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신경쓰이면 볼륨 줄이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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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시트를 꽉 쥔채로 신음만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나는 방금전 까지만해도 너와 이야기 했는데, 왜 약물을 투여 받고있을까. 바람에 흩날리던 꽃잎을 찻잔 위로 눈오듯이 내렸고 너는 맞은편에 앉아 웃었다. 혹시 내가 많은걸 바랬던거였나, 모든 약물을 다 넣었는지 빈병 소리만 요란하게 나면서 간호사는 밖으로 나갔다. 탁 막힌 숨을 입으로 들이쉬자 답답한 기분만 쌓였다. 창문 사이로 햇살도 스며들어오고 바람도 잔잔히 불어온다. 벽에 붙인 사진들이 바람에 위아래로 흔들릴때마다 붙일려고 용을 써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않는다. 입술을 지긋이 깨문채 눈을 감자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 나왔다.
“ 아퍼 승현아 ‥ 너무 아퍼 ‥. ”
몸을 돌돌 말아 벽을 보고는 중얼 거렸다. 이곳에 온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나가고 싶어서 발악을 부렸지만 그럴때마다 날라오는건 진정제와 이름 모르는 약물들뿐이였다. 팔에는 온통 주사자국만 남았다. 벽은 손톱으로 긁은탓에 핏자국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벽에 쌓인 먼지를 손으로 밀어내자 공중으로 먼지는 흩어지고 녀석과 함께 새긴 낙서들이 눈에 보인다.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못을 가지고 와 벽에 힘들게 새겼다. 아무한테도 안걸리기 위해 새겼는데 먼지가 쌓이고 쌓이니 연해져갔다. 마치, 녀석을 향한 내 기억마냥 낙서도 내 기억도 함께 연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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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앞에 가만히 선 채 날짜를 하나 지웠다. 벌써 10월의 마지막이구나. 손에 쥔 석탄을 조각으로 쪼개서 마지막 날짜 위에 한번더 그었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손목을 보고 굵게 그어진 선을 번갈아보았다. 이제 한달만 더 지나가면 여기 온지 2년을 꽉 채운 달이 된다. 달력을 찢고 11월 달력을 보니 녀석의 생일이 눈에 들어온다. 곧 생일도 다가오네 미역국 해줘야했는데, 부서진 석탄 조각들을 달력앞에 탑처럼 쌓아놓고 침대로 돌아왔다. 곧 간호사와 정신나간 의사가 이 방으로 들어와 내 팔위로 주사를 놔주고 알약 15알을 먹으라고 시킬것이다.
“ 팔. ”
소매를 걷어 팔을 내미니까 두어번 때리고는 주사기를 꼽았다. 눈을 감고는 고개를 돌리자 주사기는 빠져나갔고 솜을 꾹 눌러줬다. 입술을 깨물고 있으니까 손바닥 위로 흰 알약들이 와르륵 떨어진다. 그리고 생수 한컵, 알약을 모두 입안에 털어넣고 물을 다 마시니까 그제서야 안심했는지 둘은 방을 나갔다. 항상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면 온몸에 모든 기운이 쫙 빠지는 기분이다. 오늘따라 바람이 차다, 온몸이 오들오들 떨리고 사진들도 유난히 흔들렸다. 정말 겨울이 성큼 다가왔나, 얇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올리고 숨만 쉬고 있으니까 입술 사이로 하얀 입김도 스멀스멀 나왔다.
“ 840668, 죽은거야? ”
눈꺼풀을 간신히 떠지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드니까 욕과 함께 신경질적으로 나갔다. 추운데 창문이라도 닫아주고 가시지. 겨우 몸을 일으켜 창문 앞으로 가니까 그사이 눈이 쌓였다. 올해는 첫눈이 일찍 내린건가? 창틀 위로 쌓인 눈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손가락으로 만지니까 아무 느낌도 안든다. 차가운 느낌이 들어야 할 손가락에는 감각이 없었고 빨개지기만 하였다. 아 약물의 부작용이구나. 체념한채 창틀 너머로 내리는 눈을 보니 누가 이쪽으로 걸어온다.
“ 오늘은 주사 안맞아요? ”
내 손목위로 수갑을 채운채 말없이 끌고 나간다. 며칠만에 이 방안을 나서는지, 바닥에 발이 닿으면서 걸어가는데 발바닥은 차가웠다. 손가락만 감각을 먼저 잃었는지 걸어갈때마다 찬 느낌에 몸이 부르륵 떨렸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니 또 다른 방안으로 들어가졌다. 정중앙에는 누가 안대에 눈이 가려진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 니 애인, 최승현 기억안나? ”
“ 승 ‥ 승현아. ”
“ 우리가 밥도 주고 약도 줬어. 근데 애가 벙어리에 장님이 되어버렸네, 미안하게 됐어. ”
녀석한테 뛰어가 얼굴부터 찬찬히 만졌다. 눈이 가려진채 입술만 벙긋거리던 최승현의 입술도 만져보고 안대로 가려진 눈 위도 만져봤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코도, 부드럽던 볼도 모든곳을 다 만지고 나서야 비로소 최승현이라는걸 느꼈다. 끌어 안은채 엉엉 울기만 하였다. 그날 녀석이 못나가게 막았더라면 너와 나는 여기에 있었을까? 최승현도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찬찬히 만져내려갔다. 항상 자기전 짧게 키스해주던 눈썹뼈를 시작으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눈도 닦아주고 매일밤 서로를 애타게 원하던 입술도 최승현은 꾹꾹 눌러가며 만져줬다.
“ 승현아 나 여기있어. 아팠지?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 ”
둥그런 녀석의 머리를 끌어 안은채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미안해 승현아 내가 너무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허공으로 뻗은 녀석의 팔이 내 어깨를 잡고선 천천히 내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찾아갔다. 이곳저곳을 입술로 꾹꾹 눌러가며 겨우 입술로 오자 다급하게 혀를 휘감았다. 불안한지 자꾸 손을 뻗어 내 어깨에 손톱을 박았다.
“ 보기 좋네, 어서 가스 투입해. ”
진한 입맞춤이 끝나자 방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스 투입이라니, 밖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안된다고 울부짖어도 이미 가스가 들어오는지 점점 방안이 뿌옇게 흐려진다. 그러고 보니 지윤씨가 그랬었다. 애인들을 모두 찢어놓고 한사람을 모진 고문으로 사람을 불구로 만들고 그의 애인을 만나게해 가스를 투입시켜 죽인다고. 그게 최승현과 내 이야기가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 승현아 ‥ 승현아 ‥. ”
다음생에는 말야 승현아, 좋은 나라에서 좋은것만 보고 살아가자. 이런 억압된 나라가 아닌 자유로운 나라. 너가 좋아하던 바다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눈도 많은
그런 행복한 나라, 꼭 거기서 살자 승현아.
“ 미안해 승현아 ‥. ”
마지막으로 녀석의 안대를 풀어 눈 위에 뽀뽀를 두어번 해줬다. 뿌옇게 흐려져 더이상 앞이 보이지 않을때, 녀석은 나를 있는 힘껏 끌어 안아줬다.
글잡 가기에는 분량이 적어서 독방으로 왔당
동성애가 허락되지 않은 나라에서 실험대상이 된 탑뇽이야 모티브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따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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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 예상 강수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