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6월 26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이모씨가 서울대 기숙사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씨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기숙사 5층 건물의 쓰레기를 혼자 수거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쓰레기 등이 늘어 일이 많아졌다고 호소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이씨는 이날도 5층 건물 쓰레기를 모두 수거하고 휴게실 바닥에 고된 몸을 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0단독 박종택 부장판사는 어제(14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가 이 씨 유족에게 8683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손해배상 재판에서 산업재해를 부정했습니다. 서울대는 의견서에서 "망인의 업무 강도를 지극히 과장하여 주장하고 있다" 고 했습니다. 또 "쾌적한 휴게도 마련돼 망인은 업무수행 중 틈틈이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망인은 사망 직전에도 휴게실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고 했습니다.
이 씨가 과로사로 숨진 장소가 휴게실이었다는 점을 유리한 근거로 내세운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같은 서울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점도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당시 관리팀장은 이 씨 등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쪽지시험을 보게 했습니다.
'현재 속해 있는 조직의 명칭을 영어와 한자로 쓰시오' , 'BK생활관의 준공연도는?' '가족생활관의 총 세대수는?' 등이 시험 문제였습니다. 관리팀장은 청소노동자들의 복장까지 점검했습니다. 회의 때는 정장 또는 남방 등 특정 복장을 입도록 하고, 일부 근로자의 복장을 놓고 품평하기도 했습니다.
손해배상 재판에서 서울대는 의견서에 "유족들은 관리팀장이 괴롭힘 행위를 한 것과 같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쪽지시험'에 대해선 "서울대학교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시행된 것이므로 업무상 필요성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근로자들이 시험 치는 것이 힘들다고 하자 망인은 시험 치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법원은 이같은 서울대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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