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인반늑대' 써치해서 1,2,3 편 보고 오면 편할거에요.
#8
짐: 정꾹아, 오늘 무슨 날이게?
국: (국리둥절) 몰라요.
짐: 바로바로- 발렌타인 데이! (주섬주섬 초코 꺼내서 입에 물려줌) 달지? 엄청 달지?
국: ...뭐, 다네요.
짐: 뭐야아. 반응 엄청 싱겁네. 별로야?
국: 나는 더 단거 매일매일 먹고 있잖아요.
짐: ?
국: (뽀뽀)
#9
국: (우물우물) 근데 주인아, 발렌타인데이가 뭐에요?
짐: 으응 뭐냐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초콜렛 주는 날이야.
국: .... (물끄러미)
짐: 왜?
국: 나 좋아요?
짐: 어? 뭐 그런 당연한걸 물어봐.
국: (활짝) 나도.
짐: 응?
국: 나도 좋아해요. (뽀뽀)
#10
요즘 들어서 마음 어딘가가 허해지는걸 자주 느낀다. 주인은 여전히 다정하고, 여전히 나를 좋아해주는데도. 가끔씩 그 좋아함이 내가 좋아하는 마음과 같은것인지 헷갈리는게 불만이다. 처음에는 주인은 사람이니까, 여러방면으로 엄청 연약하니까, 조심조심 살살 다루려 애써왔는데. 최근엔 그것마저 힘이 든다. 가끔은 나 스스로도 주체가 안되는 바람에 혼자 흠칫흠칫 놀라기도 하고. 이대로가면 주인한테 실수라도 할까봐 걱정이다. 주인은 조그마한거에도 되게 놀라고 겁 먹으니까 조심해야하는데,
"주인... 언제 와."
오늘따라 주인이 많이 늦는다. 몇일 전에 주인한테 배운걸로 시계를 떠듬떠뜸 읽어보니 이제 막 열두시가 되어간다. 우리 주인은 원래 열두시 땡 하면 쿨쿨 자버리는 사람이지만 가끔씩 회사 사람들하고 회식인지 뭔지를 한다며 이렇게 늦는 날이 있다. 그럴때면 항상 나는 문 앞에 쭈그려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는데, 안그러려고 노력해도 귀도 꼬리도 축 쳐져버린다. 주인 없이 오랜 시간동안 혼자 있는건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보다 적응 하고 싶지도 않고.
"다녀왔어요오"
아, 왔네. 잔뜩 붉어진 뺨과 코가 가장 먼저 보였다. 내 꼬리만큼이나 쳐져서 무거워 보이는 눈으로 겨우겨우 문을 열고 들어오길래 급하게 그 작은 어깨를 잡아서 부축해주었다. '어? 정꾸기다아, 정꾸가아.' 말꼬리도 늘어지고, 이럴때 보면 나보다 주인이 훨씬 강아지같아. 주황색 머리카락도 복슬복슬 거리고. 귀엽긴한데, 이런 모습을 밖에서 더 자주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괜시리 가슴 한켠이 뜨거워진다. 마음에 안든단 말이야. 그 술이라고 하는거 내 앞에서만 먹으면 좋을것 같다. 이런 말 하면 그게 무슨 소리냐며 웃어버리고 말겠지만.
"주인. 기분 좋아요?"
"으응? 기분 조아아. 최고야!"
침대에 눕혀주며 물었더니 눈이 가늘게 휘어져선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드는 모습이 나름대로 생소해서 푸스스 웃어버렸다. 예전에 언젠가 주인이 말했던것이 문득 기억났다. '나 술버릇 좀.. 쪼금 그래. 그러니까 술 먹고 들어오면 정꾹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코 재워줘야돼, 알겠지? 정 안되면 머리라도 한대 때려! 아 그렇다고 너무 세게 때리지는 말구. 너 일단은 늑대니까.' 지금까지는 취해도 이렇게 말꼬리 늘린다거나 애교 부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어지간히 마셨나보다. 내일 아침에 말해주면 엄청 부끄러워하면서 내 얼굴도 못보겠지. 그럼 뽀뽀해줘야겠다. 분명 되게 귀여울테니까.
"주인아"
"..응, 정꾸가아. 왜 불러요오"
"나 좋아요?"
