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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인 빨간불 아래에서 헝클어진 핑크빛 머리, 마약에 찌들어 풀린 눈, 욕망에 젖은 입술, 돈을 따라다니는 오똑한 코, 이질적일 정도로 하얀 피부. 다른 놈들과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한치 부끄럼없이 날 쳐다보는 니가, 초등학생보다 순수해보인다면 내가 미친건가.
"거기서 뭐해...? 같이 즐겨야지?"
-
그는 타인의 정액으로 범벅되어있었다. 그리고 비라도 맞은 듯 아무렇지 않게 앉아 담배를 물었다. 정확히는 마리화나. 그는 그것을 볼이 홀쭉해질때까지 쭈욱 빨았다. 그리고 코로 연기를 내뱉으면서 주사기에 넣을 가루를 녹이고 있었다. 그것 역시 마약이었다.
"마약하면..무슨 기분이냐"
"..."
"기분 좋냐"
"실도 몽둥이만큼 커 보이고 뱀이 내 거길 빨아대지."
"......."
"그리고 그 놈들이 다 원빈으로 보여. 난 태생 게이라 잘생긴 놈만 상대해주거든. 그저 그런 놈은 역겹더라."
"......"
"근데 여기는 왠일이야?"
너보고 싶어서. 나는 말을 아꼈다. 지금 그는 그런 말을 원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역한 정액냄새가 푹 배긴게 분명한데, 순수해보였다. 남들이 보면 마약에 찌들어 초점 잃은 풀린 눈으로 비춰질 게 뻔하지만, 내게는 장난감을 본 아이 마냥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으로 보였다.
"넌 이쪽 아니잖아."
"......"
"아 알겠다."
"......"
"나 좋아하는구나?"
남의 마음을 함부로 읽고 그는 실컷 큭큭댔다. 곧 주사를 아무곳에나 쿡 놓았다. 그리고 주입하면서 몸을 한껏 웅크렸다. 바들바들 그는 간헐적으로 몸을 떨었다. 그리고 곧 사정했다.
"...죽인다...아.... 존x 쩔어...시..발.."
"..."
"너 여기 맨날 오지? 근래에 좀 자주보는거같다. 이름은 뭐야?"
몇 초간 정적이 흐른 후에야 나는 입을 떼었다.
"...옹성우"
"이름 한 번 독특하네. 뭐 이런 곳에서 너같이 멀끔한 비주얼은 흔치 않아서 말이야"
"..."
"나랑 섹스하고싶어?"
그는 나에게 바짝 다가와 속삭였다. 여기 내 구멍에 갖다 박고 싶잖아, 매일 밤마다 나를 반찬 삼아서 딸치잖아, 내 얼굴에 질펀하게 싸고싶잖아, 응?
그는 상상이상으로 가벼운 사람이었다. 그가 순수해보이는 이유는 성관계의 유무와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는 쾌락만을, 순수하게 그것만을 지향해왔다. 그렇기에 그가 순수해 보였던 것이다.
-
그의 골반을 잡고 그의 안에 사정했다. 그가 성병을 앓고 있진 않을까. 순간 걱정되었지만 곧 오르가즘으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머리가 새하얗게 정복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섹스내내 피던 담배를 내게 건냈다. 나는 뱀같은 그가 내 성기를 빨아주길 원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담배를 한번에 죄다 폈다. 그는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쳐다보듯이 웃었다. 골이 어긋나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 세속적 쾌락의 정원이라는 그림 알아? 난 그게 이해가 안돼. 쾌락에 세속이란게 어딨지? 박고 싸다보면 길거리에서도 할 수 있는게 섹스고 느끼는 게 쾌락인데, 하하."
그는 이번엔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 마리화나는 그의 말과는 조금 다른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분홍빛 머리칼은 길게길게 라푼젤의 머리만큼 길어져 내 성기를 감싸올렸다. 주사바늘이 꽂히고 약물이 주입되는 순간 사정했다. 세속적 쾌락의 정원. 우린 아담과 이브의 옷차림으로, 열두 제자들과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 앞에서 헐떡였다.
