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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6/1/03) 게시물이에요
방탄소년단에 게시된 글이에요   새 글 

 

 

 

 

 

 

ㄱ 감정이 미성숙한 미성년에게 (국민) | 인스티즈

 

 

 

 

 

 

국민 

 

 

 

 

 

 

 

 

"나 다음 달에 결혼해." 

 

그래요? 정국은 이 말을 꺼내기가 그렇게나 어려웠다. 3년 연애의 끝이 난데없는 결혼통보라니. 분명 화가 나야 할 상황인데도 어째선지 화가 나지 않았다. 이 다음에는 어떻게 말해야 하지. 축하한다고 해야할 지 아니면 언제부터 결혼하려고 했는지 물어봐야 할 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어깨에 걸쳐진 가방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오늘 날씨 추운데, 쓸모없어졌네. 커피 잔의 손잡이를 잡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도, 입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잠시 간의 침묵이 어느새 긴 침묵이 되어있었다. 앞에 마주앉은 지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정국은 지민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자 그제야 자기가 무언가를 또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국은 그런 남자였다. 주변에 무감각해서 꼭 드러나게 표현을 해야만 알아채는 둔한 남자였다. 

 

"아무렇지도 않지? 넌 나 안 사랑했잖아. 안 그래?" 

"아니에요." 

"아니. 너 나 안 사랑했어. 연애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네가 한 번이라도 나한테 먼저 사랑한다 표현해 준 적 있어? 맨날 나 혼자했잖아. 썸도 나 혼자 타고 연애도 나 혼자 하고, 지금 헤어지는 것도 나 혼자 하는 거 잖아. 네가 나한테 대체 뭘 해줬는데?" 

"......." 

"연애할 때도 한 번도 사랑한다 해 준 적 없었잖아. 그리고 지금도, 넌 화 안 나? 네 애인이 갑자기 불러내서 다음 달에 결혼한다잖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요." 

"결국 너한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존재였던 거 잖아." 

 

지민의 눈이 흐려지면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곧 눈물이 떨어질 듯 해 정국은 급하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지민에게 내밀었다. 항상 하품이나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있을 때 꼭 눈을 비비며 눈물을 닦는 지민의 습관때문에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버릇이 생겼었다. 정국은 손수건을 지민에게 내밀고서 아차 싶었다. 지민의 눈에 고여있던 눈물들이 갑자기 많아지더니 눈물 방울들이 후두둑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지민은 무언가 분한듯이 아랫 입술을 깨물며 오른손으로 양 쪽 눈을 거칠게 닦아내었다. 자신이 오기 전까지도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뜯었는지 오른쪽 입술에 피딱지가 앉아있었다.  

 

팔 아프다. 지민은 정국이 그렇게 생각을 할 때까지 손수건을 노려보며 받지 않았다. 정국은 코를 훌쩍이며 창가로 잠시 시선을 돌린 지민의 모습에 팔을 거두었다. 안과에서 눈 비비지 말라고 얘기 했다고 하더니 또 말 안 듣네.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제 남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는가.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는데. 

 

"나도 잘 알았어. 애초부터 내가 너 좋아서 쫓아다닌 거였고 너는 거의 적선해주다시피 나 받아준 거였잖아. 나도 알았어. 그래서 네가 나한테 아무 말 안 해줘도 괜찮았어. 내가 하면 됐으니까. 근데 사람 마음이란게 계속 나만 하니까 지치더라. 벽하고 사귀나 싶을 정도로 너는 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었고 나는 지쳐갔고 그래서 미치겠더라." 

"......." 

"지금도 난 이렇게 힘든데 넌 아무렇지도 않고. 정국아. 너 진짜 나 사랑하기는 했어?" 

"네." 

"네가 한 어떤 행동이 사랑이었니." 

