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처럼 학교를 가기 위해 몸을 굽히며 일어났다.
집에서 나오던 그 시간이 평소보다 빨랐던 것을 제외하곤 특별한 건 없었다.
원래 걸어가는 학교지만,
눈이 많이 내려 미끄러운 길을 걷고 싶지 않아 버스를 탔다.
창문이 달려있는 버스 중간...쯤에 앉아 아침부터 열심히 인스티즈 눈팅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익숙한 알림음이 났다.
나는...회원이 아니지만...눈팅2년차....
이건 분명 인스티즈 쪽지음1이다.
어떤 한 남자분이 핸드폰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흔들고 계신 핸드폰에는 눈에 좋다는 초록색이 가득 채워진 인스티즈였다.
그는 내게 물었다.
“너 회원 아니구나.”
나는 수치심보다 초대번호가 더 급했다.
“혹시...회원이시면...초대...번호...”
그는 살풋 웃더니 혀로 자신의 윗 입술을 축였다.
“어쩌지. 방학 기간이라 매진인데.”
“아아...”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하나...더 있긴 한데...”
“뭐죠? 알려주세요...”
이미 내가 내려야 할 곳은 지났다.
나는 그저 인스티즈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랑 사귀면. 가입창 열어 줄게.”
뭐지...이 남자...뭐하는...사람이길래....
나는 떨리는 손을 뒤로 감추고 물었다.
“운영자...인가요.”
그는 끄덕였다.
하지만 난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거짓말!”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았지만 우리 둘 다 신경 쓰지는 않았다.
“못 믿겠어?”
그는 익숙하게 번호를 눌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상근아, 서버 점검 잘 하고 있지? 한기적 참여 그만 좀 하고. 몸 관리 잘하고. 응 끊어.”
...이 남자...정말...운영자...인...걸...까...
“저.. 정말...운영자...세요?”
“사귀자. 가입창 열어 줄게.”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그에게...이미...
“타롯도 보상으로 줄 의향도 있어, 사귀자.”
나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의 발등에 올라 입을 맞추었다.
“번호 줘요.”
그는 내가 건낸 핸드폰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찍었다.
나는 그의 입술을 깨물며,
“그 번호 말고, 초.대.번.호”
그가 표정 찡그리며 말했다.
“가입창으로 가입시켜준다니까.”
“알겠어요.”
그는 내게 다가와 더 입을 맞추었다.
“우리 너무 빠른 거 아냐?”
“...우리...연애는 인스티즈가 아니에요...”
“뭐...?”
“우리 스킨쉽 등업에...가입일...아니...사귄 날짜...따윈...필요 없다구요!”
“그럼...오늘...1.3까지...등업해볼까?”
“일단 우리 내려요.”
버스 벨을 누르고 우리는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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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엔 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