-
나는 대학을 관두고 그와 동거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약 살 돈을 얻기 위해 나체로 게이펍에서 노래를 불렀다. 짭짤한 수익이라도 있는 날에는 사치를 부렸다. 마리화나 수개를 지펴 냄새를 맡으며 섹스하는 것이다. 늘 정신차리면 우린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골목 안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아니 그것이 사랑인가. 아니면 짐승의 교미인가. 그런 이성적인 생각은 5초면 휘발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벽에 토한 피를 쳐바르고있는 그를 본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지금...뭘 그만두자고..?"
"마약. 관두자.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 또... 여튼 이러다 우리 죽어."
"...죽는다고?"
"응"
"죽으면 섹스 못해?"
"응"
"하하하! 그거 무섭다. 그래, 끊자. 끊어."
첫 째로 남은 마약을 죄다 팔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았다. 거미가 눈알을 뚫고 들어오는 환상은 매일 밤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침대보에 피를 토하고 벽을 긁었다. 손톱 하나가 빠질때까지. 우리는 대략 하루에 100번 정도 후회했다.
"그냥 마약하다 걸. 난 그만둘래."
뛰쳐나가려는 그를 몇 번이고 붙잡았다. 그는 순수한 쾌락에 대한 열정으로 매일 몸을 불살랐다. 충혈된 눈은 독기뿐이었다.
"... 놔... 죽여버리기 전에..."
"우리 참기로 했잖아. 돌아가자. 마약하기 전으로."
"니가 뭔데 나한테 참견이야!!!"
흐어어어억!! 커억!!! 크어어..억... 그는 괴물같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몸을 웅크렸다. 또 피를 토하고 있었다. 얼마나 몸을 갉아먹고 있을까. 우린 쾌락이라는 명목으로 얼만큼 몸을 망치고 있었지? 죽어가는 괴물처럼 피를 토해내는 그가 두려웠다. 가엾게도 이젠 순수해보이지 않았다. 결핍을 앓는 눈은 수분 없이 문드러졌다. 그의 흉측한 얼굴은 환상이 아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를 붙잡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는 맨발로 미친듯이 뛰쳐나갔다. 마약을 향해, 쾌락을 향해 뛰어가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마라토너처럼 보였다.
-
끊은지 두 달, 그가 집을 나간지는 한달이 다 되어간다. 미각이 서서히 돌아오고 집안이 더럽다는 것을 자각했다. 여전히 환상으로 헝클어진 밤을 보내지만, 어쨌든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그 점이 제일 좋았다. 마약을 팔아 마련한 생활비가 점점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이제 사회로 나가야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부작용인지 뭔지 하고자 하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거울에 혀가 마비된것처럼 떠듬떠듬 말하는 나를 발견했을 땐 찰리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웃기면서 동시에 안쓰러웠다. 그리고 사회로 나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그날 밤, 그가 돌아왔다.
"옹성우"
"..."
"섹스할래?"
...
"섹스할래?"
...
"섹스!!!안할래?!!!"
웅크려 자고있는 나를 흔들어 깨우며 그는 미친듯이 웃었다. 몸엔 술 냄새와 마리화나 냄새가 지독했다. 웃기게도 그는 그날처럼 순수한, 심지어 순박해보이기까지 한 얼굴을 들고 나타났다. 착한 사람에게서 나는 자비로운 냄새 또한 은은히 나는거 같았다. 그의 호탕하고 시원한 미소를 보면 당장 달려들 거 같아 더욱 이불에 얼굴을 파 묻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마리화나를 피웠다. 오랜만에 코에 맴도는 향기에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말도 아닌 꼴을 마주하였다. 삐짝마른 몸에 짝짝이로 신은 양말, 시가처럼 두툼하게 만 마리화나를 물고있는 입술엔 피어싱이 두개나 박혀있었다. 가죽 라이더재킷은 SEX로 도배되어있었고, 워커의 끈은 정신없이 풀어져있었다. 목은 시뻘겋게 졸린 자국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다리에 도배된 초현실적인 타투들.
"어. 타투했어... 세속적 쾌락을 정원....."
정강이 언저리쯤에 화가 보스의 자화상이 괴기한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신발을 벗지않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자세히 보니 신발도 그의 사이즈가 아니었다.
"넌 마약 끊은 모양이구나. 뱀이 오랄해주는게 영 별로였나 보지?"
"..."
