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엑소
하필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다. 5층이면 그다지 높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층수는 아니었으나 밤중에 어두컴컴한 계단을 홀로 걸어 올라가는 게 생각보다 섬뜩해보였다. 게다가 하이힐을 신어버렸으니 원.
결국은 구두를 벗어던지고야 말았다. 밤이라 온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바닥이 꽤나 찼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니 서둘러 발을 뗐다.
2층, 센서등이 켜졌다.
3층, 역시나 센서등이 켜졌다.
4층, 이제 한 층만 남았다.
5층.
" ...? "
센서등이 켜져있다.
하지만 이웃사람이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집에 왔나, 하고 별 생각없이 계단을 오르려던 그 때였다.
옆집에 살고 있는 가족 분들이 해외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말이다.
괜스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이 늦은 시각에 찾아오는 손님이 어디있단말인가. 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자정이 넘었다. 나는 일단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 야. "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낼 뻔했다.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살짝 고개를 틀었다. 모자를 눌러 쓴 남자는 내 집 현관문 앞에 서있다. 다리가 떨려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어서 한 손으로 계단 손잡이를 부여잡았다.
내 예상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저 남자는 도경수가 분명했다.
어느 날 나타나 자신도 미술 쪽의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가끔씩 만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이상해졌었다. 집에 바래다준다는 것을 거절하고 홀로 길거리를 걷는 도중에 누군가 쫓아오는 기분이 들어 돌아보면 골목길 끝에 그와 똑같은 운동화를 신은 남자가 몸을 숨기지도 않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을 뿐더러 나와 문자를 나눈 친구들에게 그의 번호로 당신은 누구냐는 식의 협박 문자가 발송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래서 한동안 연락을 끊고 그를 멀리하며 생활했었으나 점점 심해지는 집착과 협박에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보이지 않았기에 잠시 그를 잊고 있었었다.
" 나 경수야, 문 좀 열어줘. "
다시금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괜히 함부로 급하게 행동했다가는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디도 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버린 신세가 되었다.
" 집에 있는 거 안다고. "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지만 그가 내뱉는 말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쿵쿵쿵-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더욱 커져갔다.
삑삑삑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삐리릭
…현관문이 열렸다.
도저히 눈 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나의 집 안으로 들어간 뒤 세차게 닫히는 현관문을 보고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느 새 손을 포함한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두려움과 공포감,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여 패닉상태가 된 나는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더는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었다. 그 누가 이 상황에 정상적인 사고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얼마 안 되어 다시 열리는 현관문에 나는 깨달았다.
때는 지나갔고, 이미 늦었다는 것을.
그가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사용할리는 없었고, 그럼 당연하게도 계단을 타고 내려올 것이다. 도망가야만 하는데 야속하게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흐흑… "
고개 숙인 내 앞에 나를 따라 누군가가 주저앉는다.
" 어딜 갔나 했더니.. "
머리 위로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
" 여기서 이러지말고 집에 가자. "
둘 밖에 없는 계단에서 나의 울음소리는 더 거세져갔다.
" 우리 집에. "
억지로 고개를 들어올리는 손길에 시선이 따라올라갔다.
차갑게 식어 가라앉은 그의 얼굴이 보인다.

아무리 사람을 안심시키는 다정한 목소리일지라도 당장에 그 표정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까.
또한 그의 등 뒤에 뉘여진 서슬퍼런 칼날에 곧 나의 팔등이 베어져갈 상황이 눈에 그려졌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그 사시미칼이.
이미 제 정신이 아닌 그는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
살려주세요….
여기까진데... 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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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벅 3040만 다닌대 1020은 스벅안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