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유감이 많았다. 태생부터 강하지 못한 나는 쉽게 사람의 눈물에 전염되곤 했다. 우는 얼굴을 보면 덩달아 울게 되고, 급기야 먼저 운 이보다 더 서럽게, 아프게 울고 말았다. 그를 사랑하는 만큼, 애정하는 만큼 더욱 고이는 눈물샘이 어쩐일로 묵묵부답이었다. 우는 얼굴을 보아도 멀쩡한 나 자신에게 더 당황스러웠다. 정국의 눈물은 이미 흘러 내려 회색빛 도로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점이 만발하여 면이 될 때까지 나는 알 수 없는 신음만 뱉어냈다. 우는 이유도 모르는 정국에게 어떤 위로를 주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안, 모르겠어."
정국은 더욱 아픈 눈을 했다. 거의 반사적으로 정국의 눈을 피했다. 가만히 있던 정국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몰라요?"
"그게…."
"내가 바보 같아요?"
"야, 전정국, 어떻게 형이."
"그놈의 형! 형 소리좀 집어 쳐요!"
스치는 것은 아주 찰나였다. 가득 든 봉지를 내던지듯 버린 정국이 다가와 입술을 묻었다. 잔뜩 놀라 가벼운 봉지를 든 손에 힘이 풀렸다. 정국은 한 마리 맹수와 같이 거친 키스를 했다. 혀를 옭아매고 여린 입천장을 쓸어내는 정국의 혀는 삼켜버릴 듯이 매섭게 몰아쳤다. 발치로 쏟아진 오렌지 두 개가 신발에 닿았다. 다리마저 힘이 풀려 주저 앉기 직전에 정국의 팔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아주 한참에서야 정국은 떨어져나갔다. 거친 호흡 둘이 허공을 채웠다. 어지러운 것은 비단 나 뿐 만이 아니었다. 정국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비칠 비칠 몸을 가누다 바로 서서 기어이 다시 눈물을 보였다.
"난 형이 아니었음 좋겠어."
"……."
"줄곧 이럴 생각만 했어."
"……."
"나, 착각하게 하지 마."
정국은 그대로 돌아서서 떨어진 봉투를 줍곤 먼저 떠나갔다. 등이 한참 멀어져 점이 될 때 까지 나는 그자리에 서서 지켜볼 뿐이었다. 여전히 신발에 닿아있는 오렌지에서 유독 시큼한 향이 났다. 모르는 사이에 턱 밑이 젖어들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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