 

손에 쥐어진 손수건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생각해보면 확실히 자신은 지민에게 해 준 것이 없었다. 남들처럼 사랑한다 매일 말하는 것도 아니었고 스킨십을 하면서 애정 관계를 주고 받지도 않았었으니까. 그저 자신은 지민의 곁에 있을 뿐이었다. 소중해서, 아껴주고 싶었으니까. 그것이 잘못이었나. 어쩐지 조금 속상한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기에는 너무 소중해서, 너무 과분해서 그저 지켜주고 싶었던 것 뿐인데. 웃게 해주지는 못해도 울게 해주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뿐인데. 지민은 울고 있었다. 정국은 그것이 못내 서러웠다. 울리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나름대로 지켜왔는데 그것이 지민을 울리게 만들어서. 그래서 슬펐다. 지민이 울면 온 몸이 아프다. 아파서 저릴 만큼 지민이 우는 것이 싫었다. 헤어지는 건 헤어지는 거지만 지민을 울리고 싶지 않았다. 관계의 처음과 끝을 울리는 남자로 남기는 싫었으니까. 

 

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입을 열어 아니라고 오해라고, 사랑한다고 하고 싶은데 이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민의 얼굴은 빨개져 있었다. 울음을 참는 듯이. 

 

"넌 나중에 나같은 사람 못 만날거야. 이렇게 목석같은 남자를 참고 3년을 견디면서 연애해 줄 사람 없어." 

"......." 

"다음에는 꼭 너같은 사람 만나서 고생해봐. 그럼 내가 왜 이랬는지 이해 갈거야." 

 

이제 갈래. 지민의 빨개져서 부은 눈은 안 그래도 작은 눈을 더 작아보이게 만들었다. 커피 잔을 쥔 지민의 손 끝과 같은 색으로 부은 눈을 쳐다보다 이내 겨울만 되면 손부터 차가워져서 손만은 밖으로 내 놓지 못하는 지민이 떠올랐다. 지민은 정국이 저의 손 끝을 보고 있는 것을 지켜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지민을 정국은 붙잡았다.  

 

정국은 가방의 지퍼를 열고서 장갑을 꺼냈다. 장갑을 끼고 다니지 않아 항상 손 끝이 트는 지민을 위해 산 거였다. 이제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이 장갑의 주인은 지민이었으니까 당연히 지민에게 가야하는 것이 맞았다. 헤어져도 이 정도는 받아줘도 되잖아. 그런 마음이었다. 

 

"이거. 이거 끼고 다녀." 

"......" 

"손, 춥잖아." 

"......전정국." 

 

지민은 정국이 내민 장갑을 바라보았다. 본 적이 있는 장갑이었다. 한달 전에 정국과 길을 걷다가 딱 한번 이 장갑 예쁘다며 말했었던 장갑이었다. 지민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억울했다. 3년의 연애동안 모진 상처를 다 받은 건 저인데 어째서 마지막에 악역처럼 보여져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치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누가 보면 정국이 모든 사랑을 베푼 것 처럼 보일만큼. 지민은 장갑을 보다가 이내 시선을 올려 정국의 얼굴을 보았다. 정국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언가를 참는 듯한 표정.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전정국의 표정. 지민은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정국의 손을 무시하고 뒤돌아서 카페 밖을 나갔다. 이건 반칙이었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런 표정을 지어주다니. 지민은 길을 걷다 이내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자신의 손 끝을 보았다. 하얗게 일어난 손 끝이 보기 흉했다.  

 

손, 춥잖아. 지민은 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에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마지막으로 본 정국의 표정은 울지 못해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울고 싶었다. 냉정한 전정국, 못된 전정국, 나를 사랑하지 않는 전정국. 모든 생각들이 뒤집히는 고통에 머리가 아파왔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부릅뜬 눈이 아파와 눈을 감았다. 기억이 조작이라도 된 듯이 마지막에 정국이 말할 때 목소리가 울음에 잠긴 듯 들려서, 그래서 아팠다. 마치 정국이 저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 같아서. 