"우린 죄를 지은거야. 난 마약을 이렇게 했으니 지옥에 가게 되겠지? 근데 그거 알아? 지옥 가면 먹은 걸 다 토해야한대.. 뭐 해봤자 정액이랑 마약밖에 없겠지만. 하하하."
"..."
"아담과 이브는 왜 하필 여자와 남자였을까? 아담의 갈비뼈를 뺐음 남자여야 하는게 정상아냐?"
"..."
"난 예전에 크리스천이었어. 근데 내가 왜 크리스천이었는 지 알아? 기도를 하는 내 옆자리 형이 어찌나 섹시하던지.. 고해성사하고 눈물을 닦으며 나오는 형을 보고, 그 날 밤 처음으로 몽정했어. 나 태생게이 맞지?"
그는 즐거운 유년시절 얘기를 하는 듯 눈을 반짝이고 발까지 굴려가며 얘기했다. 윗니와 피어싱이 부딫히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났다.
"나랑 같이 성당갈래? ......이미 씨..발.. 용서받긴 글렀어. 나 옛날에 꿈이 성당에서 섹스하는 거였는데.. 고해성사실에... 그 틈사이로... 신부님이 얘기하면 그거에 맞춰서..."
"..."
"하. 안꼴리면 말고."
그는 대답이 없는 나를 보더니 곧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비틀비틀 걸어 거실 중앙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기 시작했다. 그는 그제서야 워커를 벗었다. 나는 멍하니 앉아 그가 탈의하는 걸 계속 지켜봤다. 그리고 드러나는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지지직 거리는 형광등 밑의 그의 모습은 형편없는 레디메이드 작품이었다. 뒤샹의 샘처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자면, 그는 아담과 이브 그 어느것도 아니었다. 오럴을 잘하는 뱀도 아니었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 분노, 질투, 욕심, 부끄러움, 수치스러움, 미움, 짜증을 압축해놓은 과실, 사과였다. 그의 귀두에도 피어싱이 번쩍였다.
"옹성우"
"..."
'우리 죽자."
"..."
"이번 생은 이미 글렀어. 죽게 되면 다른 생으로 환생한다지?"
"..."
"그땐 성당 형한테 욕정하지 않을거야. 게이로도 태어나지 않을거고."
그는 밥먹을래? 와 같이 일상 대화와 같은 어투로 죽자고 얘기했다. 삶에 대해 의무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던 내 뇌는 순식간에 죽음으로 환기되었다. 그는 맨몸으로 터덜터덜 욕실로 들어갔다. 곧 욕조에 물을 받는 소리가 들렸다.
난 너무 빠르게 타락했다. 문득 너의 첫번째 욕정상대인 성당 형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크리스천인 니가 마약에 찌들게된 계기도 궁금해졌다. 질문으로 복잡한 머릿속에서 제일 궁금한건 난 왜 아직도 너를 사랑하냐, 이다.
뱀이 내게 준 사과는 사랑 그 자체였다. 넌 분노도 짜증도 수치도 아니었어. 그 나무에 유일한 돌연변이, 사랑을 담은 그 열매를 뱀은 몰랐던거야. 그리고 창조주는 나와 내 갈비뼈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남자를 창조해냈지. 우린 먹지 말라는 과일을 먹고도 에덴에서 쫓겨나지 않았어. 그리고 영생으로 섹스를 즐겼지. 예수가 탄생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린 끝없이 섹스를 즐긴거야. 그의 라이더자켓 주머니를 뒤져 시가처럼 두툼하게 만 마리화나에 불을 붙였다. 이상하게도 뱀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집안이 불로 휩싸인 동산이 되었다. 욕실에 그는 콘돔크기만한 마약을 핥고있었다. 양 옆으로 다리를 벌린채로. 물은 미친듯이 차가웠지만 당장 등뒤의 불로 그닥 차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거기서 뭐해...? 같이 즐겨야지?"
오늘 새벽 2시경 서울에 한 건물이 불에 휩쌓였습니다. 좁은 골목의 여건상 진압이 어려워 4층까지 번진 불은 건물의 지하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20대 남성 2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미미한 경상으로 화재는 진압되었습니다. 그 지하에는 놀랍게도 마약이 다량 검출되었는데, 이에 경찰은 마약으로 인한 환상으로 화재를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똥 잘 쌌다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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