느릿느릿 눈을 꿈뻑거리다가 곧 이어서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리길래 '좋으면 여기 뽀뽀' 하고 볼을 두어번인가 톡톡 건드렸다. 평소같으면 한참을 떼 쓰고 고집 부려야 해주는데, 오늘은 실실 거리며 금방 몸을 일으켜선 내 볼을 붙잡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입을 맞춰준다. 술이 좋은 물건이네, 주말에도 먹어보라고 떼 써야겠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애써봐도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는걸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머리를 침대에 박고선 한참동안이나 소리내 웃어버렸다. 그도 그럴게 잔뜩 뽀뽀 해놓고선 '정꾸기 진짜 조아해!' 하고 뭉개진 발음으로 소리 치는게 너무 귀여워서. 아아, 진짜 귀엽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귀엽나.
"얼마나? 얼마나 좋아"
"무지무지, 엄청 어엄청, 진짜 지짜 좋아해."
"내가 아무때나 뽀뽀해도 좋아?"
"응, 좋아아."
저번엔 뽀뽀하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며 찡찡거리더니, 순 거짓말 맞네. 금방이라도 잠에 들것처럼 눈을 감았다 뜨면서도 대답은 곧잘 웅얼거린다.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코 자요, 얼른' 소라색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고는 토닥토닥 해주니 실눈을 뜨곤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본다. 평소에도 좀 이렇게 솔직하게 굴면 더 귀여울텐데. 물론 안그래도 다른 면으로 귀엽긴 하지만. 주인은 자기가 주인이라는 의무감이 너무 강해서 문제다. 나보다 훨씬 덩치도 작고, 손도 작고, 연약하고, 겁도 많으면서. 사실은 내가 주인을 지켜주고 있는건데 주인은 왜 자기가 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정꾸가"
"응?"
"왜 오늘은 그거 안 해?"
"뭐를요."
"아니 왜애, 그거, 너 뽀뽀 다음에 항상 하는거, 그거어."
지켜ㅈ.. 지켜줘야지. 그래. 솔직히 말하면 엄청 당황해서 더듬거릴뻔했는데 숨을 한 번 고르고 '그게 뭔데요' 하고 물음 아닌 물음을 던져 놓으니 뾰로통해진 얼굴로 다시 몸을 일으킨다. 설마, 설마, 진짠가 이거. 오만가지 생각이 그닥 좋지 않은 머릿속에 떠올라 혹시 터져버리는게 아닐까 걱정이 드리울때 쯤에 주인이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민다. 넥타이도 풀어헤쳐 있고, 셔츠 단추도 몇개인가 풀어져 있고, 눈은 풀려있고, 위험해도 상당히 위험한데 지금. 주인은 익히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닥 참을성이 많은 성격이 아니다. 어느 정도냐면 어린 시절 주인이 나를 훈련시킨답시고 간식을 보여주면서 손을 주기를 요구하자, 뭣도 모르던 나는 그냥 점프해서 그 간식을 먹어버린 정도? 앞에 먹잇감을 두고서 꾹꾹 참는건 늑대로써 꽤나 존심이 빠지는 일이였다.
"키스, 오늘은 안 해?"
그래, 사나이된 늑대로써 그건 도리에 안 맞는 일이지. 침을 꿀꺽 목 뒤로 삼켜버리곤 왠지 평소보다 조금 더 부어보이는 입술을 보며 '잘 먹겠습니다' 라고 생각했을 때였나. 주인이 옆으로 픽, 하고 쓰러져버렸던게. 잔뜩 야시시한 얼굴로 키스는 안해주냐며 유혹해놓고 이렇게 잠 들어버리는건 진짜 반칙 아니에요? 주인 진짜 치사한거 알아요? 당장이라도 깨워서 나머지 거사를 치르고 싶었지만, 잠든 얼굴은 방금과 달리 너무 아이 같아서. 새근새근거리며 잠 든 주인을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은 내가 이성의 끈을 아예 놓지는 않았거든, 물론 불끈 불끈 거리긴 한다. 아마 아까같은 주인의 얼굴을 다시 봤다간 그때 내가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겠다. 내 예상에는 못 참지 않으려나. 그보다 참기 싫은데.
"주인아"
"..."
"주인은 되게 귀엽네요."
"..."
"지민아"
"..."
"으으,"
진짜 귀엽다. 주인은 왜 이름도 박지민이야?
"다음엔 안 봐 줄거에요."
오늘만 봐주는거에요. 귀여우니까.
-
오늘 발렌타인데이니까!!!!!!! 내 속에 숨겨져있는 모든 오글거림을 방출해따!!!!!!!! 원래 연애는 오글거려야 제 맛이지!!!!!!(만년 솔로)
5글5글 주의보를 뒤늦게 알리곤 사라짐미다. 조아해조소 고마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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