 

지잉- 진동모드로 해 놓은 휴대폰이 울려댔지만 지민은 그저 목석같이 앉아있었다. 그동안 미련같은 사랑으로 억지로 붙잡았던 모든 관계가 겨우 5분으로 끝이 났다. 3년 연애의 끝이 겨우 5분내에 이루어지다니, 지민은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손이 아파왔다. 눈을 너무 비벼댄 탓인지 눈도 아파왔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었다. 문자가 와 있었다. 

 

[자기야 오늘 우리 침대보러 가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멋지게 하고 와♥] 

 

문득 숨이 막혀왔다. 현실을 피해 도망쳐 온 곳이 안식처가 아님을 알고 있는 주제에. 

 

 

 

"저기, 손님. 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정국은 멍하니 지민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다 이내 자신의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위를 보았다. 앞치마를 두른 여직원이 입가에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정국은 여직원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였다.  

 

커피 잔이 치워지고 테이블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정국은 앞에 있는 텅 빈 자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손 끝이 저렸다. 세상에 혼자가 된 느낌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별로였다. 별로였다. 별로일 수 밖에. 

 

박지민은 떠났다. 마음 같아서는 잡고 싶었지만 마지막이라고 꽤나 모진 말들을 하며 오히려 저가 더 상처받은 듯한 표정이어서, 잡지 못했다. 그 표정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는지 보였기에. 그 때문에 저는 천하의 가 되었지만 저는 언제나 박지민에게 있어서 천하의 여서 별로 타격도 입지 않았다. 오히려 타격을 입은 것은 박지민이라면 박지민이겠지. 손에 쥔 장갑이 차갑게만 느껴졌다. 박지민의 손도 이렇게나 차가울 텐데 더 이상 자신은 그 손을 잡을 권리도, 자격도 없어서 슬픈 것 같다. 아니, 슬프다. 손에는 기분 나쁜 핸드크림의 향이 맴돌았다. 원채 손 관리를 잘 안 하는 지민 때문에 손에 핸드크림을 덕지덕지 발라서 손을 잡고는 했던 습관 때문에 제 코만 고역이다. 핸드크림 다 버려야 겠네. 집에 한 가득 쌓여있는 핸드크림을 다 버린다는 것이 조금 아까웠지만 어쩔 수 있나. 박지민이 아니면 바를 이유도 없는데. 

 

지잉- 핸드폰이 울렸다. 태형이 형이겠지. 평소 같았으면 이미 전화를 받았겠지만 정국은 곧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고나서 다시 테이블을 보았다.  

 

"손님. 여기 커피 리필 가져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점원의 목소리가 귀에 도착하기도 전에 공중에서 흩어졌다. 리필된 커피에서 나오는 김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박지민이 울었다. 나 때문에. 박지민이, 울었다. 나 때문에. 

 

내가 표현을 잘 못해서 너한테 못 맞춰 줄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응. 내가 너 더 좋아하잖아. 원래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야. 

 

그러면 나도 너 안 울리게 해줄게. 다른 건 다 못 해줘도 앞으로는 안 울게 해 줄 수 있어. 약속해. 

 

울리고 싶지 않았는데.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말 없이 다른 사랑을 찾아간 박지민도 미웠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화나는 건 박지민을 또 울린 자신이었다. 가뜩이나 많이 우는데, 또 울리고. 온 몸이 저릿했다.  

 

[야.] 

[야 전정국 전화 안 받냐?] 

[아나 너 똥 쌈?] 

[자꾸 안 받으면 박지민한테 전화해서 네 욕한다?] 

 

[형. 하지마요.] 

 

[근데 왜 전화 안 받아] 

 

[저 지민이 형이랑 헤어졌어요.] 

 

[사거리 단골술집으로 와라. 내가 쏠게.] 

 

 

 

"야! 솔직히 네가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얼마나 네가 박지민한테 잘 해줬냐? 응?" 

"......." 

