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바람이 신기루처럼 날리는 사막 한 가운데를 지민이 형과 까만 중고 트럭 한 대로 달렸다.
분명 곧게 뻗은 아스팔트였을 도로에 사막의 모래가 뒤섞여 어느 것이 제대로 된 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안보이면 어때. 우린 낄낄대며 RPM이 터질 정도로 엑셀을 밟아댔다.
LA에서부터 시작된 여정이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라스베가스였다.
"우리 결혼하자."
지민이 형의 제안이었고, 나는 기뻐서 형을 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라스베가스에선 게이들의 결혼에 눈치 줄 사람이 없었고 결혼 수순도 간편하다는 이유로 우린 바로 사막으로 향하는 트럭을 몰았다.
5시간의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순간. 우린 그저 신나 최고 속도로 달리다가도 눈이 맞으면 도로 위에 차를 세워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추다 백미러로 뒤에 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이면 박수를 치며 다시 엑셀을 밟았다.
옆자리에서 박지민은 계속해서 짭짤한 감자칩을 물도 없이 입에 털어댔다.
사막 한 가운데 나있는 도로에서 박지민은 답답하다며 발칙하게도 창문을 내렸고 난 핸들을 잡지 않은 손으로 얼굴에 붙은 모래를 털었다.
땀에 젖은 티셔츠에 바람을 타고 넘어온 모래가 다닥다닥 달라 붙었다.
"정국아. 너는 왜 모래를 뒤집어 써도 멋있어?"
박지민은 새침한 표정을 하고 물었고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볼을 잡아 입을 맞추기 위해 다시 차를 세웠다.
역시 모래를 뒤집어 쓰고 있는 박지민은 재투성이지만 아름다운 신데렐라를 연상시켰다.
입에서 짠 감자칩 맛이 나는 귀여운 신데렐라.
나는 키스를 하다가 풉-터진 웃음에 박지민에게 등짝을 두들겨 맞았다.
여러번 차를 세운 탓에 예상 시간보다 늦게 라스베가스에 도착했고, 우린 제일 값이 싸고 옆에 호텔이 붙어있는 예식장을 골라 들어갔다.
미리 발급받은 marriage licence를 들고 호텔의 벨보이에게 결혼의 증인을 부탁했다.
증인은 뭐 누구든지 상관없었다. 내 옆에 조그만 부케를 들고 있는 박지민이 증인이고, 부케를 쥔 박지민의 손을 잡으며 떨리는 내가 증인이다.
반지 하나 없는 간단한 결혼식이 끝나고 우린 호텔 지하에 딸린 소규모 뷔페를 먹으며 서로 만족했다.
작은 손으로 칵테일 쉬림프를 내 입에 넣어주는 박지민에 나는 또 가슴이 떨렸다.
싸구려 와인으로 건배를 하면서도 우린 행복했고 아직 목에 붙은 모래에 낄낄대며 웃었다.
서로의 입술을 갈구하며 끌어안고 호텔 룸으로 들어섰다.
모든 게 즐겁고 꿈같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단 한 가지, 이게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라는 사실만 뺀다면 말이지.
라스베가스의 허름한 호텔 침대에서 박지민은 생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정국아, 난 널 만나고 매일 매일이 행복했어."
"....."
"넌 날 만나고 매일 매일이 아팠겠다. 미안해."
"......형."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박지민은 마지막까지 웃으며 말했고.
난 마지막까지 웃을 수 없었다.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밤은 아침보다 밝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박지민은 라스베가스의 조용한 아침에 영원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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