.
“……경수야.”
“……”
“좋아했었어.”
과거로 시작된 말은, 끊임없이 말들을 낳았다.
“정말로.”
“……”
“그리고 지금도.”
“……”
“좋아해.”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흐린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변백현을 떠올렸다.
백도 - 번져버린 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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