"손 튼다고 맨날 핸드크림 발라 줘, 갖고 싶은 거 있다 하면 사다 줘, 친구들이 애인 소개시켜 달라고 해도 술자리에 데리고 오고 싶지 않다고 지켜 줘, 여자 애들한테 철벽도 쳐. 네가 뭘 못 해줬냐? 네가 한 행동 중에서 어디가 사랑이 안 느껴졌다냐? 그 녀석 애정결핍이야?" 

"지민이 형 욕 하지 마요. 내가 잘못한 거에요." 

"어이고 그래. 차여도 네 애인이었다 그거냐? 아주 열남나셨네 열남나셨어. 그렇게 너 사랑하던 녀석이 그'깟 사랑한다 말 좀 안 해줬다고 금방 결혼준비까지 다 했다냐? 그건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거야." 

"다 내 잘못이니까, 지민이 형한테 그러지 마요." 

 

정국의 눈에서 눈물이 톡 하고 떨어졌다. 태형은 지민의 욕을 하려다가 이내 정국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자 입을 꾹 닫았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정국이 울었다. 박지민때문에. 

 

많이 힘들구나. 태형은 소주 한 병을 더 따서 정국의 잔을 채웠다. 맥주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소주를 시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정국은 꽤나 아픈 듯 보였다. 태형은 숨 죽이며 테이블 위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잘도 참았다. 장난스럽게 시간이 약이라며 다른 예쁜 여자라도 소개시켜 줄까라고 말하려던 계획은 아무래도 접어야 할 것 같았다. 이 녀석 이거 백 퍼 적어도 몇 개월은 간다. 

 

"근데 좀 의외네. 너랑 박지민 사귈 때, 그 약간 처음에도 그렇고 박지민이 더 좋아하는 연애 같았는데." 

"나는 어떻게 표현 할 지 몰라서 그냥 못했던 건데...그게 너무 힘들었대요. 벽하고 사귀는 것 같았대요. 난 지민이 형이 그렇게 느낄 정도로 멍청했던 내가 싫은 거에요." 

"아직도 박지민 사랑해?" 

"사랑해요. 진짜, 진짜 나 혼자서라도 사랑하고 싶을만큼 사랑하고 있어요. 그렇게라도 사랑하고 싶어요." 

 

에라이 이 멍'청아. 그런 소릴 박지민 앞에서 했으면 안 깨졌을 거 아냐. 태형이 소주 잔을 입에 기울이며 정국을 타박했다. 정국은 자신의 앞에 채워진 술 잔을 보다 이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술이 너무 썼다. 그렇다고 결혼 준비를 할 것 까지는 없었잖아. 형이 무슨 결혼 적령기를 지난 노총각도 아닌데. 적어도, 말이라도 해 줬으면 고치려고 했을텐데. 너무 밉다. 미워. 미운 박지민. 내 성격 잘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해.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거 알면서. 

 

형이 매일마다 나한테 말 해줬었어요. 네가 표현 안 해도 다 안다고. 그러니까 안 지친다고. 그런데 지쳤대요. 자기 혼자 사랑한 것 같대요. 

 

야, 너 너무 취한 거 아니야? 소주 잔 좀 내려 놓고 말해. 

 

그깟 사랑한다는 말이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보물인 줄 알았다. 그 말 한 마디에 휘청거리며 흔들리는 것이 싫어서, 그런 느낌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낯설어서 그저 숨겨둔 것 뿐이었는데 그게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소중하니까, 그만큼 쉽게 휘둘려지니까 아낀 거였는데 아끼다가 그게 병이 되었다니. 20살 전정국은 진짜 멍청했다. 물론, 3년 전, 2년 전, 1년 전의 전정국도. 자존심만 쎄서 사랑한다 표현도 안 하며 연애는 하고 싶어했던 꼬맹이. 그저 자기가 더 사랑하는 게 지는 것 같아서 애써 현실을 외면했던 미성년. 그것이 저였다. 나이가 성인이 되면 뭐하나. 감정이 미성숙한 청소년인데. 

