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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또 한 줄이다. 아기집이 약해서 웬만하면 임신은 어렵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도 매번 관계를 가질 때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기대는 놓을 수 없었다. 우리보다 늦게 결혼한 태형이랑 정국이네는 벌써 애가 둘이나 있는데... 제 손에 들린 한 줄짜리 임신 테스트기를 한참을 바라보다 낮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쓰레기통에 던지듯 버렸다.
윤기는 곡 작업 마무리로 한창 바쁠 시기라 작업실에 한 번 가면 얼굴을 못 보는 날이 많아졌다. 그때마다 자주는 아니지만 자기 전에 걸려오는 전화마저도 걸려오지 않자 불안함은 커져만 갔다. 부부 사이이자 애인이라는 사람이 애를 못 가지는데 마음이 안 가는 것도 사실이겠지. 윤기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내가 더 잘 알지만 그에 따른 죄책감도 날이 갈수록 늘어가 지쳤다. 화장실에서 나와 저녁시간인데 저녁을 챙겼을까, 하며 전화를 걸어보니 피곤한지 갈라지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여보세요? 윤기야 밥은.
" 아직 안 챙겼는데, 형은. "
" 이제 곧 챙기야지. "
" 그래. 또 나 없다고 안 챙기면 혼난다, 이따가 보자. 사랑해. "
많이 바쁜지 서둘러 통화를 끊는 윤기에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좋은 곡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내가 생각을 해줘야겠지.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억지로 꾸역꾸역 먹고 소파에 앉아 가라앉은 기분을 조금이나마 띄우고 싶어 재밌는 프로그램도 봤지만, 티비 넘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꼭 제 상황을 비웃는 것만 같아 다시 전원을 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삑삑삑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잔뜩 지친 표정의 윤기가 들어왔다. 다녀왔어? 피곤해. 딱 두 번의 대화가 오가고 윤기는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몸에 딱 붙은 와이셔츠가 불편해 보여 단추를 풀러 편한 옷으로 갈아입혀준 뒤,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꽤나 쌀쌀한 날씨에 이불을 끌어당겨 곤히 자고 있는 윤기의 몸 위로 덮어줬다. 며칠 못 봤다고 핼쑥해진 얼굴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자는 걸 방해하고는 싶지 않아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았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울적해지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혹시라도 깰까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훌쩍이니 답답했던 마음이 그나마 풀리는 것 같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미안해. 듣는 사람도 없는 텅 빈 거실에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석진의 흐느낌만이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또 울고 있구나. 새벽에 목이 말라 무거운 몸을 일으키니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석진이 보이지 않자 거실로 나가려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문 너머로 들리는 작은 울음소리에 문고리를 돌리려는 손을 놓고 침대 모서리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지금 내가 나가서 안아줘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두는 게 좋을지. 그렇게 생각을 하다 방으로 들어오려는 건지 발소리가 나, 몸을 침대에 눕히고 눈을 감고 있자 침대에 누워 훌쩍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잠잠해서 살며시 눈을 떠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스탠드를 켰다.
많이 울기도 했는지 빨개진 눈꼬리에 마음이 아팠다. 어떤 일이 너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손을 올려 네 머리와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다 세수라도 할까 싶어 화장실로 들어가니 쓰레기통에 버려진 임신 테스트기가 눈에 띄었다. 복잡한 감정이 자기 멋대로 꼬여 실타래처럼 엉켜버렸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어도 괜찮으니까, 나는 너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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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김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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