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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스포 주의] 기억과 부재가 남긴 울림, 삶으로 이어진 연대의 기록 <아임 스틸 히어> ⚖ | 인스티즈

[후기] [스포 주의] 기억과 부재가 남긴 울림, 삶으로 이어진 연대의 기록 <아임 스틸 히어> ⚖ | 인스티즈

[후기] [스포 주의] 기억과 부재가 남긴 울림, 삶으로 이어진 연대의 기록 <아임 스틸 히어> ⚖ | 인스티즈

[후기] [스포 주의] 기억과 부재가 남긴 울림, 삶으로 이어진 연대의 기록 <아임 스틸 히어> ⚖ | 인스티즈

[후기] [스포 주의] 기억과 부재가 남긴 울림, 삶으로 이어진 연대의 기록 <아임 스틸 히어> ⚖ | 인스티즈



🎥 영화명: 아임 스틸 히어

🗓 날짜: 2025년 8월 23일 (토)

🕓 러닝타임: 오후 4시 ~ 오후 6시 28분 (138분)

📌 장소: 홍대 CGV

🌟🌟🌟🌟 (4/5점)

“가족의 일상을 통해 국가 폭력의 상흔을 사실에 기반해 담아내며, 기억과 연대가 어떻게 정의와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힘이 되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 시작의 얼굴들과 숨은 떨림

〈아임 스틸 히어>의 도입부는 브라질 군사정권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전, 리우 해변가의 집에서 살아가는 파이바 가족의 평온한 일상을 보여준다. 이 집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밝음, 음악, 예술, 책들로 가득한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묘사되며, 가족이 함께하는 삶의 따뜻한 분위기를 담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평온은 곧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군사적 압력에 의해 깨지며, 헬리콥터와 군 차량의 침입이 집과 가족의 안전한 세계를 파괴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발터 살레스’의 연출은 사건을 과장하지 않고, 관찰자적인 시선과 절제된 카메라 움직임으로 가족의 생활을 따라간다. 그는 장면을 빠르게 전환하기보다 일상의 흐름을 지켜보듯 담아내는 방식을 선택하며, 이를 통해 관객은 대사보다는 공간과 분위기에서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페르난다 토레스’는 젊은 시절의 ‘유니스 파이바’를, ‘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노년의 ‘유니스 파이바’를 연기한다. 두 배우의 교차되는 연기는 한 인물이 다른 시대를 건너며 겪은 삶의 무게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또한 ‘셀튼 멜로’는 ‘루벤스 파이바’를 맡아, 초반의 따뜻하고 온화한 가족 내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처럼, 감독의 절제된 연출, 두 배우가 보여주는 세대 간 이어짐, 그리고 ‘루벤스 파이바’의 따뜻한 존재감이 서로 맞물려 한 사람의 삶과 한 시대의 운명이 동시에 전개되는 강렬한 서사의 기반을 형성한다.

🎥 카메라의 거리와 호흡

〈아임 스틸 히어>의 카메라는 인물을 끊임없이 따라붙는 주관적 시선을 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세 걸음 뒤로 물러선 자리에서 관객이 지켜보는 관찰자처럼 느껴지도록 거리를 둔다. 이 거리감은 우연이 아니라 ‘발터 살레스’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미학적 선택이다. 그는 프레임 가장자리에 문지방, 문틀, 창틀 같은 구획의 장치를 반복적으로 배치한다. 이렇게 화면을 내부와 외부로 나누는 구도는 집 안의 안전과 집 밖의 불안을 동시에 환기시키며, 언제든 외부의 폭력이 침입할 수 있다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킨다.

카메라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롱 테이크 이동 촬영을 통해 가족의 일상 동선을 끝까지 따라간다. 주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베란다로 이어지는 생활의 흐름은 잘린 몽타주가 아니라 연속된 시선으로 보여지기에, 관객은 그 속도를 함께 체험하게 된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마다 카메라는 갑자기 속도를 늦추고, 정지에 가까운 느린 패닝으로 인물의 얼굴이나 손동작 같은 디테일을 오래 붙든다. 이때 잡아내는 것은 과장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숨을 들이마시는 미묘한 간격이나 눈빛의 미세한 흔들림 같은 작은 변화다.

