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르는 사람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테일러'라는 여성이 보낸 편지였다. 매우 정중하게 쓰인 이 편지글에서 그는 자신을 인류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뒤, 내가 공저자로 낸 케이팝(K-pop) 책을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었다며 고마워했다. 테일러는 자신이 케이팝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책에 언급된 학자와 이론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노라고 했다. 하지만 편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말미에 등장했다. 요지는 내가 쓴 글에 사소한 오류가 있으며, 나중에 개정판을 낼 때 고쳐주면 감사하겠다는 것이다. "교수님이 책에서 세븐틴 멤버를 17명이라고 쓰셨는데, 이 그룹의 인원은 현재 13명입니다. 연습생 시절, 리얼리티 쇼에는 연습생으로 17명이 출연했지만, 데뷔 인원은 13명이고 그 이후로 더 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정중한 인사로 글을 맺었다. 나는 답장을 보냈다. 고맙다고 말한 뒤, 세븐틴이 2015년에 데뷔했지만, 아쉽게도 책이 2014년에 출간된 탓에 연습생 시절의 수를 기록했으며, 이후 개정 작업에서 이 부분을 고치겠다고 말해 주었다. 결코 특별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 학생과의 대화는 꽤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테일러는 한국 문화에 노출되기 쉬운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니며, 사는 곳 역시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그가 사는 곳은 인구 3만 명이 안 되는, 펜실베이니아의 소도시 윌리엄스포트다. 이 사실은 한국 대중문화가 미국 내에서 갖게 된 지위를 말해준다. 여기서 방탄소년단이 미국 팝음악의 '주류'로 부상했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지 모르겠다. 실제로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오르자, 한국 언론은 "높은 장벽 넘어 주류로", "미국 음악시장 주류 우뚝", "세계 음악시장 주류로 '우뚝'"이라고 앞 다퉈 보도했다. 한국 언론 특유의 '주류'에 대한 갈망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평가는 현실에서 크게 빗나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음악시장에서 결코 주류가 아니며, 가까운 미래에 주류가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 환호와 열광의 주된 이유는 그들이 '주류'가 아니라는 데 있다. 주류는 뻔하고 예측 가능한 것 한국 사회에서 '주류'는 흔히 긍정적 담론과 결합하지만, 주류 문화는 사실 '뻔하고 구태의연함'을 의미한다. 주류 문화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매체인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등에 업고 등장한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누리는 인기에 비하면, 미국 방송의 편성 빈도는 터무니없이 낮다. 미국의 '아미'들이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방탄소년단을 배제하고 차별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들은 이런 배제 기제에 인종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그냥 '팝음악'으로 평가하고 시상하면 될 것을, 흑인 가수들은 '어반(urban)',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한국 가수들은 '케이팝' 같은 틀 짓기를 통해 교묘하게 차별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주류매체가 외면한다고 해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팬들은 방송매체보다 인스타그램, 스냇챕, 틱톡, 유튜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부상은 시대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대중매체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했고, 소비의 주체가 바뀌었으며, 이 새로운 팬들을 둘러싼 경제적, 문화적, 이념적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근본적 지형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는 '주류'를 향한 따분하고 허구적 욕망보다 훨씬 신나고 의미 있는 사건이다. 이른바 '주류'가 돼야 빌보드 차트에 오르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오히려 '주류'가 포섭하지 못하는 새로움이야말로 팬들을 달구고 끈끈히 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이런 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을 포함한 세계 전역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뉴욕타임스>는 주목할 만한 심층 분석 기사를 냈다. "미국인들은 어떤 음악을 가장 좋아할까?"라는 제목으로 음악 청취자들의 '팬지도'를 그려낸 것이다. 빌보드의 주목을 받는 가수와 그룹을 대상으로, 2016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50인의 시청자 분포를 추적했다.
![[정보/소식] 방탄소년단이 미국 음원시장에서 주류? 다행히도 정반대다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20/10/18/14/b285108f233e484408606a5f3b487b8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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