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창틀에 화분이 비었길래 뒤 뜰의 꽃을 옮겨 담았어요 제라늄 꽃을 떠날 때 책장에 먼지가 쌓였길래 책 하나 속에 꽂아두었어요 짧은 편지를 정든 찻잔도 색이 바랜 벽지도 흔적이 힘들어서 바꾸지 말아요 내 마음에도 같은 것들을 남긴 것처럼 떠날 때 문턱에 나비가 앉았길래 넘지 못하고 바라보았어요 떠날 때 발등에 개미가 올랐길래 걸음 멈추고 나누었어요 작별 인사를 정든 찻잔도 물기 배인 마루도 의미를 알기 전에 바꾸지 말아요 내 마음에도 같은 것들을 남긴 것처럼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결심하고선 이제 다 담담하게 느껴지는데 마지막 길에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리는 느낌...? 나만 그렇게 느끼나 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