화면의 리듬은 전환이나 컷의 개수가 아니라 샷 내부에서 생겨나는 긴장과 이완으로 구성된다. 한 장면 안에서 창밖 바람 소리가 미세하게 변하거나, 프레임 가장자리에 있던 인물이 시선만 돌려도 분위기는 전혀 달라진다. 이러한 미세한 호흡은 서사의 흐름 속에서 점점 축적되며, 이후 찾아올 급격한 단절—즉 ‘루벤스 파이바’의 체포와 부재—를 대비시키는 정조로 작동한다.

특히 이 같은 카메라 전략은 영화가 단순히 사건을 설명하거나 고통을 재현하려는 방식이 아님을 보여준다. 거리를 둔 카메라는 피해자의 존엄을 지키면서, 관객이 직접 체험하는 듯한 긴장을 조용히 스며들게 한다. 결국 ‘발터 살레스’의 렌즈는 기록 영화처럼 사실성을 확보하면서도, 극영화의 감각으로 기억과 불안을 섬세히 체화한다.

🏠 공간과 소품의 표정

〈아임 스틸 히어>는 가족의 집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일상의 숨결과 감정이 스며 있는 생활의 그릇으로 다룬다. 리뷰에 따르면, 집은 음악, 예술 작품, 책, 사진 등 문화적 흔적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가족이 살아온 생생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장소로 표현된다.

카메라는 해변 저택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여유 있게 포착하다가, 곧 헬리콥터의 날갯짓 소리나 장갑차의 진동으로 깨지는 듯한 긴장을 채집한다. 이는 군사독재의 영향이 공간 안팎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순간으로 시각화된다.

감독 ‘발터 살레스’와 촬영 감독 ‘아드리안 테이지도’는 공간을 변화하는 감정 상태의 메타포로 활용했다. 한때 열려 있던 공간은 조건이 달라짐에 따라 커튼이 내리고 문이 닫히며 점차 고립되고 숨 막히는 공간으로 바뀐다. 이는 이야기의 전환점을 온전히 공간을 통해 전달하는 매력적인 장치이다.

🎼 소리와 정적의 설계

〈아임 스틸 히어>는 폭력의 순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소리와 정적을 교차시키며 긴장을 형성한다. 고문 장면에서 카메라는 육체적 고통을 과장하지 않고, 음향의 강약과 침묵을 통해 긴장을 전달한다. 평온했던 집 내부는 어느 순간 헬리콥터의 날갯짓과 군 차량의 굉음으로 가득 차며, 공간은 안전한 생활의 장에서 불안과 공포의 장소로 변한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1960~70년대 브라질을 대표하는 문화 운동인 트로피칼리아 음악을 사용해, 당대 사회 분위기와 문화적 공기를 환기시킨다. 이러한 음악은 감정을 과도하게 밀어 올리는 대신 특정 순간에만 등장해, 마치 기억의 흔적처럼 관객의 정서를 건드린다.

👥 두 배우의 역할 분담과 연기의 실체

영화 〈아임 스틸 히어>에서는 ‘페르난다 토레스’가 젊은 시절의 유니스 파이바를,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노년기의 유니스 파이바를 연기한다는 점이 확실하다. ‘페르난다 토레스’의 연기는 한 번도 무너지지 않는 어머니의 강인함을 중심에 두며,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내면의 단단함과 차분한 태도로 유니스를 표현한다. 그녀가 가족을 지키며 보여주는 미소조차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저항의 방식으로 기능한다.

‘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노년의 유니스를 맡아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희미해진 인물을 그린다. 짧지만 상징적인 장면을 통해 유니스의 삶 전체를 조망하게 만들고,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도 존엄을 유지하는 존재감을 전한다.

이 같은 연기 분담은 한 인물의 삶 전체를 시기별로 연결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젊은 시절의 결단과 투쟁, 노년의 기억과 품위가 교차하며, 관객은 시간의 흐름을 초월해 동일한 인물의 내적 일관성과 강인함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 ‘루벤스 파이바’가 남기는 공백의 결

영화 속에서 ‘셀튼 멜로’가 연기하는 ‘루벤스 파이바’는 따뜻한 남편이자 다정한 아버지로, 일상 속에서 가족에게 온기를 나누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큰소리로 정의를 외치는 영웅적 모습이 아니라, 식탁에서 자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배우자의 말을 짧게 고개 끄덕임으로 받아주는 생활인의 모습으로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부재는 단순히 한 인물이 사라진 사건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 자체가 무너지는 비극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그가 사라진 뒤에도 같은 구도에 머물러 빈 의자, 멈춘 접시, 끊긴 대화를 보여주며, 부재의 무게를 관객의 감각 속에 깊이 새겨 넣는다.

