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메타버스 시대. 아바타를 향해 악플을 달면, 아바타를 연기하는 현실 속 인격에 대한 침해로, 손해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아바타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의 이야기다. 의정부지법 민사5-3부(재판장 최지영, 정욱도, 황영희 부장판사)는 플레이브 캐릭터를 연기하는 A 씨 등 5명이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2025나202504)에서 11월 27일 항소기각 판결했다.
지난 5월 1심은 플레이브 캐릭터를 모욕하는 글과 관련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게시한 행위는 캐릭터의 실제 사용자(이하 ‘본체’)에 대한 모욕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B 씨는 A 씨 등에게 각 1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플레이브 측은 청구한 금액의 일부만 인용된 1심 결론에 불복해 “B 씨는 A 씨 등에게 각 65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항소했다.
사건은 지난 202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셜 미디어 X에서 활동하던 B 씨는 아바타를 통해 활동하는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와 그 실제 사용자들을 겨냥한 욕설과 비하 발언이 담긴 글과 영상을 지속적으로 게시했다. 특히 “플레이브 XXXX”, “본체 존못” 등 실제 인물을 지목하는 듯한 모욕적인 표현이 문제였다. 이에 플레이브 멤버의 본체인 A 씨 등 5명은 자신들이 직접 원고가 되어 “B 씨가 자신들에게 각 65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 씨는 “플레이브는 실제 인물이 아닌 단순한 가상 캐릭터에 불과하며, 캐릭터의 ‘본체’ 신상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게시물은 특정인을 지목한 것이 아니므로, 모욕죄 성립 요건인 ‘특정성’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플레이브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아바타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본체의 자기표현이자 정체성, 사회적 소통 수단”이라며 아바타에 대한 모욕이 곧 본체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아바타를 쓰는 사람의 정체가 대중에게 알려져 있고 다수가 아바타와 본체를 동일시하는 경우에는 아바타를 향한 비난도 본체에 대한 모욕이 된다고 봤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판결했다.
플레이브 측은 항소심 결론에 불복해 상고할 예정이다.
플레이브 측 대리인인 노현보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버추얼 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그에 따른 손해배상액 역시 일반적인 인격권 침해와 동등한 수준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향후 법조계의 깊은 이해와 논의가 이어지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플레이브는 최근 첫 아시아 투어를 마쳤다. 8월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을 시작으로 타이베이, 홍콩, 자카르타, 방콕, 도쿄까지 총 6개 도시에서 공연한 뒤 11월 21~22일에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아시아 투어의 피날레 공연을 진행했다. 피날레 공연 2회차 좌석은 매진됐으며 선예매 티켓 오픈에서만 약 53만회의 트래픽을 기록했다. 고척스카이돔은 약 1만8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형 공연장으로, 인기 아이돌이 서는 무대다.
법률신문 박수연 기자 / 의정부지방법원 최지영 & 정욱도 & 황영희 부장판사
https://www.lawtimes.co.kr/news/21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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