 

미성년은 모든 것이 성숙하지도, 유치하지도 않아 더욱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더니 정말이었다. 앞이 정답이어서 그것만이 제 길이라 생각하며 달려왔더니 옆에서 달리던 네가 없어진 것이다. 원인은 따져보지도 않은 채 결론 나 버렸고 너는 떠났다. 나 때문이었다. 내가 옆을 돌아보지 않아서, 놓친 거였다. 미성년은 때로 많은 것을 잃는다. 사랑을 잃고 우정을 잃고 그렇게 성숙해진다고 하는데 정국은 그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성숙은 개뿔, 아프기만 더럽게 아팠다. 

 

"뭐,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면서 다음 사람에게는 더 잘 해주면 되지. 안 그러냐?" 

"지민이 형은 릴리 향을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핸드크림도 릴리 향만 써요." 

"응?" 

"근데 난 그 향이 진짜 죽도록 싫거든요. 근데 참았어요. 지민이 형이 좋아하니까. 난 참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 릴리 향 핸드크림만 4통이 있어요. 이제 그걸 다 어떻게 하죠." 

"아. 뭘 그렇게 많이 샀어." 

"지민이 형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려고." 

 

그랬는데, 이제 다 필요 없대요. 정국의 고개가 아래로 계속 떨어지더니 이내 테이블에 이마를 맞대었다. 정국의 머리카락 몇 올이 치킨에 닿기 일보직전이라 태형은 정국의 머리를 옆으로 이동시키고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지민이 일방적으로 쫓아다닐 때나 연애할 때나 정국은 남이 보기에 달라진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무뚝뚝했다. 그래서 정국이 남몰래 지민을 챙길 때에도 솔직히 태형은 정국이 지민을 동정해서 사귀어주는 줄 알았다. 자기를 너무 좋아해주니까 보답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지민에게도, 정국에게도 상처였나보다. 태형은 정신을 반쯤 놓고 취한 정국이 울먹거리자 시선을 여러 군데로 돌리다 이내 핸드폰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원래 남의 연애에는 관심 없지만 도저히 정국이 너무 불쌍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박지민한테 전화해볼까. 그러면 또 나중에 나한테 난리칠텐데. 

 

[부재중 전화 8통] 

 

"으메. 뭔 전화가 이렇게 많이 왔다냐." 

 

무음 모드로 해 놓은 것을 다시 돌려놓는 걸 까먹고서 정국과 술 잔을 기울이다보니 전화도 전화지만 시간도 많이 흘러있었다. 11시 28분. 태형은 한숨을 쉬며 조용해진 저의 앞을 보았다. 정국이 테이블에 얼굴을 대고서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일단 나도 술 취했으니 차 좀 대신 운전해 줄 사람이 있나. 저번에 한 번 콜 대리기사를 불렀다가 도둑질을 당할 뻔한 태형은 대리기사를 부르지 않았다. 평소에는 눈치가 없는 편이지만 그런 류에는 눈치가 꽤나 있는 편이라 신호에 걸렸을 때 도망쳐 나왔던 것이 신의 한 수였지만.  

 

어디 보자. 남준이 형은 지금 자고 있겠고, 호석이 형은 광주로 내려갔고 석진이 형은 과제 때문에 바쁘고. 그럼 윤기 형한테 해야겠다. 

 

아. 왜. 

"형. 저 지금 국민술집인데요. 저랑 정국이가 너무 취해서 좀 데리러 와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나도 지금 술자리야. 술은 안 마시긴 했는데 박지민이 뻗어서 얘 데려다 줘야해. 

"엥. 그 녀석은 자기가 먼저 헤어지자 해 놓고 왜 술을 마신대요?" 

내 말이 그 말이지 뭐. 결혼 하는 거 너무 후회된다 어쩐다 계속 쫑알거리는 거 들어주느라 혼났다. 

"......그러면 형. 박지민 데리고 여기로 와 주세요." 