이러한 연출은 실제 역사 속 인물과 맞닿아 있다. 루벤스 파이바(1929~1971)는 브라질의 젊은 국회의원이자 공학자였다. 그는 1964년 군사 쿠데타 이후 의원직을 박탈당했지만, 민주주의 회복을 꿈꾸며 활동을 이어가던 중 1971년 1월 군사 정보기관 요원들에게 체포되었다. 그는 구금 과정에서 심각한 고문을 당했고, 결국 사망했으나 군사정권은 그의 행방을 부인하며 시신을 은폐했다. 지금까지도 그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루벤스 파이바’의 따뜻한 존재감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적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실제 역사에서 군사독재가 앗아간 한 인간의 삶, 그리고 그 빈자리를 끝내 채울 수 없었던 가족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되살려내는 장치다. 관객은 스크린 속에서 남겨진 빈자리를 보며, 동시에 실제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부재의 현실을 체감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남기는 가장 큰 울림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사라진 사람의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빈자리, 사진 속 미소, 남겨진 기억을 통해 살아남은 이들과 관객 모두에게 남는다. 〈아임 스틸 히어>라는 제목 자체가, 바로 이 “여전히 여기 있다”는 목소리를 대변한다.

🕰 영화와 현실, 겹쳐진 기록

〈아임 스틸 히어>는 1970년대 리우데자네이루 해변가 집을 무대로, ‘루벤스 파이바’가 어느 날 군사정권 요원들에게 연행된 뒤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가족의 일상 속에서 응시하는 영화다. 카메라는 사건을 과장하지 않고 집안의 동선, 식탁의 멈춘 식사, 조용히 비어 있는 의자 같은 사소한 정황을 길게 붙잡아 ‘부재’가 남긴 공백을 체감하게 만들고, 이야기는 ‘유니스 파이바’의 선택과 태도에 집중한다. 이 작품은 ‘발터 살레스’가 연출하고, ‘페르난다 토레스’와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서로 다른 시기의 ‘유니스 파이바’를, ‘셀튼 멜로’가 ‘루벤스 파이바’를 맡아, 한 가족의 기억과 끊어진 시간을 생활의 리듬으로 엮는다. 영화가 가족 초상의 형식으로 독재 시기의 억압을 비춘다는 평과 함께, 실제로 이 작품은 ‘마르셀루 루벤스 파이바’가 2015년에 펴낸 회고록 를 토대로 각색되었다는 점이 확인되어, 스크린의 장면들이 실제 기록과 증언에 맞닿아 있음을 뒷받침한다.

현실의 사건은 다음과 같은 핵심 사실로 정리된다. 1971년 1월 20일, 전직 국회의원 ‘루벤스 파이바’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자택에서 무장 요원들에게 체포되었고, 곧바로 DOI-CODI(정보작전사단/내부방위작전센터) 등 군 보안기관의 통제 하에 이송되었다. 같은 시각 ‘유니스 파이바’와 당시 10대였던 딸은 연행‧신문‧격리를 겪었고, 같은 건물에서 들려오는 비명, 고문 도구, 피로 얼룩진 바닥의 흔적을 기억으로 남겼다는 진술이 후일 조사에서 정리되었다. 사건 직후 군은 “이송 중 외부 습격으로 피의자가 탈출했다”는 식의 공보를 냈지만, 이후 국가기구 조사와 증언으로 구금 중 고문 치사가 사실에 부합한다는 정황이 축적되었다. 특히 당시 군의관 아밀카르 로보는 1971년 1월 21일 새벽 DOI에서 ‘루벤스 파이바’를 진찰했을 때 간 파열에 따른 복강 출혈 상태였다고 진술했고, 브라질 국가진실위원회(CNV)는 리우 관할 DOI-CODI 지휘 라인과 군(공군‧육군) 시설 간 이송‧심문 체계, 책임자들의 역할을 공식 문서로 특정해 왔다. 유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가족은 행방 미확인 상태로 수십 년을 견뎌야 했다.

