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주현아." "언니..." "나가." 코끝이 찡해왔다. 얼굴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끝끝내 완전히 삭혀내지 못해 벌겋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 분명했다. 윤아는 질끈, 눈을 감았다. 눈꺼풀 사이로 빛이 새어들어올까봐, 혹시 눈에 들어온 주현을 보고 마음이 약해질까봐 더욱 힘을 줬다. 잠시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온 신경을 주현에게 곤두세운 윤아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는가 싶던 주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정적이 길어질수록 윤아는 주현에게 소리 치고 싶은 것을 꾹꾹 참아냈다. 앙 다문 이가 멋대로 움직이는 바람에 이가 갈려 짐승같은 소리가 났다. 짐승, 차라리 지금 이 순간 짐승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적에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려 윤아는 전등을 끄듯 머릿 속을 떠다니는 생각을 지워냈다. 아니, 지워졌다. 들이쉬던 숨이 잠깐 멎었다. 심장 또한 멎는 느낌에 윤아는 잠시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뭐라도 말하지 그랬어. 아무것도 들으려하지 않은 나에게, 그냥 뭐라도 고 가지. 그랬으면 이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지 몰라. 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니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이 방을 나가버리니까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어. 혹시? 하는 의심이 끝없이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내가 만든 그 이야기에 또 자괴감이 든다. 화라도, 내야하는걸까? 배신했다는 표현을 써도 될 것 같은데 그 말을 쓰면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치닫을 것 같아서 겁이 나. 있지,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모르는 내막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 군말없이 내 말에 이 방을 나간 너는, 차마 내게 하지 못한 말이 있을 것만 같아. ...다른 게 다 거짓이라고 해도, 떠나는 그 순간마저 차오르는 많은 말들을 삼켜냈을 너라는 걸 알아.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런 생각들마저 무의미해지고, 이 상황 자체가 무기력한건지. 그거 알아? 난 항상 널 안고 싶어했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한테 날 깊이 새기고 싶었어. 어린 생각이다, 그치? 니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니가 언뜻 내 손가락을 스칠 때마다, 날 보며 미소를 짓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재빨리 지워내는 그 짧은 순간마다 나는. 너를. 가지고 싶었어. 결국, 그러지 못했네. 후회는 안해. 하지만, 차라리 널 안았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지금같은 사단이 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내 물음에 대답해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니가 밉다. 언제든지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이 굴던 너도 어쩔 수 없구나. 인간 관계에 평생을 시달려놓고, 나는 아직도 익숙하지 못해. 너를 믿고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한 내가 미워. 내 인생은 돌아보면 항상 후회 투성이다. 그냥 우울한게 너무 쓰고 싶어서 휘갈겼는데 정말 맘에 안듬... 그나마 상황을 정하고 써볼 걸 그랬나봐... 대충 짝사랑 하는 윤아. 알면서 모른 척 하는 주현이. 윤아는 대인공포증이 있는데 주현을 남몰래 좋아하면서 상태가 호전됐다가 나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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