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에 게시된 글이에요

"정국아. 우리 헤어질까." 상처받은 듯한 얼굴은 깊은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그 무거운 표정과 분위기에 열려던 입을 다물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우리가 헤어져야하는 그런 사이라도 된 것 마냥 유난을 다 떤다며 코웃음을 쳤겠지만 이상하게도 입이 뭐에 붙은 것마냥 떨어지지 않았다. 뭔가 심각하게 화날만한 일이 있었나. 잠시 자신을 뒤돌아봤지만 오늘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지민을 막 대한 일밖에는 없었다. 근데 그게 왜. 원래 있었던 일이었잖아. 나는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와 다름이 전혀 없었고 게다가 오늘은 어제보다 아주 조금이지만 지민에게 심한 소리를 덜했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박지민의 말들도. 그냥 전부 다가. 커피 잔에 담겨져 있는 커피는 본연의 색을 잃은 채로 서서히 회색으로 변질되어 굳기 시작했다. 나는 멀뚱히 박지민을 쳐다보다 이내 돌덩이로 변한 커피를 한 모금 입에 털어넣었다. 박지민은 말이 없었다. 아마도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했다. "정말 웃기네요, 형. 우리가 언제부터 사귀는 사이였다고 헤어진다 뭐다 유난을 떠는 건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상상연애라도 하셨나보다. 박지민의 눈동자가 아무 미동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박지민은 깊은 심해였다. 다가가고 싶지 않은, 어두운 내면의 그림자가 결국 모든 것을 뒤덮어버린 절망의 그늘. 나는 그 안에서 질식당하는 물고기마냥 수동적으로 숨을 쉬어야만 했다. 왜 그런 표정이예요. 진짜 역겹게. "그동안 고마웠어. 네 말대로 나 혼자하는 상상연애였지만 그래도 네가 내 욕심 받아준 것도 있고 그래서. 그래서 고마웠어." 이젠 안 그럴게. 그동안 고마웠고, 미안했어. 박지민은 나를 다시 한 번 더 쳐다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갔다. 박지민의 신발 소리가 카페 안을 울리고 커피 잔에 담긴 커피는 서서히 가루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박지민이 떠난 자리를 가만히 응시하다 이내 핸드폰을 들어 친한 동기들의 단톡방에 들어가 천천히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축 해ㅂ] 자판을 치던 엄지손가락이 멈췄다. 오후 3:00. 핸드폰의 시계가 딱 정각 3시를 보여주었다. 가만히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이내 다시 시간을 보았다. 오후 3:08. 박지민의 끈질겼던 마음만큼 끈질기게 오던 문자가 오지 않았다. 이젠 안 그럴게. 그동안 고마웠고, 미안했어. 채팅창에 보낼 메세지 칸이 다음을 쓰라는 듯 대답을 종용했지만 나는 지우는 버튼을 꾹 눌렀다. 뭐하러 이런 것까지 말해. 내 일인데. 이제 정말 해방이었다. 매일 오후 3시 정각마다 오는 사랑의 긴 장문 메세지도, 시험 기간이면 언제나 저가 앉는 독서실 자리에 놓여있던 800원짜리 캔 커피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 눈동자도, 내가 싫어했었던 못생갸 보였단 얼굴도, 싫다고 계속 밀어내는데도 끊임없이 달라붙던 박지민도. 모두 해방이었다. 그래, 박지민도. 박지민도. 가루가 되어버린 커피 잔을 잡은 손이 떨렸다. 정말로 이젠 끝이었다. 그동안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다닌, 그야말로 완전한 해방이었다. 나도, 박지민도.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박지민이 나를 포기한건지, 내가 무슨 심한 행동을 했었길래 이러는지. 말이라도 해주지. 사랑한다는 말 말고 그런거라도 말해줬으면 그래줬으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한 발자국 앞이 바로 깊은 심해였다. 박지민을 닮은, 어둡고 깊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만졌다. 그래줬으면 적어도 고쳤을텐데. 해방이었다. 완전한, 박지민의. 너의 해방이었다. 모두 국민믿어요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