국가의 사후 인정과 정정은 두 단계로 이뤄졌다. 먼저 1996년, ‘유니스 파이바’가 수십 년에 걸쳐 제기한 법적 다툼과 사회 활동의 결과로 브라질 정부는 ‘루벤스 파이바’의 사망 사실을 공식 증명서로 내주었다. 이어 2025년 1월, 브라질 당국은 그 사망진단서의 사인란을 정정하여 “자연사 아님; 폭력적 사망; 1964년 수립된 독재정권 하에서 국가가 체제 반대자로 특정한 이들에 대한 조직적 박해의 맥락에서 국가에 의해 야기됨”이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최근에는 이 문구 정정을 다른 독재 희생자들의 증명서에도 확대 적용하려는 행정 조치가 진행 중이며, 이 같은 정정은 영화의 국제적 반향과 맞물려 브라질 사회의 기억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임 스틸 히어>는 이러한 사실관계 위에 가족의 시간을 세밀하게 포개어 놓는다. 화면 속 ‘유니스 파이바’는 울부짖는 격정보다 생활의 지속으로 응답한다. 아이들을 지키고, 일을 이어가고, 공부를 선택해 결국 법률가의 길로 나아가는 모습은, 분노를 책임과 기록의 언어로 바꾸어 국가의 침묵을 흔들었던 실제 ‘유니스 파이바’의 행보와 정확히 호응한다. 영화는 군홧발의 폭력 그 자체를 전시하기보다, 빈 식탁과 멈춘 대화, 고요한 방의 프레이밍으로 부재의 존재감을 시각화하고, 이 생활 단위의 표정들을 통해 독재가 개인과 가족에게 각인시키는 균열을 증언한다. 그 결과 관객은 사건의 요란함이 아니라 일상의 결로 다가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실재했던 기록‧증언‧정정과 화면의 이미지가 서로를 보증하는 구조가 성립한다.

정리하면, 〈아임 스틸 히어>는 ‘루벤스 파이바’의 1971년 1월 20일 체포–고문–사망–유해 은닉–행방 미확인이라는 축을, 1996년 공식 사망 인정과 2025년 국가 폭력에 의한 사망 정정이라는 국가의 늦은 확인과 연결하여, ‘유니스 파이바’가 가정의 평형을 지키는 노동과 학업, 공적 활동으로 부재를 견디고 기록을 축적한 실제 발자취를 가족 초상의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때 영화의 선택—생활 속 이미지로 기억을 붙드는 방식—은, 베니스 월드 프리미어 이후의 평가처럼 가족사와 국가사의 접점을 잔혹한 재연 없이도 또렷이 떠올리게 하며, 최근의 사망진단서 정정이라는 현실의 변화를 다시 화면 쪽으로 되비추어, 이름 없는 다수의 사건까지 공적 기억으로 소환하는 데 기여한다.

🌍 브라질의 비극과 한국 현대사의 그림자

영화 〈아임 스틸 히어>는 1971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루벤스 파이바’가 군사정권 정보요원에게 영장 없이 연행된 뒤 심문기관에서 고문을 받고 사망했으나 시신이 은닉되어, 그의 가족이 수십 년 동안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채로 침묵과 낙인을 견뎌야 했던 비극을 보여준다. 그 진실은 1996년에야 사망으로 공식 확인되었고, 2025년에 이르러서야 국가 폭력에 의한 사망으로 정정되었다.

이 비극은 한국 유신 체제와도 겹쳐진다. 중앙정보부가 간첩 혐의를 조작해 수백 명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했으며, 1975년 4월 9일 대법원 선고 하루 만에 여덟 명을 사형에 처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30여 년 후 재심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되며 국가적 조작이 드러났다. 또 1973년 도쿄에서 발생한 김대중 납치는 국제적 파장을 불러왔고, 수십 년이 지나서야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1980년대 역시 국가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김근태’가 22일간 전기·물고문을 당했고, 그의 증언은 제도화된 고문의 실체를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 1987년 학생운동가 ‘박종철’은 같은 공간에서 물고문 끝에 숨졌고, 은폐 시도는 오히려 들통나 국민적 분노를 촉발했다. 같은 해 6월 연세대학교 앞에서는 ‘이한열’이 최루탄 직격으로 쓰러져 사망했고,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상징이 되었다.

