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아. 지민이 뒤를 돌아보며 정국을 불렀다. 부르자마자 후회했다.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면 안돼. 지민이 속으로 되뇌였다.
정국이 지민의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았다. 원래 세상은 바라는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왜요, 형. 차다. 눈이 차갑다. 사람의 눈을 보면 그 마음을 내다볼 수 있다고 했다. 정국의 눈은 항상 차가웠다. 이게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이겠지. 역시나 괜한 기대였다.
아냐, 그냥. 잘 지내라구. 이 말 하려고 했어. 더욱 어색해진 공기에 지민이 고개를 떨궜다.
바보같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항상 이랬다. 시야가 점점 흐릿해진다. 진짜 잘 끝내려고 했는데, 또 울어버렸다.
정국의 앞에만 서면 항상 눈물이 났다. 네가 날 보는 그 눈이 너무 차가워서. 널 너무 보고 싶은데, 볼 때마다 마음에 상처가 남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쳐다볼 때마다 상처를 입는 그 기분을. 정국아, 너는 아니?
박지민이 또 운다. 이럴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멍청히 서서 바라보기만 하다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울고 있는 지민이 형을 뒤로한 채 걸었다. 잘 지내라니. 어차피 내일 또 볼 얼굴인데. 괜히 마음만 더 무거워지게. 정국이 얼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는 슬프지 않다. 친구들은 헤어지면 엉엉 울고 난리던데, 별로 그 정도로 슬픈 건 아니었다. 실감이 안 나서 그런가.
형은 나를 볼 때마다 눈이 너무 차갑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이상 나와 사귈 수 없다고 했다. 사실 무슨 소리인지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그냥 알겠다고 했다.
이별을 말하는 형이 너무 슬퍼보여서. 그래서 그냥 알겠다고 했다.
나는 아직 형과 헤어지기 싫다.
형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박지민 바보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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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를 좋아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19살의 여름이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정국이를 좋아하고 나서부터 사랑니가 났기 때문에.
지민이 형을 좋아하게 된 건... 잘 모르겠다. 언제부터지?
등하교를 같이 했었는데, 그날따라 자전거 앞에 탄 모습이 멋져보였던 것 같다. 뒷모습이 듬직해보였다.
지민이 형이 나 좋다고 말했을 때, 그때가 그냥 예뻐 보였다. 그래서 사귀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고백했다. 나 너 좋아한다고. 정국아 나 너 좋아해. 진짜 수천 번도 더 연습한 말인데, 그게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
형을 좋아한 건 맞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내 눈이 차갑다고 했다. 힘들다면서 헤어지자고 하는데,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보내줬다.
차일 줄 알았는데, 사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정말 행복했다. 그때 정국이가 처음으로 따뜻하게 웃어줬다.
그냥, 지금은 모르겠다. 내가 형한테 표현을 많이 못한 것도 있고.
오래 사귀지는 못했다. 헤어진 지도 꽤 됐다. 올해 초에 헤어져서 벌써 여름이 됐는데. 아직도 그냥 좋다.
가끔 지민이 형 생각이 날 때도 많다. 이상하게,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이제 그만해야 되는데, 정국이 보고싶다.
요새 지민이 형이 자꾸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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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 형, 지민이 형 보고싶다.
정국이를 못본지도 거의 2년이 다 되간다. 잘 지내겠지?
보고싶어서 미칠 것 같다. 헤어지고 나서부터 1년 동안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대체 지금은 왜?
헤어진지도 3년이 지났는데. 이젠 그냥 미련 정도로만 남은 것 같다.
2년 째다. 형을 이렇게 좋아하게 된게 벌써 2년이나 됐다. 19살 여름부터다. 왜냐면 그때부터 사랑니가 났거든.
정국이를 좋아하기 시작할 때 났던 사랑니도 얼마 전에 뽑았다. 뽑는데 정국이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밤마다 지민이 형이 꿈에 나온다. 그 날, 헤어지자고 말했던 날.
조금 욕심을 낸다면, 잘 살고 있는지 한번 멀리서 보고 오고만 싶다. 정국이가 날 만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날 보면서 울었던 형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슬프게 웃던 그 얼굴이.
벌써 정국이도 이제 21살이 됐을텐데, 더 잘생겨졌겠지?
형이 햇살을 받을 때는 정말 예뻤는데. 지금도 예쁠텐데. 진짜 보고싶은데.
날 쳐다보는 그 차가운 눈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땐 어렸기 때문에 서툴렀다. 감정에 서툰 18살이라서, 그래서 그랬는데.
또 상처를 입게 될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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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 눈을 깜빡였다. 정국이? 내가 지금 환영을 보고 있나? 한번 손을 뻗어서 만져볼까? 진짜 정국이면 어떡하지?
24살의 지민은 카페에서 과제를 끝내고 나와 집을 가던 도중에 어떤 사람과 부딪혀 가방을 떨어트렸고, 급히 가방에서 떨어진 책들을 주워 담는 중이었다.
근데, 그 부딪힌 사람이 전정국이라는게 문제지.
지민이 형? 당황한 사람은 지민뿐이 아니었다. 정국 또한 눈을 의심했다.
진짜 지민이 형 맞아요? 2년동안 그려오던. 꿈에만 나와서 날 애타게 했던. 그 박지민이 지금 눈 앞에 있다. 설마 이것도 꿈인가?
그대로 손을 뻗어 지민의 볼을 쿡 찔러본다. 생생한 감촉. 꿈이 아니다.
2년, 2년 만에, 드디어 만났다. 박지민.
수천번도 넘게 허공에 대고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던 말을, 드디어 할 수가 있다. 망설이는 지금 이 시간도 아깝다. 어서 말해주고 싶다.
21살 전정국은, 거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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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여름부터 전정국을 좋아하기 시작한 박지민, 똑같이 19살 여름부터 박지민을 좋아하기 시작한 전정국. 사랑을 시작하면 사랑니가 난다는 속설이 있다. 21살 여름에 사랑을 실패한 박지민, 21살 여름에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은 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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