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방탄소년단
안녕, 남준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민윤기 형이야. 너랑 애인이었던.
매일같이 타이핑만 했지 펜을 잡는 건 오랜만이라서 굉장히 어색해.
몇 번이고 고쳐 썼는지 모르겠다.
호석이한테 편지는 잘 받았어.
네가 나한테 주겠다고 쓴 편지는 아니겠지만.
음,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까.
처음 만난 날을 혹시 기억하니?
아, 이런 말이 상처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확실히 기억해. 네 첫인상부터 옷차림, 만난 장소까지.
너는 나에게 버팀목 같은 아이였어.
힘들 때 항상 든든하게 옆에 있어주고. 쓰러질 것 같으면 밑에서 받쳐주고.
언제까지고 옆에 있어 줄 것 같았어.
그냥 이제는 애인이 아닌 그 이상의 관계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
그래서 조금 편해진 것 같아도 신경 안 썼어. 우린 너무도 많이 닮아 있었으니까.
정말 하나가 된 느낌이어서 떨어지면 둘 다 망가질 것 같았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많이 닮아있어서 서로를 안 보고도 살 수 있었어.
익숙함 뒤에 서로 죽여오던 이기심이 고개를 내민 것도 모른 채 살았어.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이기심에 찔려서 무뎌져갔어.
사실 너의 기억은 많이 다를지 몰라. 나는 너의 배려를 몰랐거든.
호석이가 편지 들고 찾아오기 전까지도 나는 몰랐어. 모르고 싶었어.
알게 되면 큰소리 떵떵 치며 혼자서 잘 살 수 있다고 했던 말들이 깨질까 봐 무서웠거든.
알고 보면 그게 최후의 자기방어였는지도 몰라.
그 안에 들어가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고 싶었는데 그곳이 무너진다는 게 두려워서.
정말 네가 없어지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헤어지고 나서도 너를 억지로 안 찾아보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며칠 되지 않아서 깨달았지. 다 부질없는 행동이구나.
나는 김남준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마냥 슬프더라. 너 없이는 완성이 안되는 나도 서럽고, 내 옆에 없는 너도 밉고.
그리고 며칠 뒤에는 알바라도 해볼까 싶어서 항상 우리 가던 카페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어.
그리고 창문 하나를 두고 네가 지나가더라.
처음에는 너인 줄 몰랐어. 아, 닮은 사람이구나. 남준이 보고 싶다.
그다음 날부터는 의심되기 시작하고. 이주일쯤 돼서야 알았어. 남준이다. 저건 분명 남준이다.
그냥 다짜고짜 막아서고 싶었어. 내일 되면 또 같은 거리에 나올 너인데 왜 그리 급하게 막아섰는지 모르겠네.
네가 날 내려보고 나는 눈빛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읽은 것 같았어.
나는 당신을 다 잊었습니다. 이제 필요 없으니 빨리 비켜주시죠.
나를 위해 떠난다는 말 한마디를 믿고 그렇게 막아섰는데 덜컥 겁이 나더라.
그게 거짓말이면 어쩌지. 정말 내가 질린 거면, 그래서 돌려서 말한 거면 어떡하지.
얼른 비켜줬어. 그걸 말로 들으면 정말 비참해질 것 같았거든.
그래서인지 편지를 받고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질린 게 아니구나.
그냥 나를 기억, 못 하는 거네. 나를 충분히 생각해주고 있었구나.
고맙고, 고맙고. 응, 그냥 고마웠어.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밉더라.
왜 내가 진작에 알아보지 못했을까. 노력도 안 하고 너에게 기대기만 했을까.
무엇보다 쉴 곳이 필요한 건 너였는데.
남준아,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후회라더라. 나는 후회할 짓을 하는 걸 이해 못했어.
그건 사리분별 못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 같아서.
지금에 와서 이런 말 하는 거 정말 웃긴데. 나 너를 못 잡은 게 너무 후회가 돼.
한 번도 난 초능력을 갖고 싶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어.
내 삶이 힘들 정도로 부족하지 않아서 그런 것에 기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 며칠 사이에 느끼더라.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 그 때로 돌아가서 네 마음 한 번만 알아줬다면, 무슨 일이냐고 한 번만 물어봤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아파도 되지 않을텐데 하고 말이야.
준아,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제발 돌아와 줘.
아니면 내가 갈게. 거기서 가만히 있어줘.
더 이상 멀어지면 난 정말 너를 잃을 것 같아. 내가 다 잘못했어. 제발 사랑해.
지금 울고 있는 건 아닌데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 편지가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되었으면 좋겠어.
이제 네 목소리로 들려줘. 사랑한다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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