군부 정권의 폭력은 도시와 지역을 넘어 전국을 휩쓸었다. 1980년 광주에서 계엄군은 시민들에게 집단 발포를 가해 수백 명이 희생되었고, 훗날 특별법 제정과 기념사업을 통해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두환 정권은 1980~1981년 ‘삼청교육대’로 수만 명을 영장 없이 끌고 가 구타와 강제노역을 강요했고, 부산 ‘형제복지원’에서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수만 명이 강제 수용되어 최소 657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81년의 ‘부림 사건’에서는 학생·교사·직장인들이 조작된 혐의로 구속되었으나, 2014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국가 공권력의 폭력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브라질과 한국 모두에서 남겨진 가족과 시민들은 단순한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다. 진실을 드러내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소송과 재심을 이어갔고, 기념사업과 아카이브 활동으로 은폐된 역사를 다시 사회 앞에 세웠다. 〈아임 스틸 히어>는 이러한 노력의 공통점을 포착하며, 권위주의 체제가 남긴 폭력의 상흔과 이를 넘어서는 연대의 힘을 빈 의자와 끊긴 대화 같은 이미지로 응축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마음의 작동, 기억이 만드는 자아

작품이 보여주는 핵심은 기억이 개인의 정체를 어떻게 지탱하는가에 대한 체감적 이해다. 영화 속에서 사진, 오래된 물건, 슈퍼 8 홈무비 필름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삶의 흔적을 불러내는 단서로 작동한다. 이 사소한 물건들이 관객에게 감정을 환기시키는 방식은,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노년의 ‘유니스 파이바’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이 흐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흐림은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남아 있는 생활의 제스처와 오래된 흔적들이 서로 연결되며 이어지는 새로운 기억의 형태로 제시된다. 사라진 사람의 자리와 살아남은 사람의 시간이 서로를 지탱하면서, 기억이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기능을 넘어 현재의 자아를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관객은 이처럼 사실적이고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고, 이 공감은 거대한 이념이나 구호가 아니라 작은 생활의 진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체험하게 된다. 영화는 바로 그 고요하고 단단한 묘사를 통해 공감의 문턱을 낮추며, 기억이 곧 인간다움을 지탱하는 핵심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 선택과 책임, 그리고 품위 있는 태도

〈아임 스틸 히어>는 감정적 폭발보다 일상의 지속을 통한 윤리적 저항을 선택한다. 유니스는 가부장적 권력이 가져온 공포 속에서도 집 안에서 가정을 지키며, 가족과의 유대를 통해 저항의 태도를 유지한다.

영화에선 가정의 일상이 정치적 저항의 도구로 전환된다. 파이바 가족은 폭력적인 체제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되찾기보다, 가족 사진 촬영에서 웃음을 유지하는 것 자체를 저항으로 규정한다.

유니스에게 분노는 무용한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이를 법률 공부, 양육과 삶을 책임지는 행동으로 전환함으로써, 분노를 새로운 사회적 책임의 언어로 바꾼다. 이 해석은 정부의 은폐에 맞서는 최후의 방식이 일상의 지속과 기록을 통한 존재 증명이라는 비평적 관점과 일치한다.

영화는 권위를 향한 대립을 묘사하기보다, 유니스가 일상 속 침착함과 연대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지켜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비춘다. 결국 이 태도는 관객에게 “가장 근원적인 인간다움은 침묵 속에서도 삶을 계속 이어 나가는 힘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기억이 공적 역사로 스며드는 순간

〈아임 스틸 히어>는 단순히 사건을 재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증명되지 못한 진실이 시간이 흐르며 기록으로 굳어지는 여정을 섬세하게 따릅니다. 영화는 아카이브 영상을 연상시키는 낡은 영상과 흐릿한 사진을 생활 속에 자연스레 배치하고, 평범한 공간과 순간들—부엌의 조용한 공기, 멈춰진 가족 행사—을 끝까지 관찰하면서,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공적 역사로 넘어가는지 감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유니스 파이바’ 역의 배우는 단 한 마디 대사 없이도 삶의 고단함과 회한을 표정 하나로 드러내며, 그의 선택 하나하나가 곧 기억을 지켜내는 행위임을 보여줍니다. 이 작은 순간들은 곧 강력한 연대의 빛이 되어, 관객에게 “기억은 삶의 방식”이며, 정의와 연대가 일상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영화 속 이런 디테일과 유헤가 실재하는 역사(브라질과 한국에서의 군사 정권 아래 실종 및 기억의 경험) 사이의 교차는, 관객 스스로 자신의 삶 속에서 ‘정의’와 ‘연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떠올리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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