 

미'쳤냐? 헤어진 애들 다시 만나게 해서 뭐 하려고. 윤기의 낮은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태형은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윤기의 목소리에 잠시 입을 닫았다 이제 자면서도 우는 정국을 보며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떼었다.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형. 솔직히 정국이 너무 불쌍해서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적어도 정국이도 박지민한테 무슨 말이라도 하고 헤어지게 해 줘야죠. 이 새'끼, 박지민 앞에만 있으면 떨리고 자기가 무슨 말 내 뱉을 지도 몰라서 그동안 꾹꾹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참고 또 참았던 애예요. 헤어지더라도 이 녀석도 그 말 다 하게 하고 끝내게 해주세요. 제발." 

......  

"아니면 이 녀석 앞으로 다시는 연애 못 할 것 같단 말이예요." 

정구가아- 아 조용히 해. ...알았어. 내가 금방 거기로 갈게. 

 

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태형은 전화를 끊고서 앞에서 퍼질러 자고있는 정국을 흔들었다. 야. 일어나. 박지민온다. 

 

 

 

"왔어요 형?" 

"그래. 이 녀석 데려오느라 좀 늦었다." 

"괜찮아요. 좀 앉아요." 

"그래. 야, 지민아. 좀 앉아." 

 

네에. 지민이 휘청거리며 태형의 옆 자리에 앉으려다 저의 대각선에서 저를 보고있는 정국과 눈을 마주쳤다. 아. 정국은 아직도 술에 취해있는지 지민을 보고 나서야 지민이 왔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주 느리게. 지민은 정국과 시선을 마주치며 가만히 서 있었다. 또. 또 저런 표정 짓지. 지민은 또 다시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윤기와 술 마시면서 눈물 콧물 다 쏟아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듯 해 괜히 코를 크게 한 번 들이 마셨다. 저런 표정을 지으면 난 어떻게 하라고. 정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처럼 빨갛게 부어올라 퉁퉁 부은 눈으로. 

 

"뭐야. 박지민. 네가 차 놓고서 다시 전정국 보니까 다시 사귀고 싶어?" 

"야, 김태형." 

"솔직히 전정국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 해줬냐. 너한테 사랑한다 표현은 잘 못 해줘도 네가 해 달라는 거 언제 안 해준 적 있었어? 그 녀석이 너한테 얼마나 지극정성이었는지 모르지?" 

"야." 

"왜, 왜 이렇게 손이 차가워요." 

"......." 

 

내가 따뜻하게 하고 다니랬잖아요. 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지민의 손을 잡았다. 차갑게 얼어붙은 손을 녹여주려고 두 손으로 지민의 손을 잡고서 꾹꾹 눌렀다. 그런 정국의 행동에 지민에게 뭐라고 하려던 태형도, 태형에게 뭐라고 하려던 윤기도 입을 다물었다. 정국은 지민의 두 손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입김을 내보냈다. 지민의 손이 차가웠다. 저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던 그 말처럼. 

 

"정국아." 

"내가 핸드크림 잘 바르고 다니라고 했었는데. 말 진짜 안 들어." 

 

정국은 그 말을 하고서 자신의 가방을 열어 핸드크림을 꺼내 자신의 손에 잔뜩 바르고서 다시 지민의 손을 잡았다. 지민의 눈가가 떨렸다. 코가 빨갛게 되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정국아. 넌 내가 안 미워?" 

"안 미워요." 

"왜?" 

"...나는 항상 형 울리잖아요. 예전에도, 오늘도, 지금도." 

 

울지마요. 난 형이 울면, 여기가 아파요. 정국이 자신의 가슴을 건드리며 말했다. 아프지마 정국아. 아프지마. 지민이 정국의 눈물 고인 눈 밑을 쓸며 말했다. 정국은 그런 지민을 껴안았다. 난 아파도 되니까 제발 울지마요.  

 

"정국아. 미안해애. 미안해." 

"......" 

"미안해." 

