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을 갑자기 확 치켜든 황제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는데,
그렇게도 급하게 올린 두 팔은 움츠린 몸을 덥썩 끌어안는다.
참고 있던 숨이 턱, 하니 막혀온다.
나를 치는 것이 아니라 꽉 끌어안았다.
내 몸은 뒤늦게야 덜덜 떨린다. 그리고 어깨를 떨면 떨수록 나를 더 꽉 안아오는 단단한 두 팔 안에서, 서서히 차분해져 간다. 놀랐던 심장 때문에 떨리는 내 숨소리에 못지않게 내 귓가에 전해지는 민석의 숨소리 또한 불안정하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급히 숨을 들이켠 소리 후에는 아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물어오는 속삭임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으십니까 부인.
"..어찌..어찌 된 일입니까. 어디 다른 곳이 편찮으시기라도 한 겁니까?"
말없이 고개를 조그맣게 저으니 또 눈물이 날 것처럼 목이 뜨겁다.
열병에 지쳐, 그리고 또 하도 울어 퉁퉁 부은 눈가가 아려온다.
황제는 내 목덜미에 턱을 묻고 깊은 한숨을 쉰다.
"어찌, 어찌 그런 일로..."
"........"
"지아비인 제게 위로를 받으러 오지 않고, 벌을 받으러 온단 말입니까."
'제가..' 하며 뭔가 더 말을 이으려던 황제는 다시 한숨만 내뱉으며 어떤 말 대신 두 팔에 더 힘주어 나를 안는다. 아파하는 그 목소리만큼 무거운 손길로 내 등을 어루만진다. 천천히 어루만지며 고개를 어쩔 줄을 모르고 살짝 저어대는 것이 느껴진다. 안타까운 목소리로 연신 중얼거린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자기 자신을 탓하는 듯한 그 안타까운 목소리에 나는 또 가슴이 무거워져 온다. 차라리 내게 화를 내고, 내가 잠시 두려워했던 것처럼 나를 손으로 내리쳐 벌했다면 뺨은 부어올랐을지 몰라도 마음이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역시나 나도 나약한 사람인지, 지금 내 등을 어루만져주는 그 손길에서 위안을 얻는다.
만약 아까 그렇게 한참을 울다 지치지 않았다면, 이렇게 안긴 채로 또 뜨끈한 눈물을 줄줄 흘렸을 거다.
그렇게 보수적이라고 했던 설국은.
..그 설국의 황제는.
처음 만난 날, 내 손목에서 앵무새의 피가 떨어졌을 때에 충격을 감추지 않고 얼굴을 굳혀보였다.
그리고 나를 노려봤었다. 분명히 노려보듯 차갑게도 내려다봤다.
어찌하겠냐고, 그래도 천운이라고 마치 비꼬듯 말했었다.
그랬던 황제인데. 그렇게 얼음장 같았던 황제는,
"우리 둘만, 둘이서만 오순도순 삽시다. 부인."
"...어떻게 우리 둘이-"
"자식이 가지고 싶으십니까. 그리하면 어디 부모 잃은 가여운 아이라도 데려와 우리 자식이라 하고 키웁시다."
"황제 폐하,"
"그러니 제발, 다른 여인을 품으라는 말은 마세요. 다른 황후를 맞으라는."
언제부터 이렇게 따듯하게 녹아있었을까.
목소리는 누그러져 있다. 가시는, 하나도 없다. 날을 세우지도, 벽을 치지도 않았다.
내 등을 문지르던 손이 힘없이 떨어져 내 허리를 감싼다.
무거운 고개를 내 목덜미에 더 깊이 묻는다.
"더 이상 제게 잔인하게 굴지 마세요, 부인."
부인이라는 그 말이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까.
나를 감싸안아주다 말고 오히려 자기가 지쳐 기대듯 이제 내 몸에 무게를 싣는 그의 몸보다도 훨씬 더 무겁다. 그 말이.
자신에게 잔인하게 굴지 말라는 말이, 그리고 나를 부인이라 다시 한 번 칭하는 그 목소리가.
내가 기우뚱, 뒤로 넘어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될 만큼 내게 기대 몸을 맡긴 황제는 낮게 고백한다.
훗날, 미래에.
역사가 나를 여인에 빠져 본분을 잊은 무능한 왕이라, 또 폭군이라 기억한다면, 그러라 하지요.
나는 내 황후의 기억 속에 무능한 지아비로 남는 것이 훨씬 더 두렵습니다.
(내가 쓴거아니야! 복붙한거야 독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