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호롱불 빛이 드리워진 문에 네 그림자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어, 얼마 안 있어 타박 타박 뛰어오는 너의 발 소리가 들려오지, 늘 같은 시간에 오는 너인데 나는 오늘도 네가 오는 소리에 흠칫 놀라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안 기다린 척 다시 독서를 했다.
"주현 아씨!"
"오밤 중에 그리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하지 않았니?...여자 애가 조신해야 한다 하지 않았어?"
늘 내게 들은 식상한 꾸중이라는 듯 웃어넘기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내게 다가오려는 것을, 신을 가지런히 하고, 문을 소리나지 않게 닫고 들어오라 이르니 입술이 귀엽게 튀어나온다. 소리 없이 툴툴 거리던 아이가 내 말에 따라 신을 가지런히 하고, 문을 소리 없이 닫는 것을 확인한 뒤 살풋 웃어주니 언제 툴툴거렸냐는 듯 천진하게 웃으며 내게 쪼르르 달려와 호롱불을 제 입으로 후 불어 끈다. 무슨 짓이냐고 한 번 더 꾸짖으니 가만히 있어 보라 이르며, 내 앞에 앉아 양 손에 고이 가두고 있던 것을 푸니 안에서 여린 날개를 파닥이며 불빛을 내는 반딧불이가 날아오른다.
"헤헷,...이것 보셔요 아까 아까 멱 감으러 갔다 잡아온 반딧불이어요"
"...저런 미물이....이리 빛을 내다니...예쁘구나..."
"이 것 역시 한 번도 본 적 없으신 거죠?"
"..내 익히 책을 통해, 그런 미물이 있다는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으신 거죠?"
"......그래"
아이가 내 말에 베시시 웃으며 제 손가락으로 자기 볼을 톡톡 가리키는데 어둑 어둑해서 아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가만히 있으니 참을성 없는 아이고 또 툴툴 거린다.
"저랑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씨께서 생전 보신 적 없는 걸 가져 오면 뺨에 입맞춤 한 번 해주시기로요!"
"누가 잊었다 하였느냐...어두워, 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그러지...이리 가까이 와 보거라..."
손을 더듬어 아이 얼굴을 만지니 간지러운지 키득 키득 웃는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온다. 손으로 더듬다가 아이가 짚었던 곳을 어림짐작으로 뺨에 입술을 맞춰주니 손뼉을 짝 치며 좋아라 한다. 입술을 훔치며 다시 호롱에 불을 붙인 다음 아이를 보니 주위가 밝아지면서 아이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찬다.
"계집한테 입맞춤 받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히힛, 주현아씨가 보통 여자입니까? 마을에서 제일 예쁜 계집이죠"
"...누가 들으면 큰일날라...그리고...말을 예쁘게 쓰라고 내가 그리 이르지 않았어?..."
"내일도 아씨께서 한 번도 못 본 것을 보여드릴거여요"
내 말을 듣는건지 마는 건지, 눈을 빛내며 호기롭게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 번은 그리 호락 호락하지 않을게야"
"아씨께서 몸이 조금만 더 건강하시면 더 많을 것 보여드릴 수 있을텐데..."
"누가 들으면 아주 병난 인 줄 알겠구나"
"아씨"
"....왜 그러느냐?"
"헤헷, 그냥 예뻐서 불러 봤어요..."
"녀석 싱겁기는..."
"이렇게 예쁜 우리 주현 아씨 시집가면...슬퍼서 어떡해요?...누가 저랑 놀아줍니까?"
"흥...누가 이리 아픈 이를 데려간다고 그러니?..."
"누가 들으면 아주 병난 인 줄 알겠습니다?"
"맹랑하기는...그리고 수영이, 너는 사람 많이 사귀고 있잖느냐? 내 네 이야기는 어디로든지 다 들으니 어줍잖은 거짓 내게 고하지 말거라"
"전 아씨랑 노는 게 제일 재미난데요? 히힛"
천진하게 웃는 아이 모습에 살풋 웃어주니 키득 거리는 소리를내며 웃는다. 그 소리에 섞여서 간간히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츤데레 주현아씨물
조이린 사랑이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