 

지민이 정국의 등을 꽉 껴인았다. 태형과 윤기는 자신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다가 이내 술 잔을 기울였다. 미안하지만 저 사람들보다 이 녀석들이 더 중요하니 어쩔 수 없었다.  

 

정국은 지민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내 답답했던 가슴이 편안해졌다. 지민이 엉엉 울면서 정국의 옷에 눈물 콧물을 다 묻혔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정국은 지민의 등을 토닥이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형이 그랬죠. 내가 형 안 사랑하는 것 같아서 혼자 연애하는 기분이었다고." 

"......" 

"형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내가 형 사랑하는 거 알잖아요." 

"미안해." 

"미안하면 오늘 낮에 카페에서 했던 말 다 취소해요. 얼른. 다." 

"취소할게. 다 취소야, 다." 

 

잘했어요. 정국은 지민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앞으로는 사랑한다고 해 줄게요. 매일 해 줄게요.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요. 

 

"술집에서 별 난리를 다 친다." 

"어쩌겠어요. 오늘은 놔 두죠." 

"저 녀석들 나중에 정신 차리면 그 때 봐야지." 

 

윤기가 술 대신 치킨을 먹으며 말했다.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와는 다르게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것은 태형도 마찬가지였다. 

 

 

 

"형? 얼굴이 그게 뭐에요?" 

"나 집 나왔어 정국아."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 지민의 얼굴에는 손자국과 멍이 들어있었다. 정국은 그런 지민의 얼굴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이내 지민을 데 집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서 다시 지민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으며 천천히 훑었다.  

 

"대체 왜 집 나온 거예요?" 

"결혼 안 한다고 했어." 

"......" 

"그래서 너랑 살려고 왔어." 

 

지민의 눈이 다시 가늘게 접혔다. 정국은 속상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기분에 지민을 끌어안고서 머리칼에 입을 맞췄다. 잘했어요. 내가 잘 해줄게요. 정국은 지민을 끌어안으며 자신이 다 아파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민의 손에 들린 캐리어가 불안정한 자신들의 미래를 나타내주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아마 그 때에도 우리는 다시 위기를 겪겠지만 또 다시 서로를 끌어안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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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
와 대박이다.....진짜좋아 아련하다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ㅠ진짜좋다 슼슼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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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ㅍㅍㅍㅍ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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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
아대바가ㅏㄱㅠㅠ 너무조타 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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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
허얼... 와... 너무 좋아... 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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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
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금손탄 ㅜㅠㅠㅠㅠㅠ레알 대박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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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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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
와..........진짜 좋아.......일어나자마자 선물 받는거 같아.....와.....♡진짜 사랑해 쓰니 글잡가쟈ㅠㅠ진심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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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
와 읽다눈물남 진짜좋다이글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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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
와 너무좋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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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
미쳤어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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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
아 진짜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잘읽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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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
쓰니진짜좋아해ㅠㅠㅠㅠㅠㅠㅠㅠ쓰니가 쓴 글 다 읽어 보려구 하는데 빠진게 있을까 걱정된다ㅠㅠㅠ모음글 만들어 주면 안될까8ㅁ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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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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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
이렇게 고마울수가...진짜 고마워 쓰니야 나 쓰니 글 진짜진짜 좋아해ㅠㅠㅠㅠ앞으로도 쭉 글써줘♥♥나 쓰니 열성팬이야 말이 두서가 안맞네...사랑해 쪽쪽 음빠음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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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
야진짜ㅜㅜㅜㅜ너무슬프잔아ㅜㅜㅜㅜ아진짜우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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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
왜 이걸 이제 봤더냐 어 서랑해ㅜ유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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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 글 너무좋아ㅠㅠㅠㅠㅠㅠ아진짜 너탄이쓴글 정주행하고왔는데ㅜㅜㅜㅜㅜㅜ허어우유ㅠㅠㅠㅠㅜ제발글잡가주ㅜ우우ㅜㅜㅜ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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