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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위약금 면제 여부에 “개별 약정”
입법조사처 “현행법상 한계 존재”
위약금 전면 면제 사실상 어려울 듯
SK텔레콤이 해킹 피해 대상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개별 고객과의 약정 계약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률적으로 정할 문제가 아닌, 개별 고객과 민사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는 의미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현행법상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며 번호이동에 따른 위약금 면제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7일 SK텔레콤은 이번 해킹 사태에 따른 번호이동 고객의 위약금 면제 검토 현황을 묻는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위약금은 개별 고객과의 약정에 따른 것”이라며 “아직 사고 원인과 규모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심 복제로 피해가 발생한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이번 입장은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이후 위약금 면제에 대해 취해왔던 모호한 태도에서 한층 더 선명해진 것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약금 면제에 대해 “종합적,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약관에 따라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최고경영자(CEO)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사회에 책임을 돌렸다. 임봉호 MNO사업부장도 지난 5일 일일 브리핑에서 “회사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어 정해지는 대로 밝히겠다”며 사실상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SK텔레콤은 해킹·유심 복제 등 피해에 대해 보상을 약속하면서도 위약금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이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를 보면 약정 기간별 잔여 고객 수가 몇 명인지, 약정 고객 1인당 잔여 위약금 액수가 얼마인지 등 자료도 ‘영업비밀 문서’로 분류해 관리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SK텔레콤이 위약금 문제를 민사 분쟁으로 규정하고 대응할 경우 여론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 위약금 전면 면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날 발간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 수록된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에 따르면 현행법상 SK텔레콤에 위약금 면제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이동통신 업계 역사상 번호이동에 따른 위약금이 전면 면제된 사례도 전무하다. 입법조사처는 “기업은 추가 인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피해자가 통신사 이동을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관련 법에 추가해야 한다”면서도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위약금 전면 면제를 강행할 경우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피해 금액 자체보다도 후속적인 고객 이탈에 따른 여파가 더 클 것으로 우려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이 면제되면 본래는 번호이동 의사가 없던 고객도 다른 고객들이 이탈하는 것을 보고 ‘뱅크런’처럼 휩쓸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런은 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연쇄적으로 예금을 인출해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다른 통신사들의 공격적 마케팅까지 더해지면 SK텔레콤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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