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 그만.. 끄흑, 그만." 거칠다. 모든게. 둘이 내뱉는 숨부터 서있는 공간, 생각하는 것. 어느 하나도 서로를 배려 할 수가 없었다. "손에 힘 풀어, 빨리. 그러다 큰일나. 진짜!" "나는요, 한 번도. 하루도 그런 생각 안해. 알아?" "윤아야. 선생님 눈 봐. 일단 얼른 그거 놔." 평소 태연이 아끼던 글라스 잔은 몇가지는 산산조각이 나고, 그것들의 잔해는 발바닥에. 제일 큰 놈은 윤아의 아귀에 쥐어져 있었다. 피는 야속하게도 멈출줄을 몰랐다. "왜 전화를 안받았어, 왜!!!" "미안해요. 서, 선생님이 조금 아팠었어." 윤아는 제 분을 못이겨서 더욱 꽈악 힘을 주었다. 즙 짜내듯 피는 기다렸단 듯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고통에 윤아는 얼굴을 찡그려대면서도 놓질 않았다. "이것보다 아파? 응? 이것보다? 어?" "흐으으으, 윤아야, 제발. 제발 이것 놔.." "나 손 괜찮아요? 나, 나 손 아직 달려있어?" "응, 괜찮아요, 그러니까.. 거, 걱정 하지 말고 손 펴봐." 태연은 숨이 달달거렸다. 그래도 본분은 지키고 있었다. "앞으로, 그, 내 전화, 잘. 응? 많이 할거니까. 받아요." "응. 받을게. 잘 받을게요." "나, 나. 걱정 마, 많이 했어요." 태연은 크나큰 속쓰림에 얼굴을 크게 울렸다가 다시 그렁그렁한 눈으로 웃었다. 마치 현실과 그렇지 않은 세계를 건너갔다 오는것처럼. "고마워요. 선생님 걱정 해줘서." 뜨뜻하게 볼을 어루만져오는 손에 윤아는 아이처럼 목놓아 울면서 손을 필 수 있었다. "잘할게요. 선생님이.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