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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저 먼저 씻을게요.”
오늘도 빡빡했던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했다. 쓰러지듯 바닥에 누워 멍하니 있으니, 어느덧 다른 멤버들은 다 씻고 각자 방에 들어가, 지민의 옆엔 정국만 남아있었다. 어, 그래. 몸을 일으키기 귀찮아, 대충 대답한 뒤 그는 바로 후회했다. 아, 정국이가 제일 오래 씻는데.
방탄 내 최장 샤워 시간 보유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정국은 정말 오래 씻었다. 진짜 물 길어서 씻나. 심지어, 피곤했던 지민이 잠깐 졸다 화들짝 눈을 떴을 때도 화장실 문은 닫혀있었다. 정국아, 이런 것까지 1등일 필요는 없잖아.
드디어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이 끝난 건지,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정국이 나왔다.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분명 따뜻한 물로 씻었을 텐데 김 하나 나오지 않았다. 아 씨. 내일은 내가 먼저 씻을 거야! 잔뜩 툴툴 대며 지민이 화장실로 쏙 들어갔다.
적당한 온도의 물이 몸에 닿자, 하루 동안의 피곤이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으, 전정국. 샤워를 하면서도 뭐가 그렇게 불만스러운지, 내내 정국을 씹던 지민의 눈이 별안간 커졌다. 이게 뭐야.
[박지민 예쁘다]
[지민이형]
[춤]
[야해]
[박지민]
김이 서린 거울에 온통 저에 관한 낙서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정국의 글씨였다. 정국이 샤워를 하다 낙서를 해놓고, 김이 빠지자 낙서들이 사라져 지우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다시 김이 서리자, 정국이 했던 낙서들은 다시 나타나고. 그걸 낙서의 주인공이 보고. 지민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 정국이 귀여워. 바보네, 바보.
순식간에 샤워를 끝냈다. 계속 실실거리며.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내일 우리 정국이 놀려야지. 물론 거울에 샤워기를 댄 채 물을 잔뜩 끼얹어 낙서를 지웠다. 다음에 내가 안 씻었으면 어쩌려구.
*
지난 밤 정국의 낙서 때문인지 하루 종일 지민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오죽 했으면 지민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지민아, 오늘 좋은 일 있었니? 하며 말을 걸고 지나갈 정도였다. 물론, 그 주인공 정국도 마찬가지였다.
“형,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너 때문이야, 인마. 목까지 차오르는 대답을 꾹 꾹 누르며 지민이 답했다. 아니야, 오늘 그냥 기분이 좋네.
일정 뒤에 잡힌 연습까지 마무리 하고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지민이 일부러 정국만 남을 때까지 기다렸다. 얼이 빠질 정국에게 날릴 멘트까지 생각해뒀다. 정국아, 다시 김이 서리면 낙서가 다시 나타난단다. 형이랑 과학 공부 다시 할까?
다섯 번째로 씻은 태형이 나오자, 지민이 냉큼 정국에게 말을 걸었다.
“정국아, 오늘은 형이 먼저 씻을게.”
“네.”
지민이 들어간 화장실에서 작게 들려오는 콧노래에 정국이 바람 빠진 웃음을 뱉었다. 아, 귀엽다니까.
두 볼이 발갛게 상기된 채 화장실에서 나오는 지민을 보고 있자니, 형이고 뭐고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정국이 냉큼 화장실로 들어섰다. 지민이 잔뜩 헤집어놓은 스킨 로션 병들을 정국이 다시 정리했다. 칠칠이.
정국이 들어 간 화장실에서 피식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전정국]
[바보]
[형 방으로 와]
[♡]
거울에 지민의 글씨가 나타난 것도 같은 시간.
*
벌컥 하는 소리에 지민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지민의 방에 들어선 정국의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정국의 표정을 확인한 지민의 눈가가 예쁘게 접혔다.
“아, 형.”
“다 봤어?”
“네.”
우리 막내, 창피했어? 말꼬리를 늘리며 제 엉덩이를 툭툭 치는 지민의 손목을 잡고 정국이 말을 끊었다. 애 취급하지 마요. 에이, 귀여워서 그러지.
지민이 준비한 멘트를 하러 입을 여는 순간, 조금만 움직이면 입술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 온 정국의 얼굴에 놀라 말이 늘어졌다.
“정국아, 거울에 다시 김이 서리면…낙서가…다시…생기는데…….”
“네.“
“그러니까, 형이랑…과학 공부…다시 할까?”
“형이 알려 줄 거예요?”
“얼굴 좀 떼구…….”
말을 더듬으며 제 눈을 피하는 지민에 정국이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요.
“나 다 알고 있었는데, 지민아.”
“뭐?”
너 보라고 쓴 건데.
너 예뻐서, 야해서, 알려주려고 쓴 건데.
말을 마친 정국이 자석에 이끌리듯 지민의 입술에 제 입술을 대어 살짝 눌렀다 떼었다. 아, 형이 자기 방으로 직접 불러줄 줄은 몰랐네요.
순간, 지민은 생각했다.
연하남의 패기는, 감당할 수가 없겠구나.
ㅇ예 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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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향이 이미지 다 망쳐놓은 과일 원탑.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