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 경찰이고 지민이는 자퇴한 열아홉.
대학 졸업년도에 맞춰 경찰공무원 딴 윤기는 어린 나이에 지방 경찰이 되었지. (공시에 대해 잘 모름 걍 그렇다고 치자)
발령 받은 지방에서 처음 업무를 맡게 된 것이 고딩 양아치들 뒷처리였어.
그 사건 피해자가 지민인데 학교측에서는 일 불리기 싫다고 지민이 탓으로 돌리라는 거야.
그럴 수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하니까 두둑하게 챙겨주겠다질 않나, 별 더러운 일을 치렀어.
사실 공무원하려고 경찰 하는 거라 윤기는 사명감 같은 것 없이 무감한 성격이 그나마 잘 어울리겠다 싶었지.
그래서 이상한 압박 같은 거에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 기분만 나빴지.
윤기는 피해자 상담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처음 지민이와 면대면을 하는데 왜 따돌림을 받았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했어.
아무렇지 않은 척 예쁘게 웃는 모습이 딱했지. 윤기는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해. 지민이는 웃을 뿐이야.
형식적인 만남이 끝나고 지민이는 다음 날 사복으로 윤기를 찾아왔어.
학교에 있을 시간이었지. 무슨 일이냐는 표정의 윤기한테 팔을 벌리며 고개를 까닥였어.
건방진 학교측이랑 싸우긴 커녕 자퇴를 하고 온 지민이에 이마를 짚었지.
너 이제부터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생각은 있냐, 식의 물음을 던졌어.
윤기는 딱 짜여진 길에 익숙했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었지.
자퇴를 물릴 생각이 없는 지민이는 얼마 뒤 알바자리를 구하고 열심히 돈을 벌기 시작해.
윤기는 어린 애가 딱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지. 지민이는 알바를 하고 나면 꼭 윤기를 기다렸어.
왜 자꾸 오느냐 묻고 싶었지만 사람이 그리운가 싶어 귀찮아도 집 가는 동안 지민이와 함께했지.
몰랐지만 지민이 집은 윤기 집쪽도 아니었어. 한 삼개월 지난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아서 윤기는 헛웃음을 지었지.
"뭐 때문에 이렇게 맨날 고생해서 기다리는데."
"그냥 좋아서요."
"뭐가 좋은데."
"형이요. 형이 좋아요."
당돌한 지민이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저었어. 꽤 심각한 얼굴이었지.
앞서 말했지만 윤기는 잘 짜여진 길만을 걷는 인간형이었어. 이런 식의 지민이의 말은 혼란을 줘.
표정을 싹 굳히고 가라는 윤기의 말에 또 한 번 따뜻하게 웃은 지민이가 팔을 흔들어.
못 본 척 하고 들어가는 윤기야.
그렇게 싸늘한 윤기를 봤으면서도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지민이는 윤기를 기다려.
쌩- 모르는 척 하는 윤기의 뒤에서 재잘재잘 떠들며 지민이는 뒤따르지.
그게 한 오일 반복되었을 때 윤기가 반응하지.
뒤따르는 지민이에게 돌연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
"하나도 안 궁금하고 머리 아파 죽겠으니까, 좀 꺼지라고."
"그럼 입 다물고 갈게요."
"찾아오지 마."
"싫어요."
윤기는 질리는 표정으로 빠른 걸음을 걸었지.
화가 끝까지 나. 이유는 이미 알지만 인정할 수 없었어.
주제에 상처받지 않은 얼굴을 보이는 지민이가 원망스러웠지.
자신은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이 아이 좀 어떻게 안 보이게 할 순 없을까,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면 되는 걸까.
윤기는 현관문에 가방을 던지고 머리를 부여잡아.
남자 아이, 열아홉, 아무것도 모를 나이.
그건 윤기도 마찬가지였어. 늘 누가 시키는대로, 이 길이 맞다하면 그 길을 걸었지.
작은 것이라도 자기가 선택한 것은 없었어.
사실 지민이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
가뜩이나 학교로부터 받은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윤기였지.
집 앞을 걸어오는 그 시간도 부족해. 매일 같이 있고 싶어.
아무것도 모르는 건 지민이가 아니라 윤기였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싶은 윤기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지민이에게 호통치던 그 골목을 지나 계속 뛰었지.
축 처진 채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지민이가 보여.
윤기가 멈춰 선 채로 지민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지.
저 아이가 뒤 돌아 보지 않는다면 관두자 생각하는 윤기야.
빨리 사라져라, 사라져라 기도하는 윤기의 노력이 무색하게
지민이는 뒤를 돌았어.
마치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그리고 처음 윤기와 상담했을 때와 같은 그 예쁜 웃음을 보여주었지.
윤기는 졌다는 표정으로 다가가 지민이 어깨를 잡았어.
아까 세게 잡은 그 어깨에게 사과하든 보듬은 채
"울지 마."
지민이에게 속삭였지.
그제야 울음을